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님 오신 날에 무명(無明)을 밝히고자 연등을 켜듯, 12월이 오면 교회는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거행하고 세상은 온통 캐럴과 함께 수많은 색깔의 전구들이 뿜어내는 영롱한 빛의 홍수에 잠긴다. 이 황홀한 축제는 빛으로 오신 분의 탄생을 상징하는 뜻이 담겨 있으며, 이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천들만의 축제가 아니다. 그리스도로 오신 예수, 그분이 빛으로 왔음을 기록한 성서를 펼쳐보는 것도 이 계절에는 의미가 있으리라.창세기 1장을 열어보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칭하시고 어둠을 밤이라 칭하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신약 요한복음은 이렇게 적고 있다. ‘생겨난 모든 것이 그에게서 생명을 얻었으며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 빛은 곧 하나님이며 그 빛이 이 땅으로 인류의 구속(救贖)을 위해 오신 것이다.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서의 말씀을 받들어 가톨릭 성당에서는 2월 2일의 ‘주의 봉헌축일’에 초의 축성 행사가 있다. 이날 축성된 초는 1년 내내 교회와 집에서 사용한다. 특히 미사 전례에 따라 키가 다른 초를 사용하거나 색상을 구별하기도 한다. 가정에서도 기도할 때 초를 켠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영혼을 밝게 비치는 청신한 힘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일까. 유사 이래 모든 지역에서 종교의식에는 촛불이 이용된다. 초는 의식상 필수품이며 때에 따라 그 이상의 종교적 의미가 있을 때도 있다.예루살렘의 성전에는 구약성서의 기록대로 7개의 가지를 가진 큰 촛대, 캔들라브라(candelabra)가 장식돼 있었으며 티투스황제의 개선문에 그 촛대가 부조(浮彫)돼 있기도 하다. 17~18세기 궁정 및 살롱의 사교계에서는 은·도자기 등을 재료로 한 바로크와 로코코양식의 촛대가 화려한 실내장식용으로 사용됐다. 비슷한 시기에 유리를 이용한 샹들리에가 등장했으며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전기 등 조명기구의 발달로 촛대는 상징성을 가지게 됐다.촛대의 종류도 많아서 가지가 많은 경우 지란돌(girandole)이라고 하거나 캔들라브라라고도 한다. 캔들 스틱의 소재는 유리와 도자기, 목재, 브라스와 브론즈, 아이언, 퓨터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외에 피아노에 달려 있는, 접을 수 있는 디자인의 피아노 스콘스(sconce)가 있으며 벽에 달려 있는 월 스콘스도 매력적인 컬렉션이다.“마침 가스등을 켜는 시간이어서 제복 입은 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좁은 돌길 양쪽에 서 있는 고풍 그대로의 가스등을 한 등 한 등 긴 막대기를 사용해 켜가고 있었다. 더욱 짙어진 안개와 어둑어둑한 모색 속에서 그 등이 하나씩 하나씩 켜지던 광경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짙은 잿빛 베일을 뚫고 엷게 비치던 레몬색 불빛은 언제까지나 내마음속에 남아 있다. 내가 유럽을 그리워한다면 안개와 가스등 때문인 것이다.” 전혜린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통해 접한 가스등의 이미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전기등이 출현하기 전 시대인 가스등 시대(gaslight age)는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삶을 바꿨다. 그리고 클린 에너지로서 종전까지 사용하던 석탄을 대체함으로써 도시의 공기조차도 맑아진다. 한편 야간 생활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자 다양하고 새로운 업종이 나타나게 된다. 생활 패턴이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스등의 시대는 한 번에 온 것은 아니다. 여러 실험과 극복해야 할 기술의 한계를 넘으면서 우리 곁에 온 가스등은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앤티크로 남아 있다.앤티크 마니아들에게서 램프는 매력적인 컬렉션에 속한다. 기름등잔은 초기의 유대인, 그리스인, 로마인이 사용했다. 광유(鑛油)가 사용된 첫 번째 사례는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 언급됐는데, 그는 광유가 아드리아해 연안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후 다양한 종류의 등잔이 14~17세기에 사용됐으며 1784년 스위스의 물리학자 에메 아르강은 램프를 특허 출원했다. 그는 둥근 유리 등피가 불꽃의 깜박거림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아르강 버너는 당시까지 인공조명에서의 가장 큰 진보였다. 1800년 버트랜드 G 카셀은 심지에 기름을 올리는 데 태엽 펌프를 추가함으로써 빛의 지속성을 증가시켰다. 