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초기에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45세의 한 위암 환자는 1년 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을 땐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석 달 전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최근 절제 수술을 받았다. 예전에 비해 수술 기법이 발달했고 회사의 배려로 무리한 업무는 피할 수 있었기에 수술 후 1년여를 큰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암은 발생 부위, 조직학적 특성, 환자 신체 상태에 따라 증식 또는 전이하는 속도가 천양지차다. 그러나 암의 증식 및 전이 경향은 연구 결과마다 다르고 그 어느 의학자도 이를 두고 장기간 깊게 연구한 이가 없다. 왜냐하면 암 환자의 진단 후 생존 기간이 짧은데다 환자 사후 연구에 응할 가족이 드물 뿐더러 의사들도 이런 연구가 의학 발전에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씨앗 같은 암이 성장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1cm 크기(무게 1g, 암세포 수 10억 개) 이상으로 자라는데 5∼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느 암이든 짧게는 6∼9개월, 길게는 2∼4년이면 위협적일 정도로 암이 증식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간의 흡연 음주 비만 감염 스트레스 등으로 몸이 황폐해진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매년 암 검진을 받는 게 좋을 것이다.암은 정상 세포가 발암물질 등에 의해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 생긴다. 정상 세포의 변이를 촉진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될 때보다는 변이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비활성화됐을 때 암이 발생하기 쉽다. 어떤 경우에 암 억제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지는 연구돼 있지 않다. 다만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의 70% 정도는 흡연 감염 음식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며 유전적 원인은 5%에 불과하다. 따라서 금연 체중감량 위생청결 등 생활양식의 변화, 암 유발 물질에 대한 회피, 감염 질환 예방 등이 암 예방의 필수조건이다. 의학자들은 스트레스가 직접 암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암을 일으키는 다양한 조건에 스트레스가 겹치면 암의 전이나 증식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암 검사는 효율성과 시간, 경제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소홀해도, 너무 자주 해도 안 된다. 다만 암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위암은 짜게 먹고 가족력이 있으며 용종이 발견된 경우 1∼2년에 한 번씩 위내시경을 검사받고 예방해야 한다. 10년 이상 흡연한 40대 이상이라면(간접 흡연도 포함) 1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해 폐암을 조기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1cm 이하의 작은 결절로 보이는 조기 폐암을 발견할 수 있다.50세 이상이라면 무조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대장에 선종(암이 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음) 또는 용종이 생겼거나 염증성 장질환을 장기간 앓았거나 대장암 가족력이 있으면 대장암 위험이 높으므로 1∼2년 간격으로 실시하는 게 좋다. 피가 대변에 섞여 대변 색깔이 검붉은 기가 돌거나 과식 과음으로 비만한 사람 또한 마찬가지다.간경변, 간염 바이러스 등을 갖고 있는 사람은 6개월마다 간초음파 검사를 하고 간암에서 분비되는 혈청알파태아단백(AFP)을 측정해 봐야 한다. 유방암은 초음파 검사와 유방X선 촬영술(맘모그람)로 점검해 보면 된다. 전립선암은 전립선특이항원(PSA)으로 대략의 위험도를 가늠할 수 있다.그러나 췌장암 신장암 등은 전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힘들다. 국내 환자가 많은 위암이나 간암은 치료법이 다양하고 치료 성적이 서구 선진국을 웃돌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드문 이들 암은 마땅한 치료법도 개발돼 있지 않다.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