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금융위기의 극심한 한파에 시달렸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모처럼 완연한 봄기운이 돌고 있다. 특히 4월 초 합의된 G20(주요 20개국)의 1조1000억 달러 규모 초대형 경기 회복 공조 대책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앞 다퉈 경제성장 회복 관련 정책을 내놓으며 경기침체 속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세계 주요국 증시가 지난 3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반등세를 타고 있다. 아울러 달러와 엔, 유로 등 주요 선진국 통화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의 확산도 부활할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금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상품시장도 올해 안에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투자자들 사이에서 위험 자산으로 인식돼 기피 대상 1순위였던 글로벌 증시에 최근 다시 풍부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과 금융시장 안정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G20 등을 통한 글로벌 공조가 강화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MSCI신흥시장지수는 3월 2일 저점을 지나 현재까지 32.0% 상승했다. MSCI선진국지수도 3월 9일 저점을 기록한 뒤 현재까지 25.8% 올랐다.가장 주목되는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지난 3월 5일 6594.44로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미국 다우지수는 4월 초 8000선을 회복하며 상승 랠리를 이어오고 있다. 4월14일 미 다우지수는 8057.81에 마감, 3월 저점 대비 약 22% 급등했다.미 증시 강세의 가장 큰 요인은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월가 은행들의 올 1분기 실적 호전 기대감이다. 작년 9월 투자은행에서 은행지주사로 전환한 골드만삭스는 1분기 순이익이 18억10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웰스파고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0억 달러의 1분기 순익 전망치를 발표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가 깜짝 실적을 공개함에 따라 금융위기 진원지인 월가 금융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쳤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일본 증시도 정부의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4월 14일 8842.68엔에 마감된 닛케이225지수는 26년래 최저치였던 지난 3월 10일 이후 약 25% 올랐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10일 각료 회의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4000억 엔(약 200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재정투입 규모는 일본 국내총생산(GDP) 약 500조 엔의 3%다.이머징마켓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올 들어 약 22.5% 뛰었으며, 러시아 증시도 같은 기간 약 29% 올랐다. 인도 선섹스지수는 지난 3월 9일 8160.40까지 떨어졌다가 30%가량 반등, 현재 1만900선에 근접하고 있다.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1월 4조 위안(약 88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발표된 이후 약 40% 상승하며 2500대를 회복했다. 유동성 공급과 관련해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향후에도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4월 13일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1분기 은행들의 신규 대출이 4조5800억 위안으로 올해 전체 목표치(5조 위안 이상)에 육박해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인민은행은 농촌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더 늘리는 반면 공급과잉 업종이나 환경오염 업종에 대한 대출은 엄격히 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달러 및 엔화와 같이 싼 이자의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해 차익을 챙기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도 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랠리를 타고 본격적인 부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4월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부터 4월 10일 사이 달러나 유로, 엔화를 빌려 브라질이나 헝가리,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뉴질랜드 및 호주 달러를 샀을 경우 약 8%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3주간 수익 기준으로 지난 1999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규모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과 함께 제로(0) 금리 정책을 활용하고 있는 반면, 이머징 국가와 원자재 부국들은 금리가 12.9% 이상에 달해 투자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BNP파리바의 한스-귄터 레데커 외환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증시 실적은 캐리 트레이드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자산가격의 상승과 변동성 감소가 캐리 트레이드를 유도한다”고 말했다.캐리 트레이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로 청산이 잇따르며 지난해 엄청난 손실을 안겼지만 최근 주식과 이머징마켓, 상품시장 등으로 자금이 다시 이동하면서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와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피셔프란시스트리즈&와츠 등 세계 주요 금융사들은 캐리 트레이드를 적극 추천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는 ‘캐리를 다시 고려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외환 변동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캐리 전략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평가했다.최근 확실한 안전자산으로서 각광받고 있는 금 가격은 지난해 3월 온스당 1030.8달러의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강세로 전환, 지난달에는 다시 1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4월 들어선 6월 인도분을 기준으로 온스당 890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영국 바클레이즈캐피털에 따르면 금과 귀금속 등 상품 현물에 투자하는 전 세계 상품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자산 잔액은 지난 2월 말 현재 6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2.7배로 증가한 것으로, 상품 ETF가 세계 투자자금의 새로운 유망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ETF는 주가지수 등에 가격이 연동돼 상장 주식처럼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다.상품 ETF 투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불거진 2007년 하반기부터 급증했다. 상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일시 상품 ETF 잔액이 줄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특히 금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졌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ETF시큐리티스는 금 ETF 운용자산이 작년 말 현재 48억 달러로 1년간 55% 증가했다.상품 ETF는 투자된 돈으로 실제 상품을 구입한다. 뉴욕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된 금 ETF인 ‘SPDR골드셰어’의 경우 금 보유량이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30% 이상 증가, 스위스의 금 보유량을 넘어섰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