19세기 후반에는 기름등잔에 많은 발전이 있어서 가정용으로는 좀 더 세련돼졌고 공업용으로는 더 효율적으로 진전됐다. 이때 개발된 등유 등잔은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지역에까지 널리 이용됐다. 앤티크 램프를 컬렉션하려면 먼저 제대로 불을 밝힐 수 있는지 봐야 하고 유리 갓이나 호야(남포등)가 오리지널인지 혹은 깨졌을 때 같은 모델을 구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등을 다루다가 깨졌을 때 같은 것을 구하지 못할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라틴어 칸델라부룸(candelabrum)에 어원을 두고 있는 샹들리에는 매달려 있는 등을 의미한다. 샹들리에의 원형으로는 여러 개의 오일 램프를 나무 테 등으로 고정해 매단 형식을 들 수 있는데 중세의 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로마시대로부터 중세에 이르러서는 도기나 글라스 램프를 다는 것도 널리 유행했다. 중세에는 오일 램프에다 양초도 보급돼 샹들리에의 형식에 큰 영향을 줬다. 특히 16세기 이후 군주나 부유한 시민들은 궁전과 저택의 홀을 호화로운 샹들리에로 꾸몄다. 이 경향은 18세기 프랑스의 로코코 양식에서 절정을 이렀고 예술적으로도 뛰어났다. 크리스털이나 투명 유리의 드롭 장식을 달아 빛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화려한 공간을 연출했던 베네치아 글라스 샹들리에는 궁전에서 앞 다퉈 사용했다.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샹들리에는 오래도록 조명 기구의 여왕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앤티크로서의 샹들리에는 19세기 후반이거나 20세기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컷의 크리스털이 조각으로 달려 있어 다룰 때 주의해야 하고 특히 크리스털 조각들이 완벽하게 제 것이 달려 있는지 꼭 살펴봐야 한다. 조각을 분실했을 때를 대비해 구입처로부터 여분을 구하거나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잘 고르면 아파트 같은 공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프랑스 샹들리에를 찾을 수 있다. 현대의 단순한 등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황홀감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1. 아르누보 스타일의 테이블 램프. 브론즈를 이용한 조각 작품으로서도 가치를 느끼게 한다.2. 마담 퐁파두르가 즐겨 사용한 세브르 캔들 스탠드. 당시 새로운 소재로 떠오른 중국식 자기를 사용해 촛대를 만들었다.3. 아르누보 스타일의 캔들라브라로 유리와 메탈이 조화를 이루면서 식물의 피어나는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불을 밝히지 않을 때도 아름다운 장식품으로 손색이 없다.4. 1900년 헥토르 기마르가 디자인해 설치한 아르누보 스타일의 등불. 아직도 프랑스 파리에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메트로 입구를 장식한 등이다. 당시의 유명한 화가인 클레멘트의 그림으로 불빛 아래는 연인들의 로맨틱한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5. 파리의 다리를 빛내는 러시아의 알렉산더 3세가 1900년 박람회를 기념해 기증한 아름다운 가로등.6. 어둠이 찾아오자 파리의 가로에 서 있는 가스등에 제복을 입은 점화원이 점화하는 풍경을 보여 준다.7. 아르누보 테이블 램프로 메탈과 유리 장인이 함께 제작하는 프랑스 전통에 따라 만들었다.8. 카메오 유리로 제작한 빅토리안 시대의 오일 램프. 오일 램프는 가격이 아직도 저평가되고 있는 편이이서 컬렉션하기 좋다.9. 미국의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티파니가 디자인해 제작한 테이블 램프로 공작을 모티브로 했다. 진주 빛 유리 갓, 브론즈로 그물망상 처리된 제이드 그린 유리 기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10. 천사가 하늘로부터 들고 오는 꽃을 형상화한 홀 라이트. 매우 장식적인 4개의 등불이 달려 있다. 넓은 홀의 천장에 길게 늘어 매달아 놓는다.11. 템프테이션(temptation) 즉, 유혹이라는 이름의 아르누보 스타일 램프. 당대의 가장 유명한 메탈 아티스트인 에드가 브런트의 작품이며 유리등은 돔 형제가 만들었다.12. 빅토리안 시대의 가스등. 중세 성에 설치한 시링 램프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6개의 등은 가스 배관과 연결해 빛을 발한다.13. 유럽 궁정들에 사용된 웅장한 빈 샹들리에.14. 이국적 취향의 아르누보 스타일로 가운 차림의 매혹적인 여인이 들고 있는 중국풍의 랜턴이 불을 밝힌다. 유리 등은 돔 형제가 제작했다.헤리티지 소사이어티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 아카데미 대표. 앤티크 문화예술기행, 유럽도자기 저자.영국 엡버시 스쿨, 옥스퍼드 튜토리얼 서비스 칼리지 오브 런던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