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新 주거 트렌드 고급 임대주택
대한 공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크레센트(Crescent: 반원형 주택)는 중세 귀족 주택과 고급 주택의 대명사다. 17세기 이후 영국은 국왕으로 대표되는 중앙정부의 힘이 강해지면서 도시화가 심각해졌으며 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방에 드넓은 영지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하루빨리 중앙 무대로 진출, 세력을 확보하는 것이 이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을 수용할 만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데 있다. 결국 귀족들은 합벽식 주택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고, 이렇게 탄생한 크레센트는 현대 타운하우스의 기원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귀족들이 크레센트 스타일의 고급 주택을 무턱대고 매입했던 것은 아니다. 변화무쌍한 중앙 권력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고향행 마차를 타야 할지 모른다. 이런 이유로 초기 유럽 귀족 주택들 상당수가 임대로 운영됐다.임대주택이라고 하면 으레 서민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초창기 고급 주택이 임대로 운영된 것을 보면 ‘임대주택= 서민 주택’이라는 등식이 100%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 고가, 저가를 떠나 임대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다면 ‘고급 주택= 임대주택’이라는 등식이 얼마든지 성립될 수 있다.이런 가운데 최근 임대를 목적으로 건립되는 고급 주거 단지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임대로 고급 주택을 짓는다는 것은 1~2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했던 일. 그러나 최근 다주택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분양 주택의 메리트가 반감한 대신 임대 수요가 커졌다. 럭셔리홈갤러리 성기영 대표는 “대부분 영구 임대가 아닌 2~3년 후 분양 전환이 가능하게 돼 있어 시간을 갖고 매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살아보고 마음에 들면 추후 매입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선뜻 신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이래저래 부담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서는 ‘한남 더 힐’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최고급 임대주택 단지로 지난 2월 17, 18일 양일간 215~332㎡ 467가구를 대상으로 청약 접수를 받은 결과 2021명이 접수해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평균 경쟁률은 4.3 대 1을 기록했다. 경기 불황 속의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분양 결과다. 가장 큰 주택형인 332㎡에는 12가구 모집에 616명이나 청약해 5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시공을 맡은 금호건설은 “가구당 3000만~4000만 원씩 받은 청약금만도 700억 원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청약 결과는 분양 초기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2월 9일 모델하우스 오픈 이후 하루 평균 900명이 다녀갔고 청약 전 주말에는 3000여 명이 다녀갔다는 것이 분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금호건설이 시공하고 한스자람이 시행을 맡는 이번 프로젝트는 위치, 분양가 등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서는 한남 더 힐은 총 32개동 600가구가 들어선다. 87㎡형 133가구, 215㎡형 36가구, 246㎡형 131가구, 281~284㎡형 204가구, 268~303㎡형 60가구, 330~332㎡형 36가구다. 이 중 330~332㎡형 36가구는 복층형과 펜트하우스로 건립된다. 이번에 분양에 들어가는 물량은 215㎡ 이상 467가구이며 나머지 133가구는 하반기 분양이 목표다.한남 더 힐은 여러 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신개념 최고급 주거 단지다. 우선 이 부지는 일본 가루이자와, 미국 베벌리힐스, 영국 햄튼, 캐나다 로즈데일 등 세계 유수의 고급 주거지와 비교해 볼 때 손색이 없는 지리적인 장점을 확보하고 있다. 남산 자락에 위치한 단지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강변북로, 올림픽대로와 연결이 쉽고 한남대로를 통해 강남북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바로 앞 국내 최고급 주거지로 꼽히는 유엔 빌리지가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시행사 한스자람은 당초 이 부지에 짓는 최고급 주택을 분양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다 고가 분양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해 분양이 아닌 임대 방식으로 공급 방식을 바꿨다.한남 더 힐은 해외 유수의 고급 주거 단지처럼 게이티드(Gated) 빌리지 스타일로 건립된다. 용적률 120%를 적용해 지상 3~12층 규모로 시공한다. 내부 평면도 타워형, 플랫폼형, 플레이트형, 테라스형 4가지로 다양하며 입주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 내부 평면 타입도 무려 28가지로 다양하게 설계했다.최고급 주거 시설답게 지상부 전면을 녹지화해 조경 면적을 36.1%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가구마다 독립된 정원을 마련해 놓은 것도 눈길을 끈다. 입주민들을 위한 전용 스파 시설과 대형 병원과 연계된 헬스케어 시스템도 갖춰 놓고 있다. 또 케이터링과 청소를 대행해 주는 가사 지원 서비스도 예약제로 시작한다.한남 더 힐은 5년 임대로 지어지기 때문에 분양은 의무 임대 기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물론 임대 기간에는 취득세와 등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에서 자유롭다. 분양 전환은 2년 6개월 이후부터도 가능하다. 이때 입주민은 시행 업체와 별도로 감정평가사를 선정할 수 있으며 양측 감정평가사가 감정한 감정평가 금액을 기준으로 분양 전환 금액이 결정된다. 만약 임대 의무 기간 후 분양을 받지 않겠다면 임대 보증금은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한남 더 힐과 같은 임대주택은 분양 보증금과 월 임대료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임대 보증금은 14억840만~25억2070만 원으로 3.3㎡당 평균 2350만 원에 달한다. 월 임대료도 239만7000원~429만1000원이다. 여기서 관리비는 별도다. 어지간한 부유층이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낸다. 최고가 펜트하우스 332㎡를 전세 가격으로 환산하면 29억4970만 원에 달한다. 국내 공급된 임대주택 중 최고 수준이다. 초고가로 분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청약 열기를 기록했다는 것은 앞으로 고급 임대주택이 국내 상류층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방증한다.이 외에 성동구 성수동에도 최고급 임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숲과 강변북로와 인접해 있어 성수대교를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총 280가구를 공급하며 임대 보증금은 20억 원선에서 검토되고 있다. 고층 아파트로 지을 예정이며 분양 시점은 올 7월께다.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입소문을 듣고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 올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고급 임대주택이 특성화된 부동산 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의무 임대 기간 후 분양 전환률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한남 더 힐이 지금 당장 메리트는 크지만 2년후 실제 살아본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아 분양 전환률이 저조할 경우 자칫 고급 임대주택 시장 전체가 불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송창섭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