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IRNS

호주 케언스 공항에서 제일 먼저 사람들을 맞는 것은 훅 하고 불어오는 습한 기온이다. 호주 북부 적도 가까운 곳에 위치한 케언스는 열대 기후 지대. 그래서 1년 내내 기온은 대체로 높은 편이고 바람은 늘 얼마만큼의 물기를 머금고 있다. 한여름 한낮이면 섭씨 30도를 거뜬히 넘어버리는 날씨는 유난히 유럽인들을 비롯한 북반구 여행자들에게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다. 열대의 바다와 숲을 한꺼번에 만나는 즐거움을 간직한 곳이 케언스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합한 면적보다 훨씬 넓다는 산호초 지대도 케언스를 비롯한 호주 동부 해안 지역을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식생 역시 열대 우림의 그것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지형이 평지로 이루어진 호주 대륙이지만 이곳 케언스는 열대 우림 산지를 넓게 두르고 있다. 산이 가까워지면 어김없이 높다랗게 자란 나무들이 이루고 있는 빼곡한 숲과 만나게 된다. 특히 과거 벌목장으로도 쓰였던 북부 지대는 34km에 걸쳐 형성된 89만4000ha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미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다. 이 지역에 자생하고 있는 수종은 확인된 것만 3000여종. 세계 어느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희귀종도 적지 않다. 이 숲은 그 자체로 케언스 최고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한 눈에 이 우림 지역을 조망할 수 있으면서 산 정상까지 편리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곤돌라를 설치해 놓았는데, 이젠 이 곤돌라가 열대 우림에 버금가는 명물로 대접받고 있다. 7.5km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케이블카. 지상에서 종착역 쿠란다(Kuranda)까지 가는 데만도 45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사람들은 지상 100m 높이를 떠다니며 발 아래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숲과 저 멀리 해변의 모습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보게 된다. 열대 우림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곧바로 맞은 탓에 윗둥만 남기고 그 아래는 회색빛으로 말라버려 마치 수많은 꽃다발을 세워 놓은 듯하다. 낮은 구름을 뚫고 정상으로 오르는 순간은 덤으로 신비로움까지 선사한다. 곤돌라는 종착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두 번의 정류소를 지나게 되고 여기서 자유로이 내리고 탈 수 있다. 정거장에는 산책을 위해 숲 사이에 나무로 짠 데크를 길처럼 내 놓았고, 희귀한 수종에는 어김없이 상세한 설명을 달아 놓았다. 한 해 동안 암수가 바뀌면서 교배와 성장을 되풀이한다는 카우리 소나무는 50m나 자라 있어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지경. 예전에는 범선의 돛대로 쓰였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곳은 희귀식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오직 이곳에 서식하는 동물만도 25종. 특히 파란 얼룩무늬가 아름다운 ‘율리시즈’라는 이름의 나비는 이곳 열대 우림을 상징하는 곤충이다. 기념품점에서도 율리시즈를 테마로 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숲 사이를 지나다 보면 나뭇가지들은 아치가 되고 야생의 열매들은 마치 샹들리에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다. 자연은 제 힘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을 사로잡고 또 화려하게 변신할 수 있는 셈이다. 열대 우림은 끈적끈적하지만 머리가 맑아지는 진한 산소를 내뿜고 있어 삼림욕에도 그만이다. 케언스에 처음 곤돌라를 지을 땐 최대한 숲을 망가뜨리지 않으려고 케이블 기둥을 미리 조립해 헬기로 공수해 왔다고 한다. 숲속에 길을 내 공사를 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기둥을 지지하는 작업을 할 때는 피해가 불가피했다. 결국 선택한 방법이 최소한 요구되는 면적의 나무를 뽑아내 다른 곳에 옮겨 심고, 작업이 끝난 후 다시 제자리에 옮겨 심는 것. 개발을 미덕으로 알던 우리의 눈에는 바보스러워 보일지 모르지만 설명을 듣는 동안 관광객들은 잠시 할 말을 잊는 듯했다. 