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들어 원화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국제 금융위기가 이제 해외 변수가 아니라 국내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제 국내 부동산 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제 금융 위기가 국내 부동산 위기로 전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금리 인하 등 금융 조치가 결국은 국제 금융시장 안정을 가져올 것이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시간은 최소한 2년에서 5~6년의 장기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근원이 미국 경제이다 보니 그 영향권에 들어 있는 나라들이 모두 금융 위기를 동시에 겪는 양상이다.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국내 변수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융 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 부문의 위기로 인해 실물경제의 침체도 심화되면서 내년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 부족과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국내 부동산 시장도 크게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금융시장의 위험 요소들이 비교적 잘 통제돼 있다고 할 수 있다.대표적 부동산 금융 지표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선에 묶여 있고 소득 대비로 대출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주택 대출 부실로 인한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버블세븐 지역의 경우 금융 압박이 있지만 미국식 주택 부실과는 차이가 많이 있다. 따라서 금융적 측면에서 부동산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이러한 점은 10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를 겪을 당시에도 비슷했다. 당시 주택 대출이 매우 적었던 한국은 부동산 위기가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금융 위기로 전환되지 않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였다.따라서 이번 금융 위기와 관련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현재 대규모로 발생한 아파트 미분양을 극단적인 수요 부족 상황이 지속될 때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7월 말 현재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은 16만 호를 넘었고, 특히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25%에 달한다. 그리고 여기에 묶인 건설업계 자금은 30조 원에 이르고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출돼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은 70조 원이 넘어가고 있다. 아파트 개발 사업에 투입된 이러한 자금이 원활하게 환수되지 않으면 대출한 금융 회사까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직접 매입해 임대 주택화하는 정책이나 전매 기간 제한 완화 등의 미분양 해소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재원의 한계나 소비자의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 금융 위기의 정도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국내 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지게 되면 현재의 부동산 시장도 건설 업체의 연쇄 부도, 이에 따른 금융 회사 부실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위기가 전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개발·분양 시장을 중심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위기를 해소하는 순서도 우선적으로 미분양 해소와 분양 시장의 정상화, 건설 회사 자금난 완화 등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동시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을 해소하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