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Genie For Super Rich, Luxury Concierge
경제가 좋지 않지만 부자들에겐 딴 세상 얘기다. 전 세계 상위 5%의 갑부들을 겨냥한 유·무형의 상품은 날로 진화 중이다. 특히 서비스 산업은 차원이 다르게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돈이 많은 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시간’을 아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특히 인기다. ‘안 되는 일도 되게끔’ 만들어 주는 럭셔리 퍼스널 컨시어지는 부자들에게 외친다. “귀찮고 사소한 일은 우리가 할 테니 당신은 더 소중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세요!”별들의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009년 2월 개최된다. 꼭 그 역사적인 현장에 가서 직접 그 축제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티켓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돈은 얼마가 들든 상관없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곧 있으면 어머니의 생신이다.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 1948년에 태어나셨고 와인을 좋아하시니 48년산 와인을 구해야겠다. 액수와 장소에 상관없이 전 세계를 뒤져서라도 공수해 오겠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이 두 가지 케이스 모두 실제로 있었던 국내 부자들의 ‘까다로운 희망 사항’이다. 척 봐도 갑갑한 숙제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숙제를 해결해야 할지 고민된다. 하지만 이를 속 시원히 풀어준 해결사가 있다. 지난 6월 국내에 론칭한 ‘퀸터센셜리(Quintessentially)’다.부자들의 취향은 누구보다 까다롭고 송곳처럼 날카롭다. 그리고 그들의 요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때론 황당하기까지 하다. 역사학자를 동반한 이집트 피라미드 투어,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미네랄워터 찾아주기, 헬싱키에서 순록 요리를 제대로 하는 레스토랑 추천하기, 칸에서 모나코로 가기 위한 스피드보트 마련하기, 만리장성을 보기 위해 경비행기 마련하기, 새로 산 최고급 요트의 운항법을 가르쳐 줄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 강사 찾아 주기 등 엉뚱한 요청투성이다.하지만 ‘뭐가 이렇게 까다로워?’라고 무시해 버리기엔, 그들이 제시하는 금액이 너무나 크다. 그래서 생겨났다. 이들을 위한 전문 컨시어지 서비스 회사다. ‘돈을 얼마든지 줄 테니, 시간을 줄여 요구를 정확하게 이행하라’라는 주문을 주업무로 수행한다.2000년 영국에서 문을 연 ‘퀸터센셜리’는 영국 런던의 상류층 멤버십 커뮤니티가 확대 발전한 것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중 최근 영미 언론에 가장 많이 오르는 기업 중 하나다. 전 세계 3만여 명의 VVIP가 이곳 회원이며, 현재 세계 52개 대도시에 오피스를 가지고 있다. 전 세계 호텔 및 항공권 예매는 물론 각종 공연, 영화, 레스토랑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업무에서 고객 취향에 맞는 별장 찾기, 특별한 테마 여행 구성하기, 희귀한 와인 찾기, 그리고 한정판매 상품을 구하는 일까지 그 난이도와 종목도 매우 다양하다.‘라이프스타일 매니저’임을 자처하는 퀸터센셜리가 자랑하는 고유의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은 고객의 까다로운 니즈와 기호, 그리고 취향까지 관리해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나만의 맞춤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고 발 빠른, 그리고 글로벌 감각까지 겸비한 센스 만점의 비서다.현재 퀸터센셜리코리아에 등록된 회원은 40명 정도. 대부분 외국계 기업 대표와 지사장들이다. 퀸터센셜리코리아의 사장도 본인이 영국 본사의 12년 고객이었다고 한다.영국 본사의 회원은 5000여 명이다. 가입하고 싶어도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다려야 한다. 그에 비해 아직 국내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얼마면 되겠니’라고 묻고 싶어질 것이다. 모든 회원이 동일한 회비에 동일한 서비스를 받는 게 아니다. 회원권은 세 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낮은 레벨인 ‘데디케이티드(Dedicated)’ 멤버의 연회비는 연 980만 원. 국내에서만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 단계 높은 ‘비스포크 엘리트(Bespoke Elite)’ 멤버의 연회비는 1980만 원으로, 자주 여행하는 3개국에서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연 5000만 원의 회비를 내는 최상위 레벨 ‘풀 엘리트(Full Elite)’ 회원은 전담 직원을 통해 이 회사가 진출한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다.이 밖에도 국내엔 진출하지 않았지만 매우 다양한 컨시어지 전문 회사가 성업 중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컨시어지 업체인 ‘마이 머니페니(My Moneypenny)’는 연회비로 2500달러(가장 싼 등급)를 받고 서비스를 실시한다. 연줄과 백이 없으면 예약하기 힘든 최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미국의 ‘텐유케이(TenUK)’의 서비스는 월 80달러부터 시작한다. 주로 마이크로소프트나 JP모건 등 회사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B to B 서비스를 하는 것. 계약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질구레한 일을 대신 해주는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는 것. ‘한 달 250달러로 컨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연봉 4만 달러의 비서 한 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미국의 유력 경제지는 설명한다. 이런 서비스가 결국 직원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이 글을 읽는 최고경영자(CEO)들은 고려해 봄 직하다.시간이 돈이 되는 시대, 경험이 자산이 되는 시대. 컨시어지 시대의 막이 올랐다.