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간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 이후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가 뚜렷하게 진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시작된 위기가 아닌데도 국가 부도 위기감이 대외적으로 확산되면서 환율이 폭등하고 경제 불안 심리가 극도에 달하던 상황은 해소됐다. 이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도 공포에 따른 패닉 현상이 사라지면서 주가가 다시 상승하고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이렇게 보면 경제는 심리 현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찍이 케인즈는 경제의 3대 심리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소비 심리, 투자 심리, 유동성 선호가 그것이다. 경제 주체들은 소득, 자산, 시장에 대한 기대 등이 결합된 의사결정을 하게 되고 이것이 결국 경제의 큰 흐름을 결정짓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심리에 의해 투자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행동경제학이나 신경경제학이 투자 실패의 원인을 적나라하게 밝혀주고 있다.그만큼 시장에서 소비자나 생산자가 갖게 되는 심리적 현상이 경제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이러한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반기까지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 상승이 일어났을 때는 적어도 강남 지역의 아파트와 비교한 보상 심리에 의해 상당 기간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렇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가 국내 경제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고 가격 하락이 대세가 되면서 거래가 완전히 실종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매도 의사가 급증하기 시작해 전체 가구의 4분의 1 정도가 매각 의사를 보였고 반대로 분양이나 매수 의사는 급감하는 추세를 나타냈다.그런데 이후 수차에 걸쳐서 각종 규제 완화책이 제시되면서 지난 11월 3일에는 강남 재건축 용적률과 소형 주택 의무 비율까지 완화하는 형태로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발표됐다. 아직 분양가 상한제나 다주택자 중과세, 강남3구의 투기지역 지정 등 핵심적인 규제를 모두 푼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조세, 분양, 금융, 재건축 규제는 상당한 정도로 풀어주는 정책이 결정됐다. 그 결과 10월 이후 매도세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매물 회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일부는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자 측의 움직임은 공급자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 일부 관망세를 보이던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가 조금 늘어난 것으로 관측되지만 적극적인 매수 의사나 청약 의사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정책 효과가 수요 측면에서 기대만큼 활발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경제적 여건의 미형성이라는 측면과 수요자들의 기대만큼 가격이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이다.우선 경제 불안이 대외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해소됐지만 여전히 실물경제 위기의 본격화, 고금리에 대한 우려 등으로 부동산 매매와 같은 경제 행위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졌지만 아직도 추가 하락의 여지가 크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부동산 순환주기를 관찰해 보면 가격 하락은 거래량이 바닥을 친 이후에도 1~2개월 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거래량이 극도로 줄어들어서 조만간 바닥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때까지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고 이후에도 얼마간은 더 내린 다음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서서히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부동산114 대표 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