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골프장-캐슬파인GC

렵기로 소문난 경기도 여주 캐슬파인GC. 첫 방문한 골퍼라면 호된 신고식을 각오해야 할 정도로 ‘난코스’다. 드라이버 샷을 하기에 부담스러운 홀들이 이어지고 코스 곳곳에 위험지역은 얼마나 많은지. 그렇다고 그린이 어디 만만하기나 하나.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골프의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하는 곳이다. 그러나 라운드를 마치고 나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친다. 스코어가 잘 나오는 골프장은 편하고 기분은 좋지만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다. 밋밋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골프장은 반드시 재도전하게 만든다.캐슬파인에서 라운드를 마치고 바로 골프장을 떠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른 골프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을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이다. 캐슬파인의 숨겨진 비밀은 바로 ‘맛’이다. 모 회원은 “캐슬파인은 1차 라운드보다 2차 식사가 더 만족스러운 곳”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골프장 클럽하우스 음식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시저스 샐러드, 닭날개 튀김, 훈제 오리, 김치 전골 등. 그 음식이 그 음식이다. 위탁을 맡기는 곳이 많다 보니 뻔한 음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캐슬파인은 클럽하우스 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한다. 좋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주방장 경력도 화려하다. 이철재(50) 주방장은 신라호텔에서만 20년을 근무했다. 이후 워커힐 호텔에서 3년간 있다가 3년 전에 캐슬파인에 합류했다. 26년이 넘는 노하우에서 나오는 음식은 만족도가 급상승한다.주방장이 오래됐더라도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면 훌륭한 요리가 탄생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주방장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음식을 창조해 내고 있다. 철마다 그가 선보이는 음식은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매년 봄이 되면 골프장에는 봄 냄새가 가득해진다. 30여 가지가 넘는 봄나물이 식탁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봄나물로 만든 비빔밥을 먹을라치면 새싹처럼 마음도 파릇파릇해지는 듯하다. 봄이 지나면 여름철에는 이탈리아 요리에서부터 중국식, 동남아식 등 각국 요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매주 요리를 바꿔가며 입을 즐겁게 한다. 가을이 되면 주방의 전설이 시작된다. 강원도 등지에서 들여오는 자연산 버섯 요리가 고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능이버섯을 주로 해서 만든 버섯전골은 압권이다. 어떤 회원은 캐슬파인의 음식 맛이 좋아 회원권을 샀다고 할 정도다.음식이 맛있다는 이유로 연말 모임을 이곳에서 여는 사람들도 많다. 클럽하우스 옆에 숙박 시설도 마련돼 있으니 맛있는 요리와 와인으로 숲 속에서 연말 송년회를 갖는 것도 아이디어일 듯하다. 캐슬파인은 어려운 골프장으로 정평이 나 있지만 ‘맛있는 골프장’이라는 평가도 따라붙는다.지난해부터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팔기 시작해 ‘빅 히트’를 쳤다. 이 버섯전골을 먹기 위해 라운드를 오는 골퍼들이 많다.능이버섯은 ‘일(一) 송이, 이(二) 능이, 삼(三) 표고, 사(四) 석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송이버섯 다음으로 치는 귀한 버섯이다. 강원도 홍천 양양 고성 등의 산지에서 직접 딴 것들 가운데 최상품만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모둠 전골에 들어가는 버섯은 능이버섯과 함께 밤버섯 싸리버섯 송이버섯 먹버섯(까치버섯) 개암버섯 외꽃버섯 등 다양하다.버섯전골이 식탁에 오르면 일단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은은한 버섯향이 입에 군침을 돌게 한다.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으면 진한 맛이 온몸에 전달된다. 사골 육수를 사용해 마치 보양탕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버섯전골이 갖고 있는 가벼운 맛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고나 할까.버섯을 입에 넣으면 복합적이고 미묘한 맛이 기막히다. 은은한 송이버섯의 향도 일품이다. 드문드문 씹히는 도토리수제비는 쫄깃해서 맛나다. 감자는 거의 으깨질 정도로 푹 삶았다. 감자가 익으면서 국물 맛을 부드럽게 하는 역할도 한다. 4인 기준으로 6만5000원이다.글 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