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로 보면 서울, 수도권, 지방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의 분양 환경을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린다면 회복 시 가격이 뛰는 것도 서울이 먼저다. 수도권에서는 대중 교통망이 정비되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히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 투자는 ‘진흙 속 진주 찾기’로 비유된다. 그런데 여기서 투자자들은 ‘진주’에만 너무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진흙’(불확실성)을 걷어내야만 가치 있는 투자 종목이라는 얘기다.미분양 주택은 주택업계에 뇌관이 제거되지 않은 폭탄과 같다. 국토해양부가 파악한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16만5599가구로 2007년 12월보다는 47.5%, 한 달 전보다는 1.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준공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 수는 4만6476가구로 1년 전보다는 167.2%, 한 달 전보다는 4.1%나 급증했다. 지난해 초반만 해도 지방 미분양이 문제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울,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심각한 경기위축으로 인한 미분양가구가 늘어나는 지금의 상황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닮은꼴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당시는 갑작스런 경기 침체로 건설업체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분양시장이 침체였지만 지금은 시장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 복잡하고 심각하다. 지방시장은 경기 침체라는 외적 변수보다 공급 과잉이라는 내적 요인이 미분양을 부채질하고 있다. 3~4년간 주택공급이 꾸준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치솟은 땅값과 건축비 등이 분양가 그대로 반영되다 보니 주변 시세와 분양가의 격차가 커지면서 미분양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정부가 총력전을 나서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지금 정부로선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자칫 미분양 문제가 건설사 연쇄 부도로 이어지면 실업률 증가와 실물경기 위축이라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관 양동 작전이라 표현할 만하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는 미분양과 관련된 세제 완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들이 대거 미분양 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미분양 해소에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그렇다면 미분양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미분양 투자 원리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라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분양시장이 꽁꽁 얼어있어 정확한 투자메리트를 분석하기는 힘들겠지만 건설업체들이 다급한 마음에 ‘땡 처리’하는 물건을 ‘싸게’사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의 미분양 시장의 원인을 단순히 경기 침체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방에서 미분양이 발생한 원인은 크게 △교통이 나쁘다 △세대수가 적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 △학군 등 편의시설이 좋지 않다 △주변에 혐오시설이 있다 △분양가가 비싸다 정도로 요약된다. 뭔가 이유가 있기 때문에 미분양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반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은 미분양 원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는 것부터가 미분양 투자의 첫걸음이다. 중요한 점은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다. 위의 6가지 기준에서 1~2가지는 미흡하더라도 나머지 기준이 자신의 투자원칙과 맞아 떨어진다면서 나름 차선책으로 사용할 만하다.지역별로 보면 서울, 수도권, 지방 순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의 분양 환경을 경기 침체 탓으로 돌린다면 회복 시 가격이 뛰는 것도 서울이 먼저다. 실제로 지난 2000년 외환위기 직후 미분양 시장도 서울부터 값이 뛰는 양상을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서울지역 미분양 물량은 분양 혜택만 뒤따른다면 3~4년 후를 대비해 그나마 괜찮은 투자처다. 강북구 미아동 경남아너스빌은 서울에서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맞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총 858가구로 지난 2000년 5월 서울 4차 동시분양에 참여해 대부분의 평형에서 청약이 미달됐다. 당시 이 단지는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도보로 15분가량 떨어져 있다는 것이 미분양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2003년 5월 입주 이후 이 아파트는 주변에 길음뉴타운이 조성되면서 86㎡(26평)가 1억1000만~1억4000만 원에 분양됐지만 지금은 매매가가 2억9500만~3억3000만 원으로 뛰었다. 142㎡(43평)의 분양가가 2억4300만~2억5900만 원이었는데 현 매매가는 5억2000만~5억7000만 원이다.수도권에서는 대중 교통망이 정비되는 곳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로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실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아파트 값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택지지구 내 들어서는 아파트는 생활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점이 있다.용인시 상현동에 들어선 만현마을 6단지 쌍용아파트는 외환위기 직후 155㎡(47평)이 2억5600만 원, 182㎡(55평)가 3억800만 원에 분양됐지만 대거 미분양 됐다. 하지만 지난 2001년 9월 입주 이후 두 평형 모두 매매가가 6억 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155㎡가 4억4000만~4억7000만 원, 182㎡가 4억8000만~5억5000만 원에 머무르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용인 전 지역이 약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양가 대비 투자 메리트는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구리 토평지구는 외환위기 당시만 해도 아파트 상당수가 미분양에 허덕였지만 8호선 연장이 확정되고 생활편의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구리시의 대표적인 주거단지로 거듭났다. 친환경성 여부도 따져볼 대목이다. 가령 남양주시 와부읍 도곡리 두산 위브는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서울 강남으로 1시간 이내 연결된 데다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현재 114㎡가 3억6000만~4억7000만 원, 178㎡는 6억~8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 단지는 남양주에서도 값이 가장 비싼 곳으로 분류되고 있다. 철도나 고속도로 개통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우선 고려대상이다.물론 실수요로 접근해야 하며 가급적 3~4년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 좋다. 정부가 추진 중인 양도세 관련 개정 세법도 2년 이상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에만 세제 혜택을 준다. 경기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만을 믿고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지방 미분양 투자방식은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힘들다. 하지만 대도시고 해당 지역에서 신흥중심지로 떠오르는 곳을 투자하는 것은 서울, 수도권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30% 이상 차이난다면 나중에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 통계로 살펴본다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50% 이상인 곳이 유리하다. 단기간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방에서 지금의 분양가는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전세 수요가 많은 곳이 유리하다. 최악의 경우 아파트의 실제 가치 기준이 전세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대형 건설업체가 시공했고 대단지라고 해도 임대수요가 얼마나 있는지를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대형보다는 85㎡ 이하 소형 평형이 유리하다.건설업체들이 제시하는 분양혜택도 선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프리미엄 보장제 등은 달콤한 유혹에 가깝다. 문제는 분양가의 적절성 여부다. 애초부터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된 곳은 아무리 좋은 분양 혜택을 내걸었다고 해도 실제 투자매력은 크지 않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도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과도한 부채는 상황에 따라선 독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가령 1층이 미분양 되는 경우가 많은데 세대 앞 녹지 공간을 내집 정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무조건 기피할 것은 아니다”면서 “소형 평형이라면 미취학 자녀를 둔 세대들에게 오히려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