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기준금리를 연 4.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에 무려 1.25%포인트를 인하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채권 금리가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은행이 1.25%포인트의 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한국 채권시장에서는 두 가지 독특한 현상이 나타났다.첫 번째는 금리 인하를 시작한 10월 9일부터 10월 27일까지 기준금리와 3개월 CD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하는 동안 국고채 5년 금리는 1.01%포인트 하락했지만 CD 금리는 오히려 0.08%포인트 상승했다.은행들은 최근 수년간 경쟁적으로 대출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전 세계적인 주가 상승으로 자금은 예금을 떠나 펀드로 옮겨갔고 은행들은 은행채와 CD를 발행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왔다. 문제는 대출 만기는 주택 담보대출 등 비교적 장기였던 데 반해 은행채나 CD의 만기는 짧다는 점이다. 만기 도래하는 은행채나 CD의 차환 발행이 원활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글로벌 신용 경색으로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고 시중 유동성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차환 발행도 어려워졌다. 은행들은 금리를 높여 고금리 예금으로 자금을 유치했고 채권 금리들도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CD 금리는 물론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계속 높아졌던 이유다.이런 현상은 여러 가지 대책을 통해 정상화됐다. 당국은 은행이 CD(혹은 은행채)를 덜 발행해도 되도록 원화 유동성 비율 규제를 풀어주었고 한국은행은 은행채를 매입(공개 시장 조작)해 시중에 자금을 공급했다. 10월 24일 6.18%이던 CD 금리가 5.5%대까지 급락했다.두 번째 독특한 현상은 10월 31일부터 나타났다. 11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등 향후 상당 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11월 14일까지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 금리가 무려 1.02%포인트 폭등했다.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채권 수급의 균형이 깨진 것이 원인이었다. 건설사 및 중소기업 지원, 감세, 재정 지출 확대 등 내수 부양 정책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그 자금은 채권시장에서 국채나 공사채, 산업은행채 등을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 내년도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보다 35% 이상 급증한 72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채권시장의 전통적인 큰손이었던 연기금은 주식 투자 비중 확대 때문에, 은행은 우선적인 자금 확보 때문에 채권 투자가 크게 감소했다. 2006년 이후 이들의 자리를 대신했던 기관은 단기 차입을 통해 채권 투자에 나섰던 외국인과 외국계 은행, 그리고 자기자본 투자를 강화했던 증권사였다. 그러나 외국인과 외국계 은행은 본국의 자금 사정으로 자금을 빼고 있으며 증권사들도 콜 자금 규모를 줄이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채권 발행으로 돈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데 이를 소화해 줄 곳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당국은 채권시장 안정 펀드 조성이나 한국은행의 국고채 직접 매입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채권 금리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향후에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건설사, 저축은행 부실 문제, 가계 부채, 은행의 자산 건전성 악화, 외국인의 채권 투자 자금 이탈 등이다. 상황이 악화될 때마다 당국은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규제 완화와 안정 대책 등으로 채권 금리를 안정시켜 나갈 것이다. 향후 채권 금리는 변동성이 상당히 크겠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꾸준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불황기에는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다. 채권 투자는 안전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채권은 만기 보유 시 금리 변동 위험을 피해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여기에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는 내가 채권을 가지고 있는 동안 발행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가 나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만기까지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확정된 이자와 원금을 지급받는 ‘안전한’ 투자 상품이 된다. 보유한 채권이 부도가 나거나 만기 전에 시장 가격에 팔아야 할 경우라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처음 매입 당시보다 금리가 하락했다면 중도 매각 시 주식처럼 시세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그렇기 때문에 발행 기업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증권사나 신용 평가 회사를 통해 기업과 신용 등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보자인 경우 무조건 금리가 높은 채권보다는 신용 등급이 높으면서도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A등급 이상 우량 등급의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무난하다.현재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6%대 중·후반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최대 연 7%대 초반이다. 반면 같은 은행이 발행한 1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11월 17일 현재 7.21%다. AAA등급인 은행채는 예금자 보호 상품은 아니지만 1년 내에 은행이 부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최근 은행채와 함께 개인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채권은 카드·캐피털 채권이다. 삼성카드 현대카드와 같은 카드 회사(AA0등급)가 발행한 1년 만기 채권 금리는 연 8.29%에 이른다. 최근의 불안한 경제 상황을 감안해 1년이라는 기간이 부담스럽다면 좀 더 만기가 짧은 채권을 선택할 수도 있다. 3개월 만기가 연 6.10%, 6개월 만기 채권 금리도 7.51%다.100억 원 단위로 매매되는 기관 간 채권 거래의 영향으로 개인들의 채권 투자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채권 투자도 증권사에 따라 계좌 개설 후 전화 한 통으로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 투자 금액도 1000원 이상이다. 2007년부터는 개인들도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쉽게 소액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소매 채권 시장이 개설됐다.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채권 투자가 전체 거래 건수의 60%가 넘는다.채권 금리는 변동성은 크겠지만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계속해서 낮아질 것이다. 신용 위험에 대한 극도의 회피 현상으로 은행채, 회사채와 국채 금리 차이가 지금처럼 많이 확대된 적이 없었다. 신용 위험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기 수급도 큰 영향을 끼쳤다. 포트폴리오 중에서 일부를 확정금리 상품으로 가져간다면 현시점이 가장 적합한 때라고 본다. 한껏 금리가 높아진, 만기가 짧은 AAA등급 은행채와 우량등급 회사채는 훌륭한 투자 대안이 될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채권 보유 기간 동안의 부도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은 필수다.신동준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