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머징마켓 섬투자 올가이드
파란 바다 위에 오롯하게 떠있는 섬에 나만의 이상세계를 건설한다?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에서 주인공 홍길동이 건설해 다스렸다는 율도국을 설명하는 게 아니다. 부자라면 ‘나만의 섬’을 소유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투자 가능한 섬 대부분이 오지의 무인도여서 땅값이 싸다고 해도 운송비, 개발비 등이 많이 지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양과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섬 투자는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다.얼마 전 유명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카리브해 연안 벨리즈 인근의 섬을 매입했다. 디카프리오가 매입한 블랙어도르 카예는 약 12만평 규모로 아메리카 유탄반도에 위치한 벨리즈와 휴양지로 유명한 앰버그리스 카예를 마주보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디카프리오는 이 섬에 최고급 시설을 갖춘 휴양 리조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디카프리오의 한 측근은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해 관광수익을 거둘 계획”이라고 밝혔다.외국에서 섬은 단순히 소유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관광수입원을 마련하는 동력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관광지 중에는 국가 소유지도 많지만 개인 소유의 섬들도 상당수 있다. 천혜의 자원을 별다른 가공 없이 관광용도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섬 개발은 외국에선 이미 보편화된 수익사업이다. 이에 비해 국내 실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한반도 해안가의 널려 있는 섬 주변의 수심이 깊은 데다 인근 지역과 연계한 관광상품이 많지 않은 탓이다. 활용도가 낮다. 물론 행정관청의 행정 지원도 거의 전무하다. 따라서 별다른 지원 없이 개인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섬을 개발한다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 있다.주5일 근무 국내 섬 투자의 동력될 듯 그러나 주5일 근무제 실시로 내수시장에서 관광 레저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양상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주말을 맞아 산과 들로 떠나는 수도권 도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섬 개발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 지원이 부족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일단 분위기는 달라졌다. 관광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해 정부 및 각 시·도 지자체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데다 섬 관광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이 그 이유다.흔히들 서해안, 남해안에 흩어져 있는 무인도 대부분은 국가 소유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전체 무인도 중 국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이 해양수산부의 의뢰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무인도 중 70%가 몰려 있는 전남 신안군만 해도 국유지가 57%, 사유지가 32%, 공유지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옹진군 내 무인도 중에서도 국유지는 49%, 사유지는 39%, 공유지가 9%를 차지했다. 전국적인 현황이 파악되지 않았지만 이들 두 지역만 놓고 봐도 전체 무인도에서 사유지의 비중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유지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개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남 통영시만 해도 관내 42개 유인도, 110개 무인도 중에서 외지인이 소유하고 있는 섬은 유인도가 37개, 무인도는 32개다.당장 개발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이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설 경우 섬 투자는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닐 수 있다. 현재 이들 지역은 해당 시·도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적극적이어서 무인도가 관광지로 개발될 날도 멀지 않았다.사승봉도 숙박시설 지어 수익 짭짤 실제로 2~3년 전부터 경남 전남 인천 등지에서 무인도를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에 위치한 15만평 규모의 사승봉도는 무인도에 숙박시설을 지어 수익을 내고 있다. 사승봉도는 승봉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모든 것이 자유롭다. 사승봉도 내에는 현재 2곳의 민박시설이 지어져 운영 중이며 숙박료는 1일 5만원이다. 1년 수익은 약 2000만원 정도로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큰 소득은 없다. 다만 승봉도와 이작도, 사승봉도를 연계하는 관광 상품이 현재 기획 중이어서 향후 소득 증대가 기대된다. 섬 투자는 땅값 상승과 관광 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유리하다. 사승봉도만 해도 관광 수입은 크지 않으나 땅값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투자 상품이다. 소유주는 ‘미스코리아 대모’로 유명한 마샬코리아 하종순 회장으로 현재 마샬뷰티살롱, 보뜨마샬이라는 브랜드로 직영점 8곳과 가맹점 7곳을 운영 중이며 서초동에 있는 마샬웨딩플라자도 소유하고 있다. 