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간 교류가 많아지면서 세계화 혹은 국제화라는 용어가 유행이다.일상생활의 형태도 많이 변하고 있다. 우리의 평상복만 해도 한복에서 양복으로 바뀌었다. 양복은 서양의 옷으로 서양의 에티켓이고, 양식을 먹으려면 서양의 식탁 매너가 필수다. 나라 간의 빈번한 자본 이동은 국제통화 위기를 야기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은 이미 국경을 초월하는 세계화의 첨병이다. 이처럼 국제적 삶의 방식은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구성원의 상식이 됐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글로벌이나 세계화, 국제화라는 용어도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세계화, 즉 글로벌(Globalization)이란 각국의 국가 경제가 세계경제로 통합되는 것을 뜻한다. 즉, 국가 간에 존재하던 상품 자본 노동 정보 등의 장벽이 제거돼 세계가 거대한 단일 시장으로 통합돼 가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국경 없는 세계’를 의미한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 교수가 1983년 ‘The Globalization of Markets’란 기고문에서 “각국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상품을 생산, 공급하는 다국적기업의 시대는 가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글로벌 기업이 활약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로 인해 나라의 국경 개념이 무너지고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이 세계 소비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이처럼 글로벌화란 세계가 마치 하나의 지구촌처럼 국경을 초월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란 용어는 다른 나라의 국경과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이뤄지는 나라 간의 교류를 뜻하므로 그 의미가 다르다. 국경을 인정하고 경제 정치 문화적으로 여러 나라와 교류하는 것을 뜻한다. 작은 부족국가가 아니라면 다른 국가와의 관계가 생기게 마련이다.세계화와 국제화의 차이는 국경의 존재를 인정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 미처 개념 정리가 안된 상태에서 ‘세계화’를 목청 높이다가 결국 구호로 끝내고 임기가 되기도 전에 세계화란 용어 자체가 쏙 들어가 버린 일이 있다.예를 들어 어느 여주인공의 의상이 한복을 근거로 한 변형으로 한국적인 것을 국제적으로 통하게 디자인한 것이라면 이것은 한복의 국제화이지만, 어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생김새나 의상이 그어느 나라의 것도 아닌 유럽풍 같기도 하고 모호하지만 모든 나라에 거부감 없이 통할 수 있는 모양새라면 이것은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화는 국가 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률적인 규격, 규범, 가치관을 통용시키는 것을 뜻한다.이는 강한 국가의 규범이 세계적 표준으로 강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암시해 준다.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하거나 자국의 산업을 보호할 수 없게 되므로 자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세계화를 부르짖다가는 김영삼 정부처럼 자충수에 빠질 수 있다. 국경은 엄연히 존재하고 빈부 격차나 민족과 종교의 갈등도 있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역과 자본 자유화를 통한 글로벌화는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소득 분배의 불균형,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환경오염 등 부정적 측면도 있으므로 세계화는 강자의 국가 이익을 대변한다는 반론도 있다.하지만 글로벌화는 세계적 추세다. 약한 나라도 틈새와 보완적 시장을 활용해 빈곤 탈출의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타개할 능동적 지혜가 요구된다.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http://cafe.daum.net/yejeol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