열대 우림 지역 내에 자리하고 있는, 그야말로 숲의 수도라고 말해도 좋을 쿠란다 마을은 자연과 사람이 가장 가까웠던 과거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 마을에는 4만년 동안 내려오는 원주민, 애보리진의 문화와 그들의 터전이 됐던 자연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테마 마을이 따로 조성돼 있다. 호주 전역과 세계 곳곳에서 케언스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이곳에 도착하면 본격적인 원주민 문화속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온 몸에 회칠을 하거나 원색의 보디 페인팅을 한 원주민들이 사람들을 안내한다. 호주를 말해주는 상징물의 하나인 부메랑과 창을 던지는 시범을 보여주는데 관광객들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속이 텅빈 굵은 파이프를 닮은 전통 악기 디주리두(Didgeridoo) 연주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무를 잘라 열대 우림 속에 내버려둔 채 불개미들이 속을 파먹게 해 악기를 만든다고 한다. 입술에 머금은 공기를 터뜨리며 소리를 내는 단순한 악기지만 자연의 힘을 빌려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다. 음의 길이와 높낮이, 빠르기에 따라 캥거루 따위의 짐승 소리까지 들려준다. 악기 표면에는 현란한 무늬를 일일이 새겨 놓아 그 자체로도 훌륭한 공예품으로 대접받는다. 호주 어디를 가도 다양한 길이와 음색의 디주리두를 기념품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캥거루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원주민들의 전통 춤극을 보고 나면 숲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는 열대 우림 탐험이 이어진다. ‘아미 덕(Army Duck)’이라 불리는 1940년대 수륙양용차를 이용하는데, 덕분에 좁은 숲길과 늪지대 어디건 못 가는 곳이 없다. 육중한 굉음과 함께 하늘을 가르는 정글 속을 헤쳐가는 동안 식물도감에나 나올 법한 희귀식물들을 보게 된다. 가이드는 종종 운전을 멈추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한국어 안내문에는 특이한 식물들의 이름과 특징이 적혀 있다. 나무 중간에 새집 같은 둥지를 두르고 있는 풍경이 시선을 끄는데, 그 자체가 엄연히 하나의 식물이다. 모양을 본떠 ‘바스켓 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생식물이다. 정글 탐험이 끝나면 호주의 희귀 동물을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작은 동물원으로 동선이 이어진다. 캥거루를 비롯 코알라, 웜뱃 등 호주의 야생동물들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새끼를 품은 채 아이들이 건네주는 먹이를 먹는 캥거루는 가장 인기 있는 동물. 뱀과 도마뱀, 악어 등도 이곳 동물원의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열대 우림 원주민들의 문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엔터테인먼트가 되기도 한다. 자푸카이라는 이름의 원주민 문화 공원은 쇼와 디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푸카이는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 가운데 가장 큰 종족 중 하나. ‘열대 우림에 사는 사람’이란 의미의 자푸카이는 4만년 동안 그 혈통을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자푸카이 문화 공원은 무엇이든 철저하게 관광객과 함께 즐긴다는 컨셉트로 운영된다. 낮 동안 민속촌에서의 부메랑 및 창던지기를 배우거나 디주리두를 불어 본다. 불을 피우는 의식이 행해지는 야외 원형극장은 디너쇼에 참가한 이들이 원을 그려가며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만찬 동안 무대에서 펼쳐지는 전통 음악극이 끝나면 관광객 몇 명을 불러내 원주민 춤을 함께 추거나 나무의 마찰을 이용한 불피우기 시합을 벌인다.케언스를 중심으로 퀸즐랜드주를 여행할 때 만약 그냥 지나칠 경우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곳이 있다면 바로 대보초(Great Barrier Reef) 지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해양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이곳은 무려 34만5000㎡의 호주 동부 연안에 펼쳐진 광활한 산호초. 하늘에서 내려다 본다면 일부러라도 그려낼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무늬를 투영하고 있다. 