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 이후 각 단지나 주택 크기별로 평균 1억~1억5000만 원가량 호가가 급등했다. 한양아파트 109㎡(33평)형 매도 호가가 작년 말 9억5000만~10억 원 수준이었으나 발표 이후 11억 원대로 올랐다. 신현대아파트 115㎡(35평)형 역시 11억5000만~12억 원 남짓하던 게 13억 원 이하로는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울시가 지난 1월 발표한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방침의 가장 큰 수혜 지역으로는 강남구 압구정동이 첫손에 꼽힌다. 2005년부터 이 일대 단지별로 비슷한 콘셉트의 재건축 사업이 추진됐으나 서울시와 정부로부터 거부당해 좌초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서울시가 이 같은 민원을 전격 수용한 셈이 됐다.서울시가 개발 대상지로 확정한 압구정 지구는 한남대교에서 성수대교에 이르는 한강변 아파트 단지들이다. 구역 면적만도 115만㎡에 이른다. 이곳에 속한 단지로는 현대, 미성, 한양 등이 있다.서울시는 이들 단지를 3개 주구(Group)로 나눠 통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각 주구별로 최고 50층, 평균 4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을 짓는 대신 전체 대지 면적의 26~30%가량을 기부채납 받는다. 서울시는 이 부지에 일반 시민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대규모 공원과 복합 문화 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아울러 이 구간을 지나는 한강변 올림픽대로(2.2km)를 전면 지하화하고 제방을 따라 멀리 돌아가던 기존 도로 선형도 현재 현대아파트 단지 내부로 지나가도록 변경된다. 이와 함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에서 한강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보행 통로도 만들어진다.원래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는 다른 재건축 단지에 비해 가격 움직임이 둔감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재건축 연한에 도달했으나 중대형 평형이 많아 현재로서도 주거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파트 값이 워낙 고가여서 웬만해서는 구매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각 단지나 주택 크기별로 평균 1억~1억5000만 원가량 호가가 급등했다. 한양아파트 109㎡(33평)형 매도 호가가 작년 말 9억5000만~10억 원 수준이었으나 발표 이후 11억 원대로 올랐다. 신현대아파트 115㎡(35평)형 역시 11억5000만~12억 원 남짓하던 게 13억 원 이하로는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미성아파트도 105㎡(32평)형이 당초 8억6000만 원에서 9억 원대로 수직 상승했다.신현대아파트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추진되던 2005년보다 개발 계획이 상당히 구체적인데다 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현재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는 재건축 용적률 상향, 소형 평형 의무 비율 완화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지역 재건축 용적률 상한이 현행 230%에서 300%로 올라간다. 소형 의무 비율도 기존 2 대 4 대 4(전용 60㎡ 이하 대 60~85㎡ 이하 대 85㎡ 초과)에서 6 대 4(85㎡ 이하 대 85㎡ 초과)로 완화된다. 다만 이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비율은 광역 지자체인 서울시가 조례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용적률 상향은 서울시 산하에 설치되는 도시·건축 공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이뤄진다. 법안 검토 과정에서 서울시의 의사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안의 효과가 기대했던 것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하지만 강남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공성진 의원(강남을)은 최근 이러한 서울시의 심의 권한을 무력화한 새로운 개정안을 제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 의원의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 단지들은 서울시의 심의가 없더라도 자유롭게 300%까지 용적률을 올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또 임대주택 건설 의무도 폐지되며 중소형 의무 비율도 60%에서 50%로 종전 정부와 서울시 합의안보다 완화했다. 물론 두 개정안 가운데 하나의 안만이 국토해양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에 부쳐진다. 현재로서는 당초 합의안 대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 의원이 발의한 안이 작년 11·3 부동산 대책에서 밝힌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안과 취지가 좀 더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서울시의 이번 결정에 따라 압구정 일대 주민들의 재건축 기대감은 크게 높아졌지만 시가 요구한 26~30% 상당의 기부채납 비율을 놓고 주민들의 반발이 크다.실제 지난 2월 11일 강남구의 주관으로 압구정1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이 같은 불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한 주민은 “20~30년 전 아파트단지를 지을 당시 이미 도로, 학교 등을 기부채납했는데 이제 와서 또 4분의 1 이상을 내놓으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냐”고 서울시를 성토했다.결국 강남구는 이날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아파트의 높이는 최고 80층, 평균 50층으로 하고 기부채납 비율은 6~8%로 정하는 내용의 구상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가 당초 발표한 계획안보다 최고 30층, 평균 10층이 높다. 기부채납 비율은 물론 시의 가이드라인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강남구의 이 같은 방침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서울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서울시는 지난 2월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강남구 측의 구상안은 80층 높이의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는 종전 개발 방식에 따른 계획”이라며 “압구정동 지역의 경우 최고 50층, 평균 40층 높이에 25~30% 내외의 공공용지를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다만 “‘한강 공공성 회복’ 취지가 반영되도록 앞으로 강남구와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강남구도 예상외로 사태가 커지자 뒤늦게 해명 자료를 내고 수습에 나섰다.강남구 측은 “강남구가 서울시의 개발 방향에 대해 반대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재건축을 추진하는 절차로 주민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남구는 이어 “기부채납 비율, 층수 등 여러 사항에 대해 강남구의 확정된 입장은 아직 없으며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 “설명회에 나온 건축물의 층수는 스카이라인을 위해 평균 50층으로 서울시와 차이가 있으나 서울시와 협의해 조정할 계획이며 대지에 건축물이 차지하는 건폐율은 6.7%(서울시안 15% 내외)로 달라 서울시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논란은 기부채납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서울시가 앞으로 이 같은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어떠한 당근을 제시할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이호기 한국경제신문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