40대 중반의 K씨는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다. 최근 들어 부인의 샤워하는 소리가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과 다르게 발기의 강직도와 지속도가 많이 떨어지고, 하고 싶은 마음이 뜸해졌다. “피곤해서 그럴 것이다” 자기 스스로 위안을 하지만, 이런 현상이 일어난 지 벌써 여섯 달이나 지났다. 최근 들어 당신이 발기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다. K씨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억5200만명, 한국의 경우 40대와 50대 두 명 중 한 명이 발기부전으로 고통받고 있다. 남성의 성기는 동맥, 정맥, 스펀지 효과를 나타내는 조직과 신경이 분포하는 두개의 음경해면체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에는 이곳의 동맥 내 혈압이 낮아 수축돼 있다가 성적으로 흥분하면 동맥 주위의 cGMP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음경 동맥이 확장되고 음경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되어 단단한 음경 발기를 유발시킨다. 또한 cGMP는 해면체들을 팽창시켜 스펀지 사이의 간격을 좁게 만들어 동맥을 통해 들어온 혈액이 정맥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두개의 음경해면체 기둥이 지속적으로 발기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발기부전증이란 이런 발기 메커니즘의 고장으로 인한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발기부전은 80%가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등이 주원인이고, 나머지는 심리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대부분 단일 원인으로 인한 것은 드물고,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당뇨병인 경우에는 4배, 전립선 질환인 경우에는 3배, 심장질환 고지혈증 고혈압 우울증인 경우에는 2배 정도 발기부전 유발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체 성관계 횟수의 50% 이상에서 발기 장애가 나타나며, 그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라면 비뇨기과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검진 결과 남성호르몬 부족이라면 이것을 보충하고, 고지혈증이라면 혈중 내 콜레스테롤치를 정상으로 되돌려 정상적인 발기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직접 음경해면체에 발기촉진제를 주사해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 비아그라가 1998년 발기촉진제로 개발된 이후 수많은 발기부전 환자들이 먹는 약으로 약 70%의 치료 효과를 거두었다. 비아그라 이후 동일한 작용기전이지만 시간과 강직도를 차별화한 ‘시알리스’ ‘레비트라’가 2003년 2월 팔리기 시작해 환자의 요구 상황에 따라 처방받는 ‘골라서 먹는 발기촉진제 시대’가 왔다. 비아그라는 강하고, 시알리스는 작용시간이 길고, 레비트라는 강직도 면에서 한 수 위다. 그렇다면 음경해면체 주사 요법으로도 효과가 없고, 비아그라로도 효과가 없는 나머지 발기부전 환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경우에는 두개의 해면체에 인공 음경보형물을 삽입하거나, 재발이 단점이지만 막힌 혈관을 다시 이어 정상적인 발기를 유지시키는 혈관성형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음경보형물 시술은 비아그라 발매 후 전 세계적으로 건수가 많이 줄었지만, 음경해면체 주사 요법이나 먹는 발기촉진제에 효과가 없는 중증 발기부전증 환자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수술적 방법으로 여전히 그 의미가 크다. 발기 장애의 원인이 정신적인 것에 있다면, 심리적인 상담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성공적이고 편안한 밀회를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 조절이 필수다. 먹는 발기 유발제는 행위가 이루어지기 약 한 시간에서 네 시간 전에 복용해야만 제때 효과를 발휘한다. 약의 효력은 약 30분 후에 나타나며, 한 시간 후에는 최고의 강도에 이른다. 하루에 한 알 이상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끔 처방한 환자에게서 만족스럽지 않다는 전화가 오는 경우가 있다. 약을 먹고 나서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2시간 전에 약을 먹고 가만히 쳐다 보고 기다렸더니 전혀 발기가 되지 않았다면서 “약이 가짜인가 봐요” 하는 분도 있다. 먹는 발기촉진제는 성적 자극이 있어야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약을 먹고 나서 저절로 발기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