게다가 맑은 바다는 산호의 종류와 수심에 따라 마치 마블링을 해놓은 듯한 빛깔을 띤다. 다양한 열대어와 산호군락을 맛볼 수 있어 세계의 스쿠버다이버들이 몰려드는 바다. 1만여종의 해변동물과 350여종의 산호, 1500여종 이상의 물고기들이 이들을 반긴다. 산호초 지대에는 늘 바지선 한 척이 섬처럼 떠 있다. 이제부터 펼쳐질 다양한 바다 체험이 시작되는 곳이다. 스노클링과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있고 시 워킹, 반잠수정 해저 투어 등을 즐길 수 있다. 울긋불긋한 산호로 거대한 그림이 그려진 듯한 바다의 장관을 내려다 보는 헬리콥터 투어 역시 이곳에서 출발하고 샤워실과 탈의실 등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간단한 뷔페 점심이 끝나면 사람들은 바다 속으로 뛰어든다.10m를 조금 넘는, 그다지 깊지 않은 바다는 물이 맑아 저 밑바닥까지 물 밖에서도 훤히 들여다 보인다. 굳이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더라도 스노클링 장비만으로 바다 속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울긋불긋한 산호가 발 아래 피어 있고 열대어들이 무리지어 지나다 손 끝을 툭툭 건드리기도 한다. 숨막힐 듯 화려한 심해의 풍경은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아찔하다. 어른 몸집의 절반은 족히 돼 보이는 커다란 물고기들이 사람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눈 앞을 스쳐가고,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의 여유로운 유영을 관찰할 수 있다. 장난기 어린 누군가는 바다거북의 등을 붙들고 잠시 끌려가 보기도 한다. 한 번도 스쿠버다이빙을 해보지 않았다 해도 간단한 레슨을 받으면 더 깊은 바다 속에 잠겨 볼 수 있다. 또 배 밑바닥과 옆을 유리로 틔워놓은 반잠수정을 이용해 굳이 물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심해의 장관을 지켜볼 수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새들의 시선을 빌려 바다를 내려다보는 투어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프로그램. 오후가 되면 작열하는 태양에 바다는 더욱 밝은 빛을 띤다. 호주를 얘기할 때 어김없이 등장하던 대 산호초가 어우러진 풍경화가 한 눈에 생생하게 그려질 것이다. 무어 리프로 가는 도중 피츠로이섬에 1시간여 동안 정박하게 된다. 산호의 퇴적으로 생겨난 이 섬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그동안에도 바다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 이들은 바다로 향한다. 이곳에서도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해 줘 바다는 금세 원색의 수영복이 어우러진다. 사람들과 끝없는 수평선 및 푸른 바다는 정박한 유람선의 우아한 선체와 어우러져 그 자체로 아름다운 추억이 돼준다. 그 사이로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한가로운 대화와 발걸음이 지나간다.Travel Informationㆍ 케언스 가는 방법 인천~케언스간 직항편은 아직 없다. 그래서 오사카 간사이 공항을 거치거나 인천~시드니간 항공편으로 호주에 도착한 뒤 국내선을 이용해 케언스로 향할 수 있다. 시드니행 항공편은 아시아나, 대한항공 모두 이용 가능하다. ㆍ 환율 정보 호주의 화폐 단위는 달러다. 보통 ‘AUD’로 불리는데, 호주 1달러는 원화로 약 800원. ㆍ 더 둘러볼 곳 : 케언스 나이트 마켓 케언스 시내 중심가에는 나이트 마켓이 매일 밤 열린다. 일반 공산품이 아닌 오직 호주와 케언스에서만 접해볼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이 가득 채워진 곳. 캥거루와 악어 가죽 등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 카펫 등을 비롯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를 떠올리게 하는 모자, 부메랑, 디주리두 등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공산품들도 호주를 기념할 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호주 대륙의 지도와 캥거루, 코알라 등이 그려진 티셔츠, 컵과 배낭, 그림엽서, 인형 등을 비롯 야전 재킷 등 의류에 이르기까지 이곳에서 기념품 걱정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노란색의 교통 표지판 역시 빠지지 않는 아이템. 캥거루를 주의하라는 표시가 있는 유일한 나라가 호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