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세계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친환경, 고효율 자동차 생산이다. 연료 효율성이 높으면서 배기가스가 적은 슈퍼 그린 자동차 개발은 모든 자동차 메이커들에 내려진 지상 과제나 다름없다. 최근 개최된 2008 파리모터쇼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한편에서는 비록 연료 효율성은 낮지만 스포츠카 이상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고성능 세단 개발이 한창이다. 각사의 기술력과 직결된 이 부분을 제패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각 메이커들이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다분히 현재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측면이 강하다. 당장의 시장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지금의 기술 개발이 추후 엄청난 부가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일수록 별도의 튜닝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고성능 차량을 생산하는 것이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유행이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쿠페 출시 이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튜닝 브랜드를 별도로 마련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들 튜닝 자동차는 기존 차체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엔진과 서스펜션 등은 고출력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메인 카보다는 세컨드 카로 각광을 받으며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찾는다. 구매층이 얇아 생산량도 적다. 차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자동차에 식상한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각 수입차들은 자사 튜닝 브랜드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현재 튜닝 브랜드 중 국내에서 가장 알려진 제품은 메르세데스벤츠 산하의 AMG다. 1967년 다임러벤츠 연구소에서 일하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가 에버하드 멜커와 함께 슈투트가르트 근처의 소도시 그로사스파크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아우프레흐트, 멜커, 그로사스파크의 머리글자를 따서 AMG라고 명명했다.초창기 AMG는 경주용 엔진을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다. 1993년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와 공동으로 C36을 개발해 포뮬러원(F-1) 대회를 비롯해 세계 주요 레이싱 대회를 휩쓸었고 1999년에 이르러서는 다임러 자동차 그룹이 AMG 주식의 51%를 매입하면서 자회사로 편입했다. 현재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선택 사양, 액세서리 등을 설계, 개발하고 있으며 이 밖에 이동 미디어 제품과 정보통신 시스템, 특수 차량 개발 등도 담당하고 있다. AMG는 2012년까지 연비 효율 및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30% 줄이는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가솔린 직접 분사(direct injection), 스타트-스톱, 무게 감량 기술 등을 2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다. 스타트-스톱 기술은 자동차가 신호등에서 정차하는 등 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엔진이 꺼지며 다시 주행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엔진이 켜지는 혁신 기술이다.현재 국내에는 C63 AMG를 비롯해 CLS 63 AMG, ML 63 AMG, SL 63 AMG, CL 63 AMG 등 총 5개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C63 AMG는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으로 8기통 엔진에 AMG 스피드시프트라는 자동 7단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배기량은 6208cc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 시간이 4.5초에 불과하다. 이 밖에 신형 액티브 라이트 시스템과 하만 카돈 사운드 시스템, 블루투스 등이 설치돼 있다. 고출력이다 보니 연비는 리터당 6.1km로 낮은 편이고 차 값은 9190만 원이다. CLS 클래스에 AMG 엔진을 얹은 CLS64 AMG는 배기량 6209cc에 차 값은 1억6190만 원이다.SL 클래스를 기반으로 만든 SL 63AMG는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모델로 1954년 300SL에서 시작된 메르세데스벤츠 로드스터 계보를 잇는 차량이다. 