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신광순 장덕한의원 원장
장덕한의원(원장 신광순)에서는 심심찮게 재미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국말에 서투른 교포나 노란머리의 환자를 한의원에서 볼 수 있기 때문. 모두 어깨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오십견 환자다. 사실 오십견은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큰 문제가 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그를 찾을 만큼 신 원장의 오십견 치료에 대한 명성은 자자하다고. 오늘날의 그가 되기까지 아주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다. 신 원장이 오십견 치료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한의대 시절부터다. 그래서 졸업 후 오십견 치료를 전면에 내걸고 오십견 환자를 봐왔다고.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팔을 전혀 움직이지 못할 만큼 심각한 오십견 환자가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 환자에게 우연하게 침을 놓았더니 5년여 동안 꿈쩍도 하지 않았던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신 원장은 이때부터 미친 듯이 오십견 연구에 매달려 왔다. 또 침의 대가로 불리는 이른바 ‘침의 고수’들을 찾아 전국을 돌며 침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01년 말 결국 현재의 오십견 치료법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후 오십견 치료의 대가로 자리잡으면서 오십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자 ‘오십견 완치법’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 유일의 오십견 관련 책. 뿐만 아니라 건강서적 베스트셀러 순위에 상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또 오십견으로 고생하다가 외국에서까지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 미국 뉴욕에 분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오십견은 어깨 근육과 관절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있거나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주로 50대 즈음에 발병해 오십견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오십견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 삼십견 사십견 등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특히 오십견은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40대 이후로 가면 여성 환자 수가 남성보다 무려 2배나 많다. 현대의학에서는 오십견을 노화현상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판명되지는 못했다. CT나 MRI 등으로도 명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아서다.주요 증상은 어깨통증. 팔이 저리듯 아프다가 통증의 강도가 강해져 목과 손가락까지 방사돼 나타난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어깨 및 팔의 움직임에 제약을 받아 그 반경이 점점 줄어들고 나중에는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만일 노년기에 오십견이 생기면 훨씬 고생스럽다. 노화로 인해 움직임이 둔해진 데다 어깨 관절마저 자유롭게 쓸 수 없으니 오십견 환자가 느끼는 제약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기 때문. 간혹 이러한 증상이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안심은 금물. 반대 팔에 오십견이 다시 오는 경우가 30%나 되기 때문이다. 재발됐을 때는 통증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은 물론 만성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오십견이 나타나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 원장은 동의보감을 근간으로 오십견의 원인을 찾아낸다. 여기에 그가 연구한 침과 탕약을 통해 원인을 해결, 근본적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그는 오십견의 직접적인 원인을 어혈(瘀血)로 본다. 인체에 풍(風), 한(寒), 습(濕), 담(痰) 등이 머물면서 기혈의 소통을 방해 해 어혈이 만들어진다는 것. 오장육부의 기능저하도 몸의 부조화를 일으켜 어혈을 생기게 한다. 신 원장은 “어혈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환자가 내원하면 진맥, 문진 및 설진을 통해 환자를 살피고 신 원장이 자체개발한 오십견 진단기준에 따라 운동범위를 판단한다. 이렇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면 침과 탕약인 청견탕(淸肩湯)으로 치료한다. “한의학에서 오십견을 유발시킨 원인을 해결해 주는 방법은 다른 질환의 치료법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치료의 중심은 한의학 치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침과 탕약이다. 침은 어혈을 깨는 역할을 하고 탕약은 깨진 어혈을 녹여주면서 허약해진 오장육부의 기능을 보해준다.” 신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십년까지 오십견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긍긍했던 많은 환자들을 신 원장은 침과 청견탕으로 치료했다.신 원장의 침술법은 특별하다. 4개 정도의 적은 개수의 침을 어깨결림이 발병한 반대편 팔이나 다리에 놓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침술법을 ‘원위취혈(遠位取穴)’ 법이라고 하는데, 발병 부위에 자침했을 때보다 치료 효과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신 원장에게 침을 맞은 환자들은 한결같이 침을 맞은 즉시 어깨에 있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의미. 하지만 침 치료 한 번으로 완치되는 것은 아니므로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꾸준히 치료받는 것이 좋다. 청견탕은 침과 상호작용을 해 치료시기와 효과를 높여준다. 오십견의 여러 가지 원인과 증상에 따라 약재를 달리하는데 기본이 되는 것은 어혈을 녹이는 약재를 중심으로 처방한다. 여기에 면역력을 높이는 약재도 첨부된다. 이에 대해 신 원장은 “어혈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을 제거하면서 더 이상 오십견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탕약”이라고 설명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신기하게도 치료 당일 30% 정도의 효과를 본다. 또 자체 고안한 내회전 치료기, 외회전 치료기 등의 오십견 운동기구는 어깨관절의 운동범위를 향상시키고 유연성을 높여준다. 그 밖에 수기(지압)요법, 견응고, 방혈 등을 병행해줘 치료효과를 배가함은 물론 시기까지 앞당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1~2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 오십견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과학적으로 증명이 어려운 한의학 치료에 미심쩍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질문에 신 원장은 이렇게 말한다. “한의학의 기본이 개인의 기 흐름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이다 보니 과학적으로 증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하지만 치료결과를 나타내는 재현율을 보면 미심쩍어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오십견 치료의 재현율이 70~90%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다. 신 원장은 “치료 후에는 어깨와 목 주위 관절의 유연성을 살려주는 운동을 하고, 동시에 습과 어혈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