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템플턴글로벌주식형펀드

때 패닉 상태로 치달았던 글로벌 증시가 서서히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의 발 빠른 정책 공조가 큰 몫을 했다. 코스피지수도 잇따른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바닥을 다지며 상승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올해 펀드시장은 국내와 해외 부문 모두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다. 특히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 이머징의 비중이 큰 펀드들은 원금 손실 폭이 커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해외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선진 증시를 중심으로 분산 투자한 상품들은 비교적 손실을 줄이며 선방했다.‘템플턴글로벌주식형펀드’는 가치 투자의 원조로 잘 알려진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대표적인 글로벌 상품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홍콩 호주 싱가포르 한국 등 각국에 진출한 프랭클린템플턴 현지법인에서 33명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이 펀드 운용에 공동으로 참여한다. 펀드 운용의 전체 책임은 홍콩에 있는 아시아본부가 맡고 있다.이 펀드에는 지난 7월 95세를 일기로 타계한 존 템플턴 경의 투자 철학이 그대로 녹아 있다. 역발상의 투자를 강조해 온 템플턴 경은 “군중심리가 만들어 내는 탐욕과 공포로부터 멀어지라”고 항상 강조했다. 내실이 있지만 시장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우량 주식을 낮은 가격에 사 모아 끈질기게 기다린 후 높은 가격에 파는 것이 템플턴 경의 전형적인 투자 방식이다. ‘템플턴글로벌주식형펀드’ 운용팀 역시 이런 원칙에 입각해 기업의 내재 가치에 초점을 맞춰 종목을 골라내고 있다.9월 말 기준으로 펀드에 편입된 종목을 국가별로 나눠보면 미국이 32%로 가장 많고 영국(19%) 프랑스(10%) 네덜란드(7%) 스위스(6%) 독일(4%) 일본(4%) 싱가포르(3%) 등 선진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운용팀은 그러나 의도적으로 선진국 주식 위주로 편입하지는 않는다. 프랭클린템플턴 한국법인에서 이 펀드를 담당하고 있는 백상훈 차장은 “글로벌 경제 전망에 따라 나라별로 비중을 결정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 대신 기업의 펀더멘털을 먼저 따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사전에 정해진 비중은 없다”며 “업종별로도 대개 글로벌 펀드들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의 산업별 비중에 맞추지만 이 펀드는 이런 가이드라인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예를 들어 이 펀드는 9월 말 기준으로 펀드 내 주식 중 16.6%를 제약 바이오 등 헬스케어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MSCI 월드지수의 헬스케어 비중(9.6%)보다 7%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통신주 비중도 15.5%로 MSCI 월드지수 내 통신 업종 비중을 10%포인트 이상 웃돈다. 반면 금융 업종은 7%포인트, 소비재 업종은 6%포인트씩 MSCI 월드지수 비중보다 줄였다.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는 펀드인 만큼 운용팀은 펀드 수익률을 비교하는 기준인 벤치마크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하게 기업의 내재 가치 위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종목별로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2.79%로 가장 비중이 크고 프랑스텔레콤(2.53%), 화이자(2.16%), 스페인 통신 기업인 텔레포니카(2.16%), 싱가포르텔레커뮤니케이션(2.02%)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백 차장은 “일반적인 해외 펀드들이 금융주와 에너지 관련주에 많이 투자한 것과 달리 이 펀드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중시한 결과 통신주와 제약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며 “덕분에 올해 하락장에서 손실이 비교적 적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9월의 경우 펀드의 벤치마크인 MSCI 월드지수는 13.85% 하락한 반면 이 펀드는 6.03% 하락으로 선방했다. 실제 금융 업종에서는 AIG만 보유 종목 리스트에 올랐을 뿐 리먼브러더스, 패니메이, 프레디맥, 워싱턴뮤추얼 등은 빠졌다. 또 에너지주 비중도 낮아 석유 등 천연자원 가격 하락의 영향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백 차장은 “제약주의 경우 주가수익률(PER)과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고 현금 흐름이 좋은 우량종목 위주로 꾸준히 투자했다”며 “헬스케어 부문은 고령자가 많아지는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감안해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프랭클린템플턴의 글로벌 주식팀은 당분간 증시가 바닥을 다지며 횡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 경색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게는 내년 하반기까지도 주요 국가의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증시 반등 기회는 이보다 일찍 찾아올 수도 있다고 운용팀은 기대하고 있다. 백 차장은 “과거를 돌이켜 보면 주식시장은 전반적인 경제 회복이 시작된 후가 아니라 시작되기 전에 이미 반등에 들어갔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며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를 예로 들어보면 1929년 이후로 약세장 후 1년 안에 37%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최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인플레이션이 진정세로 접어든 것도 희망적이라는 분석이다. 물가가 안정되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책을 쓸 여유가 생겨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기대수익률은 2∼3년 전보다는 다소 낮춰 잡아야 한다는 것이 운용팀의 입장이다.백 차장은 템플턴 경이 남긴 ‘약세장과 비즈니스적 공황은 둘 다 일시적이다. 사람들은 영원히 비관론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말을 예로 들었다. 템플턴 경의 투자 지침에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가장 겁에 질려 있고 비관적으로 여기는 곳을 살펴봐야 한다’는 말도 들어 있다.백 차장은 “지금까지 약세장은 호재와 함께 끝나지 않고 오히려 악재 속에서 끝났다는 점과 최근 시장에는 악재가 훨씬 더 많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비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바로 가장 훌륭한 투자 적기라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 투자자들이 올해 급락장에서 예상외로 손실을 봤다고 해서 실망할 것이 아니라 길게 보면 지금이 저가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 이 펀드의 운용 전략이므로 적립식으로 꾸준히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글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bono@hankyung.com글로벌 자산배분운용팀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리서치 애널리스트 백상훈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