고급 나파 가죽과 카본 파이버 트림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으며 멀티-웨이 전자식 조정 AMG 스포츠 시트와 함께 신형 AMG 계기판을 처음 선보였다. 또한 속도 감응식 볼륨 조절장치, 전화번호 입력을 위한 키패드, 라디오, MP3, DVD 플레이어를 비롯해 블루투스 인터페이스 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 배기량, 연비 모두 기존 AMG 모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차 값은 1억9490만 원이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인 ML 63 AMG와 스포츠 쿠페를 기반으로 제작된 CL 63 AMG 모델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CL63AMG는 차 값이 대당 2억900만 원이지만 올 들어 8월 말까지 55대나 팔려 지난해 판매치(20대)보다 250%나 매출이 신장됐다.BMW는 별도의 튜닝 브랜드보다 M 시리즈라는 라인을 따로 만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M 시리즈는 M5가 대표적이다. M5는 스포츠세단의 원조로 통하는 모델로 기존 5시리즈 자체에 양산차로는 최초로 F-1 경주용 차량에 장착되는 V10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다. 수동변속기를 자동처럼 사용할 수 있는 7단 SMG도 M5에 처음 설치됐다. M5에 장착된 V10 엔진은 7750rpm에서 최고 출력 507마력까지 힘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7초다. 핸들에 설치돼 있는 ‘M’ 버튼을 누르면 엔진 출력부터 차량의 279가지 기능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평상시 엔진 출력을 500마력 미만으로 세팅했다가 높은 출력을 원할 경우 507마력까지 올릴 수 있으며 서스펜션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차 값은 1억6890만 원으로 8월 말 현재 총 8대가 판매됐다. BMW코리아는 M5의 성공에 힘입어 최근 M3을 출시했다. 3시리즈 쿠페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델로 3999cc V8 엔진을 탑재됐다. 최고 출력 420마력에 최대 토크 40.8kg·m의 힘을 발휘한다. M3에는 F-1 경주용 자동차의 노하우가 총망라돼 있다. 8기통 엔진 블록은 BMW 자우버 F1팀에서 사용하는 경합금으로 만들어졌다. 크랭크 케이스를 특수 알루미늄 실리콘 합금으로 만들어 기존 직렬 6기통 엔진보다 무게를 15kg이나 줄였다. 엔진에는 파워와 회전력을 높여주는 ‘더블 바노스’가 장착됐다. 그중에서도 세계 최초로 개발된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관심을 끈다. 더블 클러치 변속기란 1, 3, 5, 7단과 2, 4, 6단을 2개의 클러치가 독립적으로 담당하면서 미리 변속을 예측해 별다른 변동 없이 가속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밖에 고성능 쿠페 M6도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M6에는 다수의 최고 엔진상을 수상한 V10 엔진이 장착돼 있는데 최고 출력 507마력, 최대 토크 53.1kg·m이다.아우디에는 S모델이 별도로 있다. 기존 A4세단에 4200cc 8기통 엔진을 장착한 것이 S4다. S6은 A6에 5200cc 10기통 엔진을 달아 최고 출력은 435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를 5.2초 만에 주파할 수 있도록 개발한 모델이다. S8은 10기통 FSI(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달아 최고 출력을 S6보다 15마력가량 높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도 0.1초 단축시켰다. S모델에는 모두 사륜구동 시스템은 콰트로가 설치됐다.재규어의 튜닝 브랜드는 R 버전이다. R 버전에는 슈퍼차저(Supercharger)엔진과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돼 있고 차량 디자인도 기존과 확연하게 다르다.다른 모델들이 기존 차체를 기반으로 차량을 개발한 것과 달리 재규어는 기존 모델을 약간 변형해 차량을 디자인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보디뿐만 아니라 섀시에도 알루미늄을 사용해 무게, 소음, 진동을 모두 줄었다. 섀시의 비틀림 강성이 쿠페는 30%, 컨버터블은 40%나 높아졌다. 현재 국내에는 스포츠카 XK를 기반으로 만든 XKR 컨버터블이 1억 8100만 원, 쿠페가 1억71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프리미엄 세단 XJ를 업그레이드한 XJR는 1억3300만 원에 판매 중이다. 크라이슬러도 SRT라는 튜닝 버전을 300C와 지프 그랜드 체로키를 통해 선보였다. 300C SRT8에는 6.1리터 V8 HEMI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431마력, 최대 토크 58.1kg·m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이 5.2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SRT8은 300C와 같은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426마력, 최대 토크 58.1kg·m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초대로, 슈퍼카인 포르쉐 카이엔 터보(4.8초), 벤츠 ML63 AMG(5초)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