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Talk Talk
퇴, 퇴직, 노후라고 하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휴식’ ‘건강’ ‘연금’ ‘여유’ 등의 긍정적 내용이 떠올라야 하지만 ‘경제력 상실’ ‘건강 문제’ ‘쓸쓸함’ ‘늙음’ ‘직업이 없어지는 것’ 등의 부정적 내용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 같은 현실은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생활에 급급해 노후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거나 대략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낙관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며 마음만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리라.실제로 2008년 6월에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은퇴 이후의 삶과 노후 대책’이라는 국제 콘퍼런스에서 영국 옥스퍼드대의 사라 하퍼(Sarah Harper) 교수는 한국인은 현재 노동인구의 3분의 1 정도만이 은퇴 후 삶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노후 소득, 질병, 장애 대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은 이미 은퇴한 사람이 은퇴를 앞둔 사람들보다 노후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더 적게 나타났다고 소개했다.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분을 노후 생활에 있어 가장 불안하다고 느끼고 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월 지출되는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 부담이 은퇴 준비를 가로막기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재 생활에 급급해, 혹은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에 주먹구구식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렇다면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바람직할까.첫째, 남녀의 평균수명을 고려한 노후 설계가 필요하다. 2008년 발표된 통계청의 국제통계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은 연령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이 남성보다 7~8년 정도 더 길다. 결혼할 때 보통 남녀 간의 나이 차가 3~5세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여성이 배우자 없이 살아가야 하는 기간이 평균 10년 정도 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은퇴 자금은 항상 마지막에 남아 있는 사람까지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둘째, 은퇴 이후의 소비 패턴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은퇴를 하면 직장에 근무할 때보다 적은 비용을 지출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노후 생활 자금의 흐름을 보면 실제로 은퇴 생활 초기 10년 동안은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황혼에 접어들면서 간병 자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연장되고 있지만 오래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전체 의료비 중 65세 이상 노인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더라도 2002년 19.3%, 2005년 24.4%, 2007년 28.2%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이와 같은 노후 생활은 크게 활동적 시기, 회상의 시기, 간호의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노후 설계를 할 때에는 이러한 자금 흐름의 특징을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먼저 활동적 시기는 은퇴 후 보통 2~10년 진행되는 시기로, 근로 기간 중 하고 싶었던 여행, 취미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하는 시기다. 게다가 아직 자녀의 교육, 유학, 결혼 등 자금 지출로 은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소비하게 되므로 계획적인 소비관리가 필요한 시기다.회상의 시기는 70대를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주거 규모를 줄여 가는 경향이 있다. 다른 은퇴 시기에 비해 필요 자금이 상당히 적은 특징이 있다.아울러 간호의 시기는 황혼의 시기로 75세 이상이 되거나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80대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상당수 사람들이 거동이 불편해지고 치명적인 병으로 인해 타인의 간호가 필요할 때도 있다. 결과적으로 은퇴 기간 중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활동적 시기를 대비한 여유 자금과 간호 시기를 대비한 간병 자금 등 노후 생활 자금 흐름에 맞는 노후 생활 자금 설계를 치밀하게 생각해야 되는 이유다.셋째,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자금의 준비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노후 자금은 기본적으로 부부 생존 기간 및 부인 독거 기간의 생활비 외에도 남편과 아내가 사망할 시점에 들어갈 의료비 및 은퇴 후의 취미·여가 생활비로 구성된다. 그런데 필요한 노후 자금은 물가 상승에 따라 그 필요 금액이 점점 증가하게 된다. 이를 충분히 고려해 필요한 노후 자금의 규모를 계산해야 한다.이처럼 노후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면 은퇴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기억해 둬야 할 원칙이 있다.우선 시작은 빠를수록 좋다는 점, 이른바 복리 효과를 염두에 둬야 한다. 30세 남성이 60세 은퇴 시점에 10억 원을 목표로 저축한다고 할 때 수익률을 감안하지 않고 계산하면 매달 278만 원(10억 원÷360개월=277만7777 원) 정도를 모아야 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마다 이자를 원금에 더해 다시 이자를 계산하는 복리 효과를 고려하면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30년 후에 10억 원을 만들기 위해 매달 복리로 계산하는 연 7% 금리의 저축에 들면 278만 원이 아닌 82만 원만 저축하면 된다.노후 자금 10억 원을 모두 저축으로 준비할 필요도 없다. 국민연금, 개인연금, 부동산, 기타 투자 자산 등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나 부동산으로 5억 원을 충당할 수 있다면 남은 5억 원을 위해 같은 조건으로 매달 41만 원만 저축하면 된다.그러나 만약 연 7% 수익률로 40세부터 은퇴를 준비한다면 어떨까. 매달 192만 원씩 모아야 한다. 다시 10년을 미뤄 50세부터 준비하면 무려 월 578만 원이 필요하다. 지금 바로 은퇴 생활을 위한 저축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투자수익률도 고려해야 한다. 복리 효과의 사례에서는 연 7% 월복리 상품으로 계산했지만 저축해야 할 금액은 수익률에 따라서도 크게 바뀐다. 30년 후 10억 원을 목표로 연 4% 상품이라면 144만 원을 저축해야 하지만 연 10% 상품이라면 44만 원에 불과하다.무작정 높은 수익만 추구하면 그에 따른 위험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기대 수익률이 높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밑돌 정도로 지나치게 낮은 금융상품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의 노후 준비는 일시금 형태로 자금을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적립식이므로 투자 기간을 분산해 리스크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은 주식이나 펀드 등에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많은 고객들이 저축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놓곤 하는데, 이런 분들은 증액 저축의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일단 현재 가능한 자금으로 저축을 시작한 뒤 소득 상승률에 따라 저축액을 매년 늘려가는 것이다. 소득 증가율이나 물가상승률만큼, 또는 10%씩 같은 방법으로 매년 저축액을 조금씩 늘려간다면 좋은 노후 준비가 될 수 있다. 결국 재무적인 노후 준비에 있어 중요한 점은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최대한 빨리 시작한 뒤 장기간 투자하되 그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따라갈 수 있도록 수익률을 높이는 운용이 필요하다.나아가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재무적인 준비 외에도 건강, 자원봉사 및 취미활동 등의 비재무적 분야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그중 건강은 가장 중요한 항목이 될 것이다. 혼자 준비하는 것이 힘들다면 각각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신체적 건강과 자산의 건강함을 도모해 차근차근 노후를 준비해 나가도록 하자.변승환 삼성생명 FP센터 팀장sh00.byun@sams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