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다양한 모습으로 질병을 일으킨다. 만성적이고 과도한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떨어뜨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가장 흔한 게 감기다. 스트레스를 받다가 피곤하거나 기온이 떨어지면 덜컥 고뿔에 걸린다.다음은 입병이다. 입술이나 입술 주위, 입 안, 혀에 염증이나 물집이 생긴다. 입안이 헐고 혓바늘이 돋고 백태가 낀다. 스트레스로 침샘의 기능이 떨어지면 침이 마르는 구강건조증도 나타난다. 이로 인해 침이 공기나 음식물에 있는 각종 유해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입 냄새가 심하게 나게 된다. 입안이 마르니 자연 밥맛이 없고 목이 칼칼해진다.외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얼굴이 메마르면서 까칠해진다. 탈모 비듬 새치 여드름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 중압감 속에서 머리를 많이 쓰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는 의욕이 강한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긴장을 많이 받아 남성호르몬(안드로겐) 분비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진다.비듬은 세균에 의해 유발되지만 스트레스만으로도 생길 수 있고 두 요인이 겹치면 더 심하게 나타난다. 여드름도 마찬가지다. 요인은 안드로겐에 의해 피지 분비가 왕성해지고 세균이 두피와 얼굴 모공 속의 피지에 증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흰머리도 스트레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가 교감신경을 흥분시키면 혈관이 수축되고 이로 인해 머리카락의 뿌리인 모유두에 영양을 보급하는 모세혈관의 혈류가 나빠져 모발의 영양실조를 초래한다. 이렇게 되면 머리카락 색깔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생산 세포의 기능이 저하돼 머리카락이 희어지게 된다.스트레스는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도 악화시킨다. 경쟁에서 지기 싫어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강박적인 성격을 ‘A형’ 성격이라고 한다. 느긋한 사람을 ‘B형’ 성격이라고 하고 그 중간을 C형 성격이라고 한다. 혈액형과는 상관없는 분류다. 1998년 유럽의 한 학회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A형 성격은 B형이나 C형 성격에 비해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20∼50% 높았다.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당장 혈압이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하이퍼(hyper)한 성격을 만들어 혈관내벽의 압력을 올린다. 여기에 열량 과잉에 운동 부족까지 겹친다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높은 고지혈증이 합병돼 고혈압이 고질화된다. 그러면 동맥경화가 유발돼 혈관의 탄력이 없어지고 충격에 의해 쉽게 상처를 입고 균열이 오는 상태로 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실패, 대형 사고, 집안 불화 등 심리를 급격하게 동요시키는 우환이 닥치면 혈관이 파손되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혈전이 뭉쳐진다. 동맥경화로 가뜩이나 좁아진 혈관에 혈전이 끼면 금세 꽉 막히고 이로 인해 심장이나 뇌에 혈액 공급이 단절되는데 이것이 곧 심근경색 뇌졸중이다.따라서 오래된 성인병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급상승한 스트레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방아쇠가 된다. 특히 과거에 만성 성인병이나 심한 흡연과 음주로 한번 망가진 혈관은 원상 복구되지 않고 언제든지 균열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운동과 다이어트로 몸이 좋아졌다고 해서 심장에 부담을 줄 정도로 찬바람을 맞아가며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스트레스는 줄여야 한다. 운동과 긍정적인 마음으로 긴장을 이완하고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좋다. 친구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감정의 낭비를 줄이며 취미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술 담배 카페인 약물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해결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자.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