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계적인 톱스타 톰 크루즈가 세 번째 결혼식을 마쳤다. 약혼녀였던 케이티 홈즈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식을 올린 후 은밀히 요트 여행을 떠나 세간의 화제가 됐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는데 그들 부부 역시 ‘프라이버시’라는 이름의 호화 요트에서 달콤한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 유명 인사들 모두가 요트광(狂)처럼 비쳐질 정도로 서양에선 요트의 저변이 넓다. 왜 그들은 더 호화롭고 멋진 곳들을 모두 마다하고 ‘요트’ 타는 걸 즐길까. 그것은 바로 요트가 가지는 부(富)의 이미지와 프라이버시가 철저히 보호된다는 장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 이렇듯 ‘부자들의 레저’로 럭셔리한 이미지를 고수하던 요트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동호인 수를 늘려가고 있다. 억만장자를 매료시킨 요트미국의 유명 경제지가 집계한 세계의 부자 명단 3위에 올라 있는 억만장자 폴 앨런. 앨런은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며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호사스러운 인생을 즐기고 있는 갑부 중의 갑부다. 앨런이 최근 구입한 요트인 ‘옥토퍼스’는 길이가 125미터에 달하며 두개의 헬리콥터 착륙장과 영화관, 음악 스튜디오 등을 갖춘 세계 최대의 개인용 선박. 이 요트에는 개인 잠수정, 수영장, 음악 감상실 등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옥토퍼스의 가격이 2억달러에 이르며, 한 번 연료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만 25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옥토퍼스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가 개인용 요트 기록은 깨질 공산이 크다.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엘리슨이 옥토퍼스를 제조한 독일 선박사 뤼르센에 옥토퍼스보다 조금 더 큰 개인용 요트를 주문해 놨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한 갑부도 플래티늄이라는 이름의 길이 525피트짜리 초대형 요트를 주문해 놓은 상태다. 세계 최고 요트 경쟁은 가히 점입 가경이다.부자들의 특별한 요트 사랑부자들의 요트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전체 소득계층의 0.1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소득은 160만달러(약 16억원)가 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하이퍼 리치(초부자)’가 요트에 대해 또 다른 애정 공세를 펴기 시작했기 때문. 저녁 식사에 500달러짜리 포도주가 곁들여지고 수백만달러가 넘는 호화주택과 대형 요트는 이들 신흥 부자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아예 독자적으로 최고급 클럽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들만의 요트클럽 회원권은 이미 30만달러(약 3억원)를 호가한다.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의 2500만파운드(약 500억원)짜리 요트는 12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스파 시설과 남북극을 오갈 수 있는 분량의 연료통을 부착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들의 요트는 단순한 레저용이 아닌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과시용이 대부분이라는 게 공통점.요트가 가진 매력은 바로 이것이처럼 내로라하는 부자들이 요트에 매료돼 있는 까닭을 전문가들은 배타성에서 찾고 있다. 세계적인 요트제작 업체인 페레티 그룹의 노베르토 페레티 회장은 “진짜 부자와 단순 부자를 구별짓는 가장 상징적인 소유물로 대형 요트만한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실제로 아무리 부자라 해도 호화 요트를 갖고 있지 못하면 부자 세계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또 요트가 주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바로 사생활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점. 아무리 좋은 저택이라 할지라도 파파라치가 들끓는 요즘 같은 시대에 요트만큼 개인적인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 없다. 푸른 망망대해 위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어떤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하지만 요트라는 것이 그저 멀리에만 있는 ‘그림의 떡’일까. 그렇지 않다. 이제 요트는 점차 대중 속으로 항해 중이다.국내에도 요트 체험 기회 열려제주도 중문 관광단지에 가면 바닷가에 이국적인 배 한 척이 유유히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일반 어선과는 확연히 구분이 되는 이 배의 정체는 바로 크루즈 요트. 하얀 돛이 바람을 타고 달리는 풍경이 장관이어서 이미 관광객들 사이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이 요트의 주인은 바로 신화마린테크의 김화연 사장. 그는 국내 최초로 요트를 직접 제작하고 운항을 허가받았다. 그의 호화 요트 샹그릴라호는 지난 6개월 간 운항 준비를 마치고 5월부터 체험 세일링에 들어갔다. 2개의 동체를 지닌 샹그릴라호는 돛대 높이만 17.5m에 이르는 대형으로 태평양 횡단도 가능하다. 요트가 풍력으로 힘차게 전진할 때 세일러들은 자연과 하나됨을 느낀다. 그것이 요트의 가장 큰 매력. 샹그릴라호에는 예닐곱 명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아늑한 분위기의 선실과 더블베드에 샤워 룸까지 갖춘 침실, 선탠하기 좋은 갑판 등 최고급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미 샹그릴라호를 타고 간 사람들에는 외국 총리와 상원의장, 국내 유수 기업의 총수 등이 있다. 하지만 체험 세일링은 1인에 6만원이며, 자유코스를 원할 경우에는 5인 기준으로 50만원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이제는 누구든 마음만 먹는다면 호화 요트에 몸을 실을 수 있다.골프보다 가까운 레저, 요트럭셔리한 레저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요트가 이렇게 체험 레포츠로 대중화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은 국제 규모의 요트 경기장을 갖춘 부산 수영만과 ‘한국의 나폴리’로 불리는 경남 통영의 마리나리조트. 특히 마리나리조트에서는 올해부터 요트 강습과 투어를 결합한 스쿨을 열고 있다. 주말을 이용해 5~6인승 크루저급 요트로 선상에서 강습을 받은 뒤 인근 섬으로 투어를 떠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이곳의 2박3일 강습 프로그램은 첫날 이론 수업, 둘째날은 통영만 인근에서 기본 테크닉을 비롯한 실전 세일링, 마지막 날은 리조트에서 가까운 섬으로 요트 투어를 나가는 것으로 짜여 있다. 체험 투어는 올 여름 시즌 처음 선보인 25인승 요트를 타고 두 시간 정도 충무만 일대를 세일링하게 된다. 어른이 2만3000원, 어린이 2만원, 강습비는 24만원이다. 골프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뜨는 레포츠 요트로, 요트로!국내에서도 몇몇 부자들은 요트를 소유하고 있는 게 사실. 20억원에서 30억원을 호가하는 호화 요트는 모두 수입품이고, 국내에서 자체 생산한 것은 대개 3억원에서 4억원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다. 호화 요트는 대부분 주문 제작을 통해 만들어지며, 국내에서도 앞으로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형 요트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몇몇 고급 리조트에서는 요트 클럽의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이 3000만원에서 4000만원 선이라고. 앞으로 고급 레저문화의 보급으로 인해 각광받을 1순위는 다름 아닌 요트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특별한 매력을 가진 요트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레저 스포츠로서 어떤 위상을 지니게 될지 기대된다. 자료 제공 : 로로피아나 코리아(547-4281), 신화마린테크(424-5256), 충무마리나리조트(055-640-8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