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사 새로 쓰는 용산

산은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를 가슴에 안고 있는 곳이다. 지리적으로 서울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앞으로는 한강, 뒤로는 남산을 끼고 있지만 이런 이점은 되레 지역 개발에 발목을 잡아왔다. 청나라 시대부터 지금까지 용산은 주둔하는 나라만 청나라에서 일본,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 그다지 변한 것은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용산 미군기지 주변을 거닐다 보면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2층 목구조 주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개발 제한만 아니었으면 진작 서울 최고의 요지로 개발됐을 용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개국 이후 지금까지 용산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던 미군이 기지를 평택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데다 때맞춰 서울시가 한강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또 서울시와 코레일도 용산역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용산 전역이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선 대표적인 것이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56만8000㎡를 개발하는 용산역세권(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이다. 지상 150층 높이의 국내 최고층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서며 업무, 상업, 주거, 문화 시설이 결합된 세계적인 복합테마타운으로 건설될 계획이다. 총 사업비만 28조 원으로 완공 시점은 2016년이다. 미군기지 이전도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 측과 실무 협의 중이지만 큰 밑그림은 이미 그려졌다.정부는 미군기지 이전 터 267만3000㎡를 뉴욕 센트럴파크, 런던 하이드파크와 맞먹는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미군은 2012년부터 철수를 시작한다.초미의 관심은 상업용지로 개발되는 유엔사령부, 수송부대 부지가 얼마에 매각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8월 29일 용산 쌍용예가 모델하우스에서 열린 제3회 한경부동산 포럼에 참석한 가나공인 이정찬 대표는 “이태원동 캐피탈호텔 앞 청화아파트 115.7㎡(옛 35평)가 현재 8억~8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3.3㎡당 6000만 원선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강로 국제빌딩 3, 4구역이 3.3㎡당 1억2000만~1억5000만 원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지 주변은 여전히 투자 메리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태원, 한남, 보광동 일대 109만여㎡를 개발하는 한남뉴타운과 단국대 부지 13만여㎡도 용산구 전체를 뒤흔들 호재다.한강변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는 한강르네상스는 용산을 서울을 넘어 동북아 중심 지역으로 만들 거대 프로젝트다. 이와 함께 용산에는 경부고속철도(KTX)와 지하철 4개 노선, 신분당선, 인천공항철도, 송파~용산을 잇는 자기부상열차 등 총 12개 철도망 건설이 예정돼 있다.용산 투자 방식은 크게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과 재개발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미 완공된 물건은 서울역~삼각지~용산역을 연결하는 한강로 주변에 있는 고층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이다. 삼각지역과 용산가족공원, 용산역 부근에 들어선 주상복합, 오피스텔은 현재 약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주변이 업무지구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하며 특히 대형 평형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국제타운공인 강영훈 대표는 “용산 파크타워 264.4㎡ 중 로열층 한강 조망이 가능한 물건은 3.3㎡당 5000만 원까지 거래됐다”며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시설들이 대거 들어설 예정인데다 수요에 비해 공급된 대형 평형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풀이했다. 중형 평형도 현재는 약보합세를 기록 중이지만 장기적으로 투자 메리트가 괜찮다. 군사 시설과 개발 제한 구역 등의 여파로 용산은 서울 지역 내 단위당 주거 시설 면적이 가장 적다. 지난 3~4년 사이 경쟁적으로 주거 시설이 들어섰지만 향후 수요를 감안할 때 공급량은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나머지 지역은 재개발 지분 투자 방식이 유리하다. 지분 쪼개기 등 기존 방식은 현재 정부와 서울시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다. 더군다나 용산구는 지역 내 재개발 지분 가격 편차가 굉장히 크다. 사업 속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됐다고 하지만 일부 지역은 값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종욱 삼성그린 대표는 “2006년 3.3㎡당 2000만 원에 불과했던 서부이촌동 지분 값이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6800만~7500만 원까지 치솟았다”며 “개발 방식을 놓고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지분 값만 지나치게 오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서울역과 가까운 청파·서계동, 원효로 일대도 뉴타운 방식으로 재정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휩싸이면서 재개발 지분 값이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수차례 “집값 안정 없이 뉴타운 추가 개발은 없다”고 밝힌 상태여서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전망이 많다. 만약 투자에 들어간다면 5~6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투자가 유리하다.다행히 청파·서계동, 원효로 등 재개발 구역은 지난 2005년 1월 용산구가 건축 허가 제한 조치를 취한 상태라 지분이 쪼개진 물건이 그다지 많지 않다. 아직 뉴타운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도심지 개발 활성화에 희망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서계동 키움공인 임기중 대표는 “현재 용산구청이 서계·청파동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하겠다며 마스터플랜과 관련해 용역을 준 상태”라며 “현재로선 약 500%의 용적률이 예상되는데 서울역과 연계해 도시화경정비사업으로 지정되면 용적률은 900%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3.3㎡당 7000만 원인 지분 값이 1억 원선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렇다면 투자 시기는 언제가 적당할까. 지역 내 일부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금 당장 투자해도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대체적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가시화될 올 연말이나 내년 봄까지 기다려보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전망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도 “지난 3년간 용산구 내 동별 가격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78~300%까지 지역별 편차가 컸다”면서 “도원동, 산천동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을 중심으로 저평가된 매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값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강 대표는 “2~3년 전 원효로나 서계동 일대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2~3배의 수익률은 거뜬히 올렸겠지만 지금 용산의 지가는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마포 성동 중구 등 용산과의 접근성이 좋은 주변 재개발 지역에 대해서도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학군 등 교육 관련 시설 등이 강남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도 용산 집값 상승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엄봉주 센트럴공인 대표는 엄봉주 “용산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러 오는 고객들도 대체로 실제 거주에 관해서라면 고개를 내젓는다”며 “자립형 사립고나 특수목적고 등을 유치하는 등 교육 여건 개선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용산이 강남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차윤원 탑공인(716-1289) 대표, 강영훈 국제타운(796-8100) 대표, 서영실 올리브공인(790-9595) 대표, 이정찬 가나공인(798-7900) 대표, 서기섭 OK공인(706-5582) 대표, 신성수 씨티공인(792-1700) 대표, 김종욱 삼성그린(718-0654) 대표, 이미화 강남공인(797-0114) 대표, 이일환 부자공인(794-0707) 대표, 임기중 키움공인(704-2800) 대표, 선우미진 열린공인(701-9800) 대표, 엄봉주 센트럴공인(798-2121) 대표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