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완성, 액세서리
래식 열풍이 강세다. 어려운 경기 때문인지 이제 사람들이 트렌드에 지쳐서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 남성복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선전하고 있다. 클래식 남성복은 정교한 재단과 최상의 퀄리티의 소재, 그리고 완벽한 맞춤새로 완성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일까. 최근 남성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치 여성들이 가방, 신발의 브랜드로 자신의 취향과 신분을 과시하려고 하는 것처럼 남성들도 서서히 액세서리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사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그리 넓지는 않다. 그런만큼 하나의 액세서리가 갖게 되는 효과도 대단하다.남성들의 패션 감각의 1호는 단연 슈즈다. 요즘은 거의 맞춤의 느낌으로 제안되는 정통 프레스티지 신발 브랜드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완벽한 디자인과 소재의 고급스러움, 그리고 소수만을 위한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점차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 신발의 톱3은 에드워드 그린(Edward Green), 존 롭(John Lobb), 그리고 크로켓 앤드 존스(Crockette & Jones)라고 할 정도로 영국에서 출발한 신발 브랜드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영국의 노댐턴(Northampton) 지역은 전통적으로 제화 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대부분의 수제화 브랜드 공장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크로켓 앤드 존스는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7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마니아들이 형성돼 있다고 한다.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가지아노와 걸링(Gaziano & Girling)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브랜드는 영국 최고의 수제화 브랜드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새롭게 차린 비교적 신생 브랜드다. 요즘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떠오르는 새로운 브랜드다. 기성화 라인과 완벽한 맞춤형 라인이 제공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구두 브랜드, 이탈리아의 가토(Gatto)는 신발 한 켤레가 300만 원에서 시작하는데 보통 5켤레 이상을 주문해야만 구입할 수 있다. 순수 신발 제작에만 50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165가지 공정을 거쳐야 만들어진다.이런 럭셔리 슈즈 브랜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발의 라스트다. 라스트는 신발의 전체 형태의 기본이 되는 바닥 원형의 틀인데, 라스트는 신발의 DNA같은 존재다. 크로켓 앤드 존스의 라스트 중에서는 디미트리 고메즈가 만든 337라스트가 좋고, 존 롭은 7000라스트가 유명하다.그런데 이런 비싼 명품 신발은 사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하지만, 보관하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신발을 신고 나서 보관할 때에는 항상 먼지를 털어내고 나무로 된 구두골(shoe tree)을 넣어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소장 가치가 높아지면서 최근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시계다. 요즘 패션 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져 있고, 심지어 럭셔리 브랜드도 매출 신장세가 둔화됐다. 그 와중에서도 유독 성장세를 보이는 부문이 바로 남성 럭셔리 시계다. 기존의 남성 시계가 롤렉스, 까르띠에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s), 블랑팡(Blancpaint), 예거 르꿀뜨르(Jeager LeCoultre), 위블로(Hublot)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한국 시장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이러한 럭셔리 시계 브랜드들은 보통 자동차 1대 값에 맞먹는 가격대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백화점 관계자들조차 놀라고 있다고 한다. 한때 와인이나 골프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사교 모임에서도 요즘은 너 나 할 것 없이 시계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럭셔리 시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계가 착용자의 취향과 성향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으며, 투자 가치로서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은 하이엔드 시계의 매력이 오토 무브먼트와 컴플리케이션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교한 기계적 설계와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라는 점에서 희소성과 마니아성이 더 강한 남성 소비자들을 자극하는데 하이엔드 시계만한 액세서리는 없는 것 같다.신발과 시계, 남성의 스타일을 완성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착용자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와 자신감에서 오는 것 같다. 명품은 ‘명품(名品)’이 아니라 ‘명품(明品)’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러나 진정 명품이 빛나는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착용자가 브랜드의 가치와 역사를 이해하고 장인 정신을 높이 평가할 때에만 나온다는 점에서, 유명한 브랜드보다 착용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생 철학을 반영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