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호텔서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Pierre Gagnaire a Seoul)

제부터인가 우리는 미슐랭 혹은 투 스타, 스리 스타라는 용어를 많이 접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가 선정한 레스토랑이 별을 몇 개 받았느냐가 별 한 개도 못 받고 있는 우리나라와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모두 서양인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니 신경 쓸 것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고 비빔밥도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으며 무얼 하든 표준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 이런 점에서 4인 가족이 한 끼에 100만 원 정도 지출해야 하는 레스토랑을 통해 롯데호텔이 품격을 높이려는 의지도 다양성의 측면에서 인정해야 할 것이다.롯데호텔서울은 무려 70억원 을 투자해 세계 최고의 요리사인 피에르 가니에르를 모셔왔다. 지난 10월 1일 대대적으로 오픈한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2년 2개월간의 준비 과정과 예전 ‘쉔브룬’의 자리를 8개월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해 탄생시킨 결과물이다.이 레스토랑에선 피에르 가니에르의 주특기인 프렌치 퀴진에서부터 그가 직접 선별한 와인 컬렉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설계한 감각적인 인테리어, 그리고 세계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멀티 콘셉추얼 바까지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마실거리를 제공한다. 국내 외식 업계에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 된 것은 당연지사.먼저, 그만의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요리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은 혁신적인 코스 진행과 요리의 구성이 눈에 띈다. 착석과 동시에 식전 샴페인과 함께 가볍게 즐기기 좋은 5, 6가지 음식으로 구성된 푀유테(여러 겹의 껍질로 된 바삭한 과자)가 처음 제공되며 후에 단품 메뉴(A la Carte)를 주문하는 고객에 한해 4, 5가지의 식욕을 북돋워 줄 수 있는 아뮤즈 부시(입 안을 즐겁게 하는 요리), 그리고 주문한 메인 메뉴가 제공된다. 단품 메뉴 하나도 여러 개의 접시에 각각 다른 요리들이 담겨 제공되는 것이 특징. 예를 들어 쇠고기 요리 하나에도 구운 안심과 후추를 친 해삼 요리를 비롯해 함께 곁들여 먹기 좋은 ‘에샬롯 콩포트와 건포도, 오래된 포도식초로 조리한 모과’, ‘쇠고기 타르타르와 깨를 가미한 콘소메 젤리’, 그리고 약한 불에서 오랜 시간 서서히 조리해 쇠고기의 부드러운 질감을 극대화한 ‘양지머리와 앵두를 가미한 토마토 잼’ 등 여러 개의 요리를 담은 4, 5개의 접시가 함께 내어지는 것이다. 한편 코스 메뉴의 경우 정형화된 코스 형식을 과감히 탈피해 코스 중간에 수프 또는 디저트가 제공되는가 하면 5, 6가지의 디저트가 제공되는 등 파격적인 코스 진행이 이뤄지고 최대 15가지 이상의 요리 구성을 선보인다. 코스를 전부 마치는 데에는 3~4시간이 소요된다.와인 컬렉션도 주목할 만하다. 피에르 가니에르가 자신의 요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270여 종의 와인을 직접 엄선했으며, 이 가운데 130여 종의 와인은 지금까지 국내에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와인이라고. 식재료는 제철에 나는 국내 식재료를 기본으로 고가의 식재료와 희귀 향신료 등은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한다.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비밀 정원과 같은 느낌을 준다. 신관의 최고층에 위치해 전망이 좋고 벽면에 전체적으로 금박을 입혀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총면적 820㎡(248평)로 38석 규모의 메인홀과 34석 규모의 각각 다른 콘셉트로 디자인된 4개의 별실로 구성된다. 인테리어 소품과 식기류는 모두 파리와 밀라노에서 공수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유리 공예 장인의 수작업 공정을 통해 탄생한 샹들리에로 개당 가격이 최고 5000만 원에 달한다.자신의 이름을 건 레스토랑은 명성에 맞게 통일된 높은 퀄리티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이름을 내걸지 않는 피에르 가니에르. 많은 사람들은 결국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레스토랑의 맛과 서비스를 기대한다. ‘레스토랑이 자리 잡기까지 6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그의 말을 참고삼아 그가 과연 이름값을 톡톡히 할지 지켜볼 일이다.위치 서울 중구 소공동1 롯데호텔서울 신관 35층 전화 (02)317-7181~2 오픈 런치 12:00~15:00, 디너 18:00~22:00(월~금), 디너 18:00~22:00(토요일), 일요일 휴무가격 단품 10만~15만 원, 코스메뉴 런치 12만 원/20만 원, 디너 22만 원/30만 원,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미슐랭 가이드의 제일 높은 등급인 별 세 개를 받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이자 세계 3대 조리장 중 한 명인 프랑스 요리의 지존으로 칭송 받는 피에르 가니에르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전 세계 600명의 유명 주방장, 요리 평론가가 세계 최고 레스토랑을 선정해 그 공신력이 인정되는 영국의 요리 전문지 ‘레스토랑’의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2008년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Le Figaro)지가 미슐랭 스타 셰프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고의 셰프로 선정되는 등 전 세계 미식가들과 매스컴으로부터 찬사가 끊이지 않는 스타 중에 스타다. 피에르 가니에르는 프랑스 영국 일본 두바이 등 전 세계적으로 레스토랑(피에르 가니에르 서울 포함 총 8곳)을 운영하고 있다.국내에서 피에르 가니에르는 ‘분자요리’를 정점으로 끌어올리고 유행시킨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는 분자조리학은 새로운 맛을 끌어내는 수많은 요리 수단 중 하나일 뿐이지 본인의 요리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분자요리’와 연관된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에 적지 않은 거부감을 나타낸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