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Talk Talk
근 자산운용 시장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극에 달해 있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의 현실화로, 일부 선진 금융 회사가 파산 및 파산 직전에 빠지는가 하면 죽지 않기 위해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중국 펀드만 하더라도 작년 고점 대비 9월 말 현재 약 40%에 달하는 손실을 봤으며 개별 주식 또한 한때 주당 86달러에 이르렀던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0.1달러의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여서 버블세븐 지역으로부터 하락 압력이 강해지고 있으며 상대적 강세를 지속했던 강북 및 서울 서·남부, 경기 일부 지역의 주택 가격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이 같은 일련의 사태와 함께 앞으로도 급변할 세계정세를 고려하면 다시 한 번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에 대한 투자 마인드와 방법 및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 중국 펀드 열풍 당시 안전 자산이라고 할 만한 미국 유럽 일본 펀드를 무작정 외면한 것은 아닌지, 주식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예금이나 채권, 보험에서 인출해 주식 투자에 몰입하지 않았는지, 주식 투자도 잘나가는 한두 개 업종에 과도한 편입 비중을 가져가지 않았는지, 부동산에 올인(all in)한 결과 현재 주택 가격 하락과 양도세 중과세 부담에 시달리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이러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면 좀 더 나은 투자를 위해 상식적인 투자 명언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투자자산에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예·적금, 보험, 부동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당장의 수익률이 좋은 자산들에 홀려 적절하게 자산 배분을 하지 못한다.이런 점에서 1977~87년 동안 미국의 82개 대형 연금의 운용 결과를 평가해 투자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규명한 개리 브린슨(Gary Brinson), 란돌프 후드(Randolpf Hood), 길버트 비보워(Gilbert Beebower)의 분석 결과는 반드시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최종 수익률 100%를 운용 활동별로 분석해 본 결과를 보면 다양한 자산 구성으로 대변되는 장기적인 자산 배분 활동과 투자 시점, 종목 선택 등에서 소극적인 증권 선택 활동을 한 경우의 수익률이 91.5%를 차지했다. 그때그때에 따라 일부 투자 자산이나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얻는 수익률이 8.5%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아파트 호황기에 모든 자산을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중국 펀드 호황기 때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중국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얻는 수익률은 8.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따라서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을 적절히 섞음으로써 한쪽으로 쏠림 없는 균형 있는 자산 형태를 유지하고 예·적금과 보험, 채권 등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등한시하지 않은 채 적정 비중 이상을 반드시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자산 배분을 통해 자산 및 종목 분산 투자가 적절히 되었다면 다음은 시간 분산 투자다. 그리고 시간 분산 투자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정액 분할 투자(Cost Averaging) 방법이다.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30분~1시간씩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이 1주일에 한두 번 몰아서 하는 운동보다 효과가 있는 것처럼 일정 금액을 시간 분산 투자하는 것은 위험을 줄임과 동시에 투자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예를 들어 매월 100만 원씩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렇게 하면 주가 수준이 높을 때는 소량의 펀드를 구입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많은 양의 펀드를 구입할 수 있다. 주가 하락기가 적립식 투자를 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인 셈이다.특히 아래 그래프에서처럼 4가지 경우를 보면 적립식 투자가 위험을 축소하면서 장기적으로 절제된 수익을 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적립식 투자는 몇 개월 하다가 그만둬 버리면 분산 투자 효과가 거의 없으며 2년 이상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 즉 코스트 애버리지(cost average)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역발상 투자 전략(contrarian Investment)이란 쉽게 말해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이라는 말이다. 주식시장은 대외 변수에 따른 과매도(oversold) 및 과매수(overbou ght)에 의해 주가가 내재 가치로부터 상당히 벗어나는 가격의 착오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역으로 이용해 투자하는 것을 일컫는다.역발상 투자 전략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내재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고 시장 분위기 등으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는 어떠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결하고 성장을 지속해 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침체기에도 저점 분할 매수를 하는 역발상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오마하의 현인(賢人)인 워런 버핏도 최근 최악의 금융 위기 속에서도 역발상 투자를 통해 GE와 골드만삭스에 거금을 투자했다.수많은 변수들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효율적으로 판단하면’이라는 말로 합리화하며 목표와 투자 방법을 변경하기 일쑤다. 그러나 아주 적절한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 및 역발상 투자를 했더라도 그러한 원칙을 짧은 정보와 지식을 근거로 수시로 자의적인 판단을 하여 변동시킨다면 이 또한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이런 경우는 흔히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에 많이 비유된다.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있는 토끼는 느린 거북에 경주에서 결국 지고 말았다. 토끼는 힘 있을 때 빨리 뛰고 힘이 떨어지면 쉬면서 잠도 잔 반면에 거북은 비록 스피드는 빠르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꾸준히 원칙을 가지고 경주해 나간 결과다. 장기적이고 규칙적인 투자가 위험을 제한하면서 적절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성공 투자 방법임을 기억해야 한다.종합해 보면 단기적인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최소 2년 이상 중·장기 자산 운용 전략을 통해 적절한 자산 배분과 분산 투자, 그리고 원칙을 지키면서 꾸준히 운용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특히 요즘처럼 투자 혹한기에서는 투자의 원칙들을 더욱 더 곱씹어 봐야 한다.쉽지만 어려운 것, 그것이 기본(기초)이다.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본인의 자산 분석을 의뢰하고 목표와 계획, 운용 등을 위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삼성생명 FP센터 이상철 팀장sc2.lee@sams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