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자산운용 ‘하이카멜레온주식형펀드’

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스타는 단연 삼성그룹주펀드와 배당주 펀드였다. 유례없는 급락장을 거치는 동안에도 두 유형의 펀드들은 가장 돋보이는 수익률 방어력을 보여줬다. 한국투신운용과 동양투신운용의 삼성그룹주펀드 시리즈는 지난해 연간 순위 ‘톱 10’을 모두 휩쓸었다. 우리CS자산운용 신영투신운용 등 주요 운용사의 대표 배당주 펀드들도 수익률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고배당 종목들은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 성장주에 비해 주가 하락 폭이 적기 때문이다.하이자산운용의 ‘하이카멜레온주식형펀드’는 삼성그룹주펀드와 배당주 펀드의 강점만을 모아 놓은 독특한 상품이다. 대표적 성장주인 삼성그룹 계열 주식과 가치주 영역의 배당주 사이를 오가며 시장 상황에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이 운용의 기본 전략이다.성장주와 가치주를 적절히 혼합한다는 측면에서 이 펀드는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성장주가 득세하는 강세장, 가치주가 상대적으로 힘을 내는 횡보장, 또는 약세장에서 골고루 안정적인 성적을 내겠다는 뜻이다. 하이자산운용에 따르면 이 펀드는 연간 수익률 기준으로 지난 2005년에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상위 15%, 2006년에는 상위 7%를 각각 기록했다. 2007년에는 52%로 평균 정도의 성적을 냈고 2008년에는 상위 1%에 드는 초강세를 보였다.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박재성 하이자산운용 인덱스운용팀장은 “매년 상위 20∼30% 수준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률을 지키는 것이 이 펀드의 목표”라며 “지난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너무 좋아 부담스러울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이 펀드는 초기에 삼성그룹주와 배당주 비중을 50 대 50으로 정해 놓은 뒤 시장 상황에 따라 두 부문의 비중을 조절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경기 사이클상 경기 저점에서는 배당주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삼성그룹주 편입 비중을 서서히 높인다. 경기 확장기 진입에 대비해서다. 따라서 경기가 호황 국면에 들어가고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하면 펀드 내 삼성그룹주 비중은 최고 80%까지로 올라간다.운용팀은 주가가 충분히 상승했다고 판단하면 반대로 삼성 계열사는 서서히 매도하는 대신 배당주 비중을 조금씩 높여나간다. 주가 하강 사이클에 접어들기 전에 선제적으로 배당주로 방향을 바꾸는 셈이다. 증시가 약세장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배당주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게 된다.이런 방식은 전형적인 역추세 매매기법(Contrarian trading)에 해당한다. 성장주가 정점에 다다른 국면에서는 성장주보다는 배당주 비중을 높이고, 반대로 약세장에서는 강세장 전환에 대비해 삼성그룹주 비중을 미리 올려두는 방식이다.펀드는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순차적으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고 가격이 싼 종목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되풀이한다. 따라서 이 펀드는 ‘고점 매도, 저점 매수’와 같은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적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시스템 펀드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특징이다. 펀드매니저의 자의적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액티브 펀드보다 인덱스 펀드처럼 기계적으로 주식 비중이 정해지는 패시브 펀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삼성그룹주로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 15개 계열 주식과 신세계 CJ 한솔제지 등 범 삼성계열 종목 등이 포함된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시가총액 비중 순서에 따라 편입한다. 박 팀장은 “삼성 계열 종목은 업종별로 대표주가 골고루 포진해 있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글로벌 기업들도 구성돼 성장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며 “특히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은 강세장에서 초과 수익을 내는 경향이 강하고 삼성화재 에스원 제일기획 등 내수 종목은 약세장에서 주가 흐름이 탄탄해 분산 효과를 함께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배당주 그룹에는 30∼40개의 종목이 편입된다. 하이자산운용이 구축한 배당 평가 모형에 따라 적합한 종목이 걸러진다.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이 높은 고배당주가 주 타깃이다. 평균 배당수익률이 3%를 넘고 배당성향이 30%를 초과하는 종목들이 후보군에 포함된다. 특히 배당가능이익도 중요하게 보는 포인트다. 박 팀장은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위주로만 종목을 고르면 지나치게 주가 변동이 낮은 주식에 치우치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배당이익 잉여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고 소개했다. 배당가능이익 규모가 큰 회사는 향후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높아 주가 상승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 유틸리티 건설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가능한 내수주도 고려 대상이다.운용팀은 3가지 기준에 따라 전 종목을 10등급으로 나눈 후 1∼3등급에 포함되는 종목을 대상으로 실제 편입 주식을 골라낸다. 상위 등급에 포함된 종목들이 특정 업종에 편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펀드매니저가 업종별로 종목을 적절히 분배한다. 예컨대 현대미포조선은 주가가 40만 원대라면 이 펀드의 편입 기준에서 벗어나지만 20만 원대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배당주 범주에 속해서 편입이 가능해진다고 운용팀은 설명했다. 배당주 구성은 대개 6개월마다 재조정된다.박 팀장은 “기본적으로 이 펀드는 가치주에 기반을 두면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높은 성장주의 잠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삼성그룹주와 배당주 내에서 자체적인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가 큰 동시에 고평가 주식을 매도하고 저평가 주식을 매수하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실행해 시장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요약했다.박 팀장은 “대개 액티브형 펀드들이 잦은 매매로 주식 회전율이 연간 200%를 넘지만 이 펀드는 60∼70% 수준으로 낮게 유지하고 있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가치주와 성장주에 적절히 분산 투자하면서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희망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펀드”라고 덧붙였다. 연간 회전율이 100%면 펀드 내 모든 주식을 1년에 한 번씩 교체했다는 뜻이다. 대개 가치주 성향의 펀드들은 연간 회전율이 100% 이하를 유지한다. 이 펀드는 하이투자증권에서 판매한다. 주식 비중을 30% 이하로 낮춘 채권 혼합형 펀드도 있다.글 박해영 한국경제신문·사진 이승재기자 bono@hankyung.com박재성 인덱스운용팀 팀장(왼쪽)과 팀원 최지윤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