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다시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 이번에는 상인들이다.” 중국의 시사잡지인 랴오왕둥팡주간(瞭望東方週刊)은 작년에 중국의 북한 투자 러시를 빗대서 이같이 보도한 바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중국군이 압록강을 건넜지만 이제는 북한에 대한 투자를 위해 기업가들이 앞다퉈 도강하고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그 선두에 바로 원저우(溫州) 상인들이 있다. 작년 여름 북한 최대의 백화점인 평양 제일백화점 10년 임대권을 확보하고 5000만위안(약 62억5000만원)을 투자한 선양중쉬 그룹의 쩡창뱌오(曾昌飇) 회장이 바로 원저우 상인이다. 쩡 회장은 “7년을 기다려 평양 제일백화점 투자 사업을 따냈다”며 “지금이야말로 북한 시장을 선점할 절호의 기회”라고 단언한다. 베이징의 대북 무역컨설팅 회사인 차오화유롄(朝華友聯) 문화교류공사가 지난해 북한 투자설명회를 가진 곳은 원저우였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중소기업인들이 몰려들었다. 평양에서 택시사업을 추진하는 원저우 상인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업에는 7억 위안(약 875억원)이 투자될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족이 밀집해 있어 대 북한 진출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린성의 옌볜자치주에까지 원저우 상인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작년 가을 옌볜자치주의 주도인 옌지의 백산호텔에는 ‘원저우 상인 투자상담회 환영’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원저우 상인들은 옌볜에서 투자 기업들의 모임인 상회도 운영 중이다. 고수익을 좇아 움직이는 원저우 상인의 활기 띤 북한 사업 행보는 “대북 사업이 리스크도 크지만 기대되는 수익도 적지 않음”을 방증한다. “북한에는 의류 신발 전기 건자재 등 경공업 제품이 모자라는데 이 분야에 원저우 기업들은 경쟁력이 있지요. 게다가 중국은 현재 경공업 시장이 포화상태로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원저우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이 7월 말에 열리게 되면서 북한 사업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줄어 원저우 상인의 행보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원저우 상인의 북한 사업 행보가 시장논리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한다. 작년 4월로 시계를 잠시 돌려보자.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윈윈’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력에 적극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방중했을 때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약속한 대화 내용의 일부다.원 총리가 김 위원장에게 한 약속은 원저우 상인의 대북 사업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의 대 북한 투자는 1억달러를 넘었을 것으로 코트라는 추정했다. 지난 2003년만 해도 중국의 대북 투자는 고작 130만달러에 불과했다. 북한과 중국 간 무역액도 급증세를 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양국 간 무역액은 13억8521만달러로 전년 대비 35.4% 증가했다. 원저우 상인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앞당기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는다. 반면 중국이 북한을 자국의 경제권으로 흡수하는 데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꼬리표도 따라 다닌다. 실제 국제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인 중국은 북한의 광산 등 자원 개발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북 통일이 이뤄지더라도 북한의 경제권은 원저우 상인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기우만은 아닌 듯싶다. 우리가 북한을 투자 유망한 시장으로도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저우 상인의 북한 행보를 남의 일처럼 느긋하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