신에게 럭셔리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프랑스 명품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는 이렇다. 장인정신이니 디자인, 전통 등 다소 뻔한 대답들 가운데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 선진국으로 갈수록, 상위 계층에 속할수록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시간이다.그렇다면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자들은 무엇을 할까. 자신이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아닌, 조금은 사소하고 조금은 귀찮은 일들을 누군가가 대신해 주면 된다. 이런 개념으로부터 탄생한 것이 바로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다. 중세시대 유럽의 ‘촛대지기’ 하인에서 유래된 컨시어지는 현대에 와서는 호텔 로비에서 투숙객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일종의 집사 서비스를 뜻하는 단어로 발전했다. 현재는 호텔뿐만 아니라 백화점 금융업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부자 고객을 대상으로 무한 감동을 제공하는 집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컨시어지는 프랑스어로 ‘콩시에르주’라고 한다. 콩시에르주는 파리 특급 호텔의 상징이다. 잘 훈련된 콩시에르주는 그들의 VVIP를 위해 이미 예약이 끝난 유명 식당이나 쇼에 자리를 만들어 내고 각종 은밀한 주문을 처리하는 일까지 경계가 없는 상상불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웬만한 중형차보다 비싸다고 하는 노키아의 ‘베르투(Vertu)폰’도 재미있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르투 폰은 노키아의 최고급 휴대전화 개발 자회사가 제작하는 수제 휴대전화다. 이 휴대전화의 측면에 달린 콩시에르주 버튼을 누르면 전담 직원과 연결돼 교통편이나 호텔, 식당, 공연 티켓 등의 예약을 부탁할 수 있다.국내의 예를 살펴보자.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갑부들이 많지 않은 국내지만 럭셔리 업계의 발전으로 인해 컨시어지 서비스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의 컨시어지 서비스는 호텔과 백화점을 위주로 발달해 왔다. 백화점의 경우 전체 고객의 상위 1%로 인해 발생하는 매출이 23%에 이르고(롯데백화점) 상위 7%가 전체 매출의 50%를 올려주기 때문에(갤러리아백화점) 이들에게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이들의 구매 욕구를 최고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 비서와 스타일리스트 역할을 하는 ‘퍼스널 쇼퍼’를 상주시키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컨시어지 서비스가 고객과 기업의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되어 주는 것이다. 그것이 곧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는 통로인 셈이다.이런 움직임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일례로 의료 업계도 컨시어지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다. 병원 코디네이터라는 개념을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예치과는 ‘메디컬 컨시어지’라는 직종을 예아카데미를 통해 배출해 냈다. 메디컬 컨시어지는 호텔 컨시어지 개념에 의료 서비스를 접목한 것.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종합적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에 대한 수요는 벌써부터 각 병원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금융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PB(Private Banker) 도입으로 VIP에 대한 예우가 워낙 특별했던 금융업계는 명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컨시어지의 질을 높이고 분야를 세분화했다. 국내 최고의 명품 카드인 현대 블랙카드에 이어 외환카드도 프리미엄 고객을 대상으로 벤츠와 협력해 컨시어지 서비스를 선보였다. 차량에 관해 특화된 컨시어지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차량 구입에서부터 관리 등 관련 서비스를 비롯해 여행, 레저, 자산관리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가이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부동산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고급 타운 하우스나 럭셔리 리조트, 최고급 실버타운 등 상류층을 위한 주거 단지에선 특화된 컨시어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장암온천지구의 ‘아일랜드캐슬’은 온천수로 운영되는 스파와 워터파크 등을 총망라하고 있는 도심형 테마 리조트로 호텔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럽하우스와 골프, 승마, 스파테라피, 스키, 수영, 수목원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사계절 복합 레저 단지 대명콘도 ‘소노펠리체’에선 파크 내에서 특급 호텔 수준의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날로 진화하며 다각화되는 컨시어지 서비스. 신한 BNP파리바 투자신탁운용의 대표이사 사장인 장 오디베르는 말한다. “홍콩 출장 때 컨시어지 서비스에 감동받았던 때가 기억나는군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리셉션에 어울리는 셔츠와 타이가 급히 필요했죠. 당황해 하다가 묵고 있던 호텔의 컨시어지에게 긴급 SOS를 날렸죠.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행사에 적합한 옷을 직접 구입해 가져다 주더군요. 덕분에 리셉션에 늦지 않고 에티켓에 맞는 의상을 입게 돼 너무 감동받았어요.”컨시어지의 이런 서비스로 인해 충성고객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알라딘 요술램프의 해결사 ‘지니’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컨시어지 그 자체가 ‘부자들의 지니’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