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 ‘KB코리아엘리트20주식형펀드’

난해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증시의 약세로 주요 국가의 증시가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2000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던 코스피지수는 10월 들어 1200선마저 내주는 등 급락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00개 이상의 종목들이 52주 최저가를 기록하며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하지만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런 급락장은 좋은 투자 기회가 된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5월 이후 하락장에서 꾸준하게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특히 각 업종별 우량주들은 최근 약세장이 ‘바겐세일’ 기간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9월 한국 증시가 ‘4수’ 끝에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선진국지수 편입이 결정되면서 이런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향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에도 한국이 포함되면 전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펀드들이 한국 주식 비중을 높일 경우 첫 번째 타깃은 업종별 대표 우량주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KB자산운용이 국내 주식형 펀드 대표 상품으로 키우고 있는 ‘KB코리아엘리트20주식형펀드’는 이런 큰 흐름을 염두에 두고 만든 펀드다. 증시가 개인 투자자 보다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기관들이 주도하는 장세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기관화 장세에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 우량주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주가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이 펀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20여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10월 초 기준으로 25개 종목을 편입해 놓고 있다.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정원석 KB자산운용 팀장은 “업종 내 시장점유율이 높고 주주 가치 증대 노력이 돋보이는 우량주를 선별해 투자한다”며 “기업 가치에 특별한 변화가 없으면 종목 교체를 가급적 최소화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운용팀은 과거 1970년대 초 미국에서 펼쳐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장세가 조만간 국내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니프티 피프티’는 미국 증시에서 뮤추얼 펀드의 등장으로 간접 투자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누린 50여 개의 우량주들을 일컫는 용어다. 대형주 위주로 운용하는 펀드들이 주로 투자한 ‘니프티 피프티’ 종목들은 장기 보유가 가능하면서 안정적인 배당 수익까지 가능해 기관투자가들이 특히 선호했다. 덕분에 시장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1970년 2월부터 3년간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약 20% 상승에 그쳤지만 ‘니프티 피프티’에 속했던 코카콜라는 400% 이상, 맥도날드는 약 150% 주가가 급등했다. 디즈니 GE 등도 이 기간 동안 10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정 팀장은 “한국 증시에서도 간접 투자 문화가 확산되고 기관의 힘이 커지면서 ‘니프티 피프티’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핵심 우량주 20여 개는 한국형 ‘니프티 피프티’를 염두에 두고 골라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용팀은 대형 우량주 위주의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보는 근거로 △펀드 대형화에 따른 대형주 선호 현상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 기금의 주식 투자 규모 확대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외국인의 투자 규모 증가 △글로벌화에 따른 수혜가 소수의 핵심 기업에만 돌아가는 추세 등을 꼽았다. 정 팀장은 “소형주의 경우 대형 펀드가 매입 가능한 지분에 한계가 있어 펀드 수익률에 기여하는 정도가 점점 줄고 있다”며 “기관으로서는 유동성 확보가 종목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국내 증시에서도 기관이 주로 매매하는 종목들의 수익률이 시장 평균을 웃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기관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의 연간 평균 수익률은 2004년 이후 작년까지 4년 연속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앞섰다. 지난해의 경우 기관 순매수 상위 30 종목은 78.5% 상승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32.3% 오른데 그쳤다. 시장이 횡보했던 2006년에도 코스피지수는 4.0% 상승에 머물렀지만 기관이 주로 순매수한 30개 종목은 14.7% 오르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이런 현상은 증시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의 지분 비중은 2004년 17%에서 지난해에는 20%로 올랐다. 앞으로도 이 추세는 심화될 전망이다. 정 팀장은 “가계 금융자산 중 펀드 비중은 2004년 6%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까지 올랐다”며 “간접 투자 시장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기관의 시장 지배력도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퇴직연금 시장 성장도 대형주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내년에 약 2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의 주식 투자액은 2012년이면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펀드의 총괄책임자인 송성엽 주식운용본부장은 “한국 증시가 내년 3월부터 선진국 지수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외국 기관 자금이 대거 순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신흥시장 지수에 있을 때보다 편입 종목이 압축될 가능성이 커 대형 우량주의 시장 주도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운용팀은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인 대형주 가운데 글로벌 경쟁력, 시장 지위, 재무적 안정성 등 기준에 맞는 60여 개 종목을 1차 투자 대상으로 걸러낸다. 이어 30개 안팎의 핵심 종목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업종 매력도가 떨어지는 일부 종목을 제외한 실제 포트폴리오를 확정한다. 각 업종별 시장 지배력 1위 종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되 시장점유율 성장 속도가 빠르고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수위 업체를 능가하는 2위 기업이 있을 경우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기도 한다. 송 본부장은 “통상 주식형 펀드는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해 종목별 편입 비율을 조절하지만 이 펀드는 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종목을 편입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10월 하락장에서 과매도 국면에 들어간 일부 우량주들을 저가에 추가 매입했다”고 덧붙였다.글 박해영·사진 이승재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