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Gladiator)
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 러셀 크로(막시무스 역) 코니 닐슨(루실라 역) 호아킨 피닉스(코모두스 역) 올리버 리드(프록시모 역) 데렉 자코비(가이어스 역) 리처드 해리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른바 5현제 시대의 마지막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치세가 저물어가던 서기 180년. 당시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이 통치 하에 있었을 만큼 광대한 영토를 자랑하는 로마제국의 번영은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국의 이 모든 영화는 다름 아닌 식민지 정벌을 위한 끝없는 전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12년에 걸친 게르마니아 정벌 전쟁도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지중해의 따뜻한 햇살에 익숙한 로마 병사들은 살을 에는 혹독한 북유럽의 추위와 부족한 식량, 그리고 연일 계속되는 치열한 전투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버린 상태다.이렇게 바바리안과 마지막 일전을 앞둔 로마군 진영의 사기는 한눈에 봐도 말이 아니었다.이때, 덥수룩한 수염에 늑대 가죽을 갑옷 위에 두른 채 병사들에게 다가 오는 한 사람. 그를 보자 병사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그가 건네는 한마디 격려에 사기가 충천해지기 시작한다. 바로 로마 북부군 사령관 막시무스 장군(러셀 크로 분)이다. 대장군이면서도 언제나 선봉에 서서 몸을 돌보지 않고 적진을 휘젓는 맹장이자, 함께 싸우는 병사들을 자식처럼 아끼는 덕장이다. 그를 향한 부하들의 존경과 충성심은 지옥에라도 서슴없이 뛰어들 태세다.막시무스 장군은 잠시 후면 벌어질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말고삐를 잡은 채 병사들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마지막 훈시를 한다.막시무스: 절대 밀리지 말라. 나를 따르라. 느닷없이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고 혼자서 푸른 초원 위를 말을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더라도 너무 당황해 하지 말라. 왜냐하면, 그곳은 바로 천국이며, 제군은 이미 죽은 것이니 말이다.듣고 있던 병사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 속에, 생사고락을 같이해 온 총사령관을 향한 병사들의 절대적 신뢰와 충성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으며 평생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떨쳐 내지 못했지만 정적마저도 그 인품에 매료됐던 사람. 바로 링컨 대통령이다. “대중의 정서가 관건이다. 대중의 마음이 나에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지만, 대중의 마음에서 떠나버린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Public sentiment is everything; with it, nothing can fail. Without it, nothing can succeed).” 이 말은 21세기 오늘날에도 그 울림이 명징하다.나폴레옹도 마찬가지다. 코르시카 섬 출신에다 작은 키. 프랑스 명문 귀족의 자제들에 비해 하나도 내세울 게 없었던 그가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휘하 병사들보다 먼저 적진으로 돌격해 들어가는 솔선수범. 고급 장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일반 병사들과 똑같이 거친 음식과 불편한 잠자리를 함께했던 겸허함이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그의 태도가 상당히 전략적이었음을 입증하는 일기 내용이 발견됐다. “사람을 조종하는 데 있어 가장 영리한 방법은 다름 아닌 상대의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다(Emotions are very intelligent ways in driving an organism toward an outcome).”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조직 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번의 멋진 연설로 또는 한턱 크게 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의외로 그 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스스로의 특권의식을 던져버려라. 스스로를 낮추고 아랫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라.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라. 궂은일일수록 남보다 먼저 기쁘게 행하라. 이 모든 것을 진심으로 행하라. 그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당신에게 신뢰와 헌신, 그리고 충성을 선사할 것이다. 당신을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님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마침내 막시무스 총사령관과 심기일전한 로마군은 사력을 다한 전투 끝에 12년의 게르마니아 원정을 대승으로 마감한다.오랜 세월 수많은 전장에서 막시무스를 지켜보며, 그의 순순한 군인정신, 로마의 타락한 정치에 물들지 않은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간파하고 있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예견하고는 타락한 황태자 코모두스가 아닌 막시무스에게 로마를 통치해 줄 것을 제의한다. 황제에게 막시무스는 아들과 다름없고 막시무스에게는 황제가 아닌 아버지처럼 애틋한 정이 싹트고 있었던 것이다.그날 밤, 자신이 아닌 막시무스에게 권력을 넘기겠다는 뜻을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에게 직접 듣고 격분한 코모두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스스로 황제에 등극한다. 동시에 막시무스를 처형할 것을 명령하고 고향 스페인에 있는 그의 처자식도 무참히 살해해 버린다.이후 황제가 되어 로마로 돌아온 코모두스. 그라쿠스를 비롯한 원로원 내 반대 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이반한 민심을 돌리기 위해 150일간이라는 사상 최대 검투 시합을 콜로세움에서 개최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합에 막시무스가 최고의 검투사로 살아 돌아 올 줄은, 그리고 콜로세움에서 막시무스에게 최후를 맞을 줄은 그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그라쿠스: 코모두스가 생각보다 영리하군. 내 생각에 그는 로마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아. 포악하고 무지한 군중, 바로 그것이 로마란 것을 말이야. 이런 유의 군중은 재미난 마술을 보여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걸려들지. 숭고한 자유가 찬탈당하는 것도 모르고 군중은 여전히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하지. 로마를 움직이는 것은 원로원이 아니라 바로 저 콜로세움이야. 코모두스는 로마에 검투사들의 죽음을 갖다 바칠 것이고, 로마는 이런 코모두스를 사랑하게 되겠지.: 비즈니스에서는 선심성 접대가 당연시 되는 경향이 있다. 거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이권이 크면 클수록, 상대의 영향력이 크면 클수록 접대의 수준도, 사례비용도 점차 막대해진다. 협상에서는 이를 흔히 알파(α)라고 부른다. 일정 비용을 상대에게 추가 투입, 투입한 알파 이상의 보답을 상대로부터 이끌어 내는 것을 가리킨다.개인과 개인 혹은 기업과 기업 간의 거래에서 나타나는 선심성 접대나 향응의 문제점도 심각하기 이를 데 없지만, 이러한 선심성 혹은 환심성 전략이 정치 세계에서 야기하는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자신을 향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함량 미달의 정치가나 정권이 가장 애호하는 대국민 통치 전술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규모 스포츠 행사, 도박 산업, 그리고 사회도덕 기강을 해이하게 하는 각종 규제 완화 정책이다. 즉, 확고한 비전이나 철저한 계획 없이 대중의 인기에 영합 편승하는 것이다.이것이 우민정책(愚民政策: Obscurantist Policy)의 한 측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민정책의 종착점이 인권의 훼손 및 민주주의 사회의 붕괴란 정치사회적 폐해뿐만 아니라 각종 부정부패의 만연으로 사법정의, 조세정의, 공권력 중립의 심각한 붕괴로 이어져 국가의 근간까지 뒤흔들 소지가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이 영화의 배경이 됐던 로마제국 역시 여러 가지 몰락 원인 가운데 콜로세움으로 대변되는 우민정책이 끼친 악영향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이 영화를 통해 그 옛날 로마 시대에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어떠한 민심 수습 전략을 선택할 수 있었는지, 또한 각 전략이 가져오는 결과는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오늘날 우리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위스콘신 매디슨 MBA졸업전경련 국제경영원 글로벌협상 주임교수역서: 협상의 심리학©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