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석 옴니시스템 대표
침원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전력 및 수도 사용량을 측정하는 일은 여간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낮 시간에 일터로 나가 집안에 사람이 없는 단독 가구나 맞벌이 부부의 경우 수개월 동안 검침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옴니시스템은 이 같은 기존 기계식 계량기의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원격 검침기 시장에 뛰어들어 현재 국내 디지털 계량기 시장 1위(시장점유율 57%)를 달리고 있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등 전력 및 건설사가 주요 고객이다. 특히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력에 대한 차등요금제 적용을 위해 공업용 전력량계를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있고 가정용도 2015년까지 전자식 교체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시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힌다. 이 회사 강재석 대표는 “전자식 전력량계 시장은 초기 도입기에서 성장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특히 기존 기계식의 측정 오류나 의도적 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전력 효율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한국전력의 일반 가정 디지털 계량기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기계식 검침에는 검침 방식이나 개별 가구 방문 과정에서 상당한 오류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등 검침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특히 최근 공동가구의 보안이 강화되면서 검침원이 직접 방문하는 검침 방법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전자식 검침기는 원격 방식이라 검침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침 누수 원천 차단과 데이터베이스를 통한 사전 전력 사용 계획 수립 등 효율성 측면에서 탁월합니다.”“회사를 설립했던 1997년 전후에는 전자식 계량기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 옴니시스템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방식을 선보인 이후 신축 아파트와 주상복합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일부 도입되면서 시장에 변화가 일었습니다. 특히 한국전력의 전자식 전환은 기계식 계량기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됐습니다. 현재 전자식 수도 미터는 기계식을 포함한 전체 시장에서 5만4750개로 3.6%를 차지하고 있고 전자 온수 미터기는 16%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이 팽창하고 있습니다.”“민간 건설회사 중심의 민수 시장과 한국전력 중심의 관수 시장으로 구분되는데 대형 건설사 주도로 고급 아파트와 오피스텔에 전자식 계량기를 적극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전력 중심의 관수 시장은 2006년부터 전력량계 구매 방식이 기존 기계식에서 전자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계량기는 출하 전에 한국기기유화시험연구원을 통해 제품 정밀도와 안정성을 측정하는데 지난해 기준 점검 대상 제품 44만 대 가운데 옴니시스템이 23만 대로 5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디지털 계량기가 대세이지만 향후 2∼3년 동안 기계식 교체 수요 물량도 적지 않아 기계식을 당분간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한국전력의 첫 수주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연간 100만 대가 예상되는 한전 발주 물량의 20%를 따내는 게 목표입니다. 주요 경쟁사는 대한전선 LS전선 등 대형 업체들인데 측정기기 전문 업체로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베트남 전력청 산하 7개 자회사 중 가장 큰 PC1, 하노이 전력회사 등과 합작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옴니시스템이 지분의 51%를 갖는 최대 주주이며 12월 말께부터 공급을 시작합니다. 당초 10월 베트남 정부 승인이 났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져 생산 시기를 다소 늦췄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디지털 계량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고 PC1이 베트남 전체 계량기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업체이기 때문에 향후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올해 해외 합작법인 투자 외에는 아직 해외 비중이 크지 않아 키코 등으로 인한 손실도 없습니다. 다만 환율 변동 폭이 연초 목표치보다 커서 해외 수출 관련 매출은 다소 줄어들 전망입니다.”“현금성 자산이 120억 원 안팎으로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공장은 4만2965㎡(1만3000평) 부지에 건평 8263㎡(2500평) 규모로 미혼 임직원을 위한 기숙사와 함께 운동장 등을 별도로 마련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경매로 나온 공장 부지를 3.3㎡당 20만 원대에 분양받아 진입로를 확보하고 최신 공장으로 단장한 후 현재 시가가 200억 원 안팎에 달합니다. 공장 내부를 오피스처럼 꾸미고 기숙사에도 공을 들였더니 일산 공장에서 이전해 온 후에도 단 한 명의 직원도 이직하지 않는 등 직원들이 좋아하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올해는 전년 대비 50% 성장한 매출 500억 원과 영업이익 10% 달성이 무난할 것 같습니다. 다만 4분기 들어 시장 변동성이 워낙 커서 내년 매출 목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전반적 할인 때문에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안정적인 현금성 자산 보유, 대외 변수에 대한 낮은 위험 노출과 연간 50% 안팎의 꾸준한 성장세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강 대표는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날카로운 제품 관리를 강조하기 위해 사업장 내에 면도날 조형물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