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시장경제 체제다. 시장경제의 시장은, 아주 넓게 그리고 추상적으로 정의하면, 개인들의 상업적 거래들을 모두 합친 것이다. 그래서 시장은 아주 방대하고 복잡하고 끊임없이 변해서 누구도 그것을 제대로 그려볼 수 없다. 이 점에서 구조가 아주 간단하고 움직임도 이내 드러나는 정부와 대조적이다.자유로운 사람들의 자발적 거래들은 당사자들 모두에게 이익이 되므로 성립한다. 그래서 거래가 이뤄지면, 당사자들의 복지는 일단 늘어난다. 그리고 그런 거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는 상상하기 쉽지 않을 만큼 드물다. 자연히, 모든 자발적 거래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으면서 적어도 한 사람의 복지를 늘리는 ‘파레토 개선’을 이룬다.사정이 그러하므로, 시장에서는 불의나 부패가 원천적으로 적다. 자발적 거래들로 이루어진 것이니, 공정하지 못한 조건을 강요받는 경우도 없고 지속적 부패가 나오기도 어렵다. 시장에 대해 퍼부어지는 많은 비난들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아주 정의롭고 깨끗하다. 사회악으로 비난받는 투기까지도 큰 위험을 부담하는 거래라는 점에서 경제적 기능을 수행한다.반면 정부는 필연적으로 권력을 쥔 자들의 자의적 결정과 부패를 부른다. 액튼 경의 말대로, 권력은 부패한다. 그 권력이 국민들에게 배분된 경우에도 그렇다. 경제학자들이 ‘지대 추구(rent-seeking)’라고 부르는 행위들이, 즉 정치적 영향력을 통해서 보다 많은 이권들을 차지하려는 시도들이 끊임없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경제는 깨끗한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사람들이 재산을 모으는 과정을 살펴보면, 수많은 거래들을 통해서 조금씩 쌓아간다. 그 거래들은 모두 자유로운 개인들의 자발적 거래이므로, 거기서 나오는 이익은 모두 깨끗하다. 따라서 시장에서 모은 재산은 깨끗한 재산이다. 게다가 거래는 당사자들이 모두 이익을 봐야 성립되므로, 시장에서 재산을 많이 모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복지를 늘릴 기회를 준 셈이다. 모두 잘 아는 것처럼, 큰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길은 많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잘 채워 주는 상품들을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큰 재산을 모은 사람들에 대한 눈길이 곱지 않다. 갑부들이 영웅 대접을 받는 다른 나라들과 사정이 크게 다르다. 근본적 원인은 부패를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패는 늘 시장 밖에서, 즉 정부 부문에서 나왔음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정경유착’이라 불린 행태는 시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시장 밖에서 권력에 의해 이루어진 정치적 결정들이 시장의 경제적 결정들을 왜곡한 것에 다름 아니다.다른 모든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시장도 완전하진 못하므로, 시장에서 모은 재산들도 모두 순수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재산에 낀 때는 비교적 작다. 예컨대, 평생 변변한 일자리를 갖지 않고서도 큰 재산을 모은 정치인들의 경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시장에서 모은 재산은 현실에선 가장 깨끗한 재산이다. 아울러 그 재산은 그 주인이 사회의 복지를 늘렸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근년에 우리 사회에선 정부 부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시장은 점점 위축됐다. 그런 추세는 여러 모로 걱정스럽지만, 깨끗한 재산을 쌓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에서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