마샬코리아 관계자는 “90년대 초반 콘도개발 사업을 검토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포기한 적이 있다”면서 “지난해 말과 올초 사이 섬을 실버타운과 휴양지로 개발하자는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여건만 허락되면 관광 목적의 휴양지 개발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사승봉도 관계자는 “섬 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선 전기, 통신 시설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수십억원이 드는 접안시설을 건설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인근 섬들도 개발 가능성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영종도를 중심으로 배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인근 지역 섬들은 서울, 경기지역 고액 투자자들의 입질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종도에서 4km 떨어져 있는 ‘사염도’는 최근 비밀리에 수도권 투자자에게 매각됐으며 섬 소유주는 관광 목적의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토지경제연구소 박배광 대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가 도래하면 개인이 섬을 관광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영종도 주변 섬들은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개발에만 30년 이상 소요된 외도숙박시설과 관광이 결합된 곳이 사승봉도라면 경남 거제시 외도는 순수 관광으로만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곳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자리잡은 외도는 총 4만3863평으로 본섬과 동섬 등 총 2개로 구성돼 있다. 지난 95년 3월 문을 연 외도는 매년 80만~10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연간 40억~5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유지 관리비와 인건비로 30억원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순수익은 10억~20억원 정도다. 외도는 한마디로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정원이다. 이국적인 풍경의 건물과 아름드리 나무, 꽃, 조각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지중해의 한 곳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외도해상농원 최호숙 대표는 “지난 69년부터 조금씩 섬을 매입해 무려 30여년 가꿔 오늘날의 외도를 만들었다”면서 “개장한 지 10년에 불과하다 보니 큰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개발자의 구상을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 섬을 구입할 수 있을까. 개인 소유의 섬들은 일반 부동산 매매와 같이 개인 대 개인 간 거래가 기본이다. ‘~섬’ ‘~도’가 아니라 ‘~리’로 지번이 표기돼 있어 거래 현황 등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물론 모든 부동산업소가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물량이 큰 것들은 아예 전문 부동산 중개업소를 이용한다. 다만 해당 개인 소유 섬들의 소유가 은행으로 넘어갔을 경우는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해 매각된다. 이때만 가격이나 거래 현황이 공개된다. 지난 1월 인천지법 경매 22계에 나온 인천시 서구 지내도는 감정가(2500만원)보다 12배나 높은 3억원에 낙찰됐다. 지내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지한 영종도와 가까워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인천시 옹진군 작약도도 감정가(84억5744만4920원)의 55%인 46억5600만원에 지난 5월 최종 낙찰됐다. 낙찰자인 진성토건측은 “구체적인 개발에 대해 검토하지는 않았지만 추후 관광 용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도, 경남도 민자유치, 섬개발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해안을 끼고 있는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 지자체는 섬 개발 사업에 해당 지자체의 명운을 걸 태세다. 전라남도는 섬 관광자원화 사업을 역점 사업으로 정했으며 이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에 나선 상태다. 전남의 섬은 유인도 289개, 무인도 1680개로 전국의 62%에 해당한다. 전남도는 이들 중 20여개를 시범 지정해 동식물, 건강, 문화, 레크리에이션 등의 테마시설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지역 내 무인도에 대한 현황을 파악해 수도권 투자자들을 놓고 대규모 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일선 무인도 소유주와 수도권 투자자 사이 중개 역할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올 연말 정도에 섬 관광자원 개발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남도도 지역 내 각종 무인도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경남 통영시는 중장기 개발 계획에 섬 개발을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했으며 실제로 외도 옆 장사도를 해상공원으로 지정해 둔 상태다. 민간 193억원과 국·도비 52억원을 들여 오는 2007년 말까지 개발에 나서는 장사도에는 외도와 마찬가지로 식물학습관과 생태전시관, 나비전시관 등이 있는 대규모 해상공원이 들어선다. 현 장사도 소유주는 거제시에서 선박 부품을 생산하는 우진산업 김봉열 대표. 9만평 규모의 장사도를 구입한 것은 지난 96년도로 구입에만 총 16억원이 들어갔다. 이 밖에 목포시 지도읍 밤섬도 J프로젝트와 연계한 관광지로의 개발이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