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Talk Talk
합 자산관리를 업(業)으로 하는 필자에게 최근들어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은 바로 펀드의 환매 여부다.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2004년 말까지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진 탓에 막대한 자금이 시장에 공급됐고, 이러한 자금들은 부동산과 주식 등 투자 자산으로 유입됐다.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은 계속 상승하게 됐으며,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그러나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의 영향에 따라 2007년 11월을 정점으로 주식시장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수년간 많은 자본 이득으로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낮았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바라봐야만 했다. 단기간에 진행된 급락으로 자기방어(Self-Defence)를 위한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더욱 컸다.환매 시점을 놓쳤던 투자자들은 이제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거의 1년간의 하락을 경험하자 원금 손실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게 된 것이다.투자 심리학적으로 볼 때 일반 투자자들은 수익보다 위험을 2배나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지금과 같은 주가 하락기에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회가 안고 있는 위험이 기대 수익보다 2배나 더 커 보인다는 얘기다. 따라서 위험이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현재의 투자시장에서 원금 회복에 미련을 가지기보다는 환매를 통한 심리적인 안정을 추구하게 된다.그러나 이러한 투자 패턴은 매우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 지금이 바닥인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하더라도 보유 자산을 가격이 낮아진 현시점에서 환매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환매 시 확정되는 손실 규모와 그 손실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도 필요하다.우선 첫 번째 사례를 통해 장기 투자의 원칙이 왜 중요한지 한번 검토해 보자. 하루 변동 폭이 상승과 하락 똑같이 각 10%인 경우다.“1억 원에서 10% 하락한 이후 10%가 상승했다면 고객의 자산은 얼마가 됐을까요.” 이 같은 질문에 대다수 고객들은 당황하는 표정을 지으며 당연히 원금은 될 것이라고 답한다. 같은 비율로 하락과 상승을 반복했으니 원금은 됐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그러나 투자 금액을 가지고 계산해 보면 10% 하락과 10% 상승을 두 차례 반복하면 결국 100만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투자자가 하락장에서 보다 민감하게 자산관리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최근 주식시장을 감안하면 어떻게 될까.보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억 원을 투자한 이후 5일 연속 15%가 하락했다면 원금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또 이 상황에서 매일 15%가 상승한다고 가정한다면 투자 원금 1억 원이 되는 데는 이론상으로 하루가 더 걸린다. 동일한 비율로 상승과 하락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금액의 크기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나아가 만약 4437만 원이 된 상황에서 투자자가 손실을 확정(매도 또는 환매)하고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세전 7%의 예금에 재투자한다면 어떻게 될까. 원금을 회복하는 데는 14년 정도가 소요된다. 단리가 아닌 복리로 투자했을 경우를 고려한 결과다. 결국 투자 자산에서 손실 난 부분을 다시금 찾기 위해 안전 자산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환매를 선택한 고객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한 검토 없이 시장의 공포에 짓눌려 감정적으로 손실을 확정한 경우가 많다.과거가 미래를 완벽하게 설명해 줄 수는 없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1929년에 발생한 대공황을 제외하고는 하락 이후의 회복 기간이 평균 2~3년 정도임을 확인할 수 있다.따라서 이번 금융 불안기를 통해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에 대한 원칙들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을 것을 권유하고 싶다.첫째, 투자자의 연령과 투자 자금의 성격(은퇴 자금, 예비 자금, 투자 자금 등)에 따라 자금을 분산하기를 바란다. 이 가운데 연령이 많은 투자자는 은퇴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요구된다.둘째, 세금적인 측면에서 본인의 자산 증식(Growth of Asset Planning)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자산 이전(Transfer of Asset Planning)을 통한 증식에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상속세 납부가 예상되는 투자자라면 수익률 증대보다는 절세 전략 수립이 우선적이다. 자녀에게 자산 이전을 실행하는 게 자산을 늘리는 계획보다 먼저라는 얘기다.마지막으로,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과도한 비관주의는 경계하는 게 좋다.금융시장에서부터 파생된 위험이 실물시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실물경제를 체험하고 있는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불안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에서 보듯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사납던 태풍은 가라앉고 시장은 그 기능을 회복한다.아울러 2009년 2월 이후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된다. 금융시장에 더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는 것이다.수익률 달성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그 상품이 가지는 위험에 대해서도 냉철한 판단이 더욱 요구된다.삼성생명 FP센터 정상곤 팀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