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7일자로 미국 방문 때 비자가 면제된다고 한다. 필자야 그럴 일도 없지만 아무튼 그 까다롭던 비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좋은 일이다. 그만큼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에는 앞면, 즉 보이는 면이 있고 그 반면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비자 면제는 미국 카지노 업체들이 손이 크고 간이 큰 국내 도박꾼들을 편하게 모시기 위해 열심히 로비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필자는 비자 면제를 이렇게 해석한다. 비자 면제 후 6개월이 지나면 미국 갈 일이 없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다. 왜 못 가지? 그야 미국 갈 돈이 없으니까 못 가지. 장담하건대 두고 보시라. 내년 5월이 지나면 세계적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국내 불경기, 달러 상승으로 인해 미국행이 사실상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이런 생각이 바로 사물의 가려진 면을 보는 눈이다. 어떤 새로운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 일의 외양에만 눈이 간다. 언론은 따라서 대서특필한다. 이러쿵저러쿵 다양한 해설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얘기하는 언론은 별로 없다.이번에 버락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단한 일이고 미국 역사 흐름에서 하나의 신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긴 안목에서 분명 미국 소수 인종을 위한 위대한 약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본다면 어떤 이면이 보이는 것일까.아시다시피 미국은 금융 위기와 그에 따른 실물경제의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 누구는 30년 만에 오는 장기 불황일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언제나 그렇듯 사회 내의 약자와 소수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역사의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동양계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고 필자는 내다보고 있다.그런데 기이하게도 꼭 그럴 때면 나라의 최정상 자리에는 바로 그 약자를 상징하는 사람, 이번에는 오바마가 들어선다. 짜고 하는 일이 아니건만, 이상하게도 약자가 가장 피해를 보는 시기가 되면 약자의 상징이 권력의 최상층에 들어앉는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기이하지 않은가.사실 이런 일은 이번 오바마만 그런 것이 아니다. 역사를 보면 늘 그래왔다.잘못된 기득권의 청산을 외치며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과 그 참여정부 때부터 우리 사회의 약한 자들이 피해를 점점 더 크게 입으면서 양극화가 더 첨예화돼 갔다는 사실과 실은 같은 맥락인 것이다.한때 일본이 잘나가던 시절, 일본에서는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대유행했다. 이제 컸으니 미국에 대해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면서 살자는 것인데 그것을 보며 필자는 이제 조만간 일본이 크게 한 풀 꺾이겠구나 싶었다. 물론 결과는 그러했고 지금은 잃어버린 10년 운운하고 있다.최근 중국이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면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된다면서 호기를 부리고 있다. 중국, 앞으로 2년이면 혼쭐이 날 것이다.혹여 오해할까 얘기인데, 그만큼 미국의 힘이 강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는 언제나 이면이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거의 다 따라잡았다 싶은 순간에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좌절이 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로부터 시간을 두고 꾸준한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 훗날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는 법이다.명리학자고려대 법대 졸업새빛인베스트먼트 고문프레시안 고정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