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장의 대안투자
일 국민들의 행복 정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국민행복지수펀드’, 한강이 맑아질수록 수익률이 올라가는 ‘한강청정지수펀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건강지수펀드’가 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한번 상상해본 것이지만 이런 펀드가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이 세상 어떤 것이라도 지수로 만들 수 있다면 이를 상장, 거래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최근 여러 자산운용사가 다양한 ETF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ETF는 상품 구조와 매매 특성상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자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ETF 차익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즉, ETF를 대량 매입한 후 이를 주식으로 바꿔 ETF 주가와 ETF의 실제 가치인 주당 순자산(NAV) 간의 차이를 이익으로 얻는 전략이다.개인 투자자들 역시 ETF를 활용해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했다가 반등하면 매도하는 식의 단기 매매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지수 ETF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지수를 추종하는 새로운 ETF가 등장하면서 이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전략이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ETF를 활용한 투자 전략을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 ETF에 대해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ETF는 인덱스 펀드와 같이 주가지수 추종을 목표로 하는 펀드로, 주식시장에 상장해 주식 종목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상품이다. 가정에서 증권사 홈 트레이드 시스템(HTS)을 통해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다. 인덱스 펀드와 비교해 환금성이 훨씬 뛰어난 셈이다.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거래되는 시장이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뉜다. 발행시장은 운용사와 지정판매회사(AP)가 주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지정판매사란 운용회사가 사전에 복수로 지정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사다. 지정판매사는 ETF의 설정 및 환매, 시장 유동성 제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차익 거래를 통한 시장 조성 역시 유동성을 높여 투자자들이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유통시장은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일반 주식과 같은 방법으로 매매하는 시장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ETF를 매수하거나 매도한다면 이는 유통시장을 말하는 것이다.ETF는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는데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주가지수 파생상품과 연계된 차익 거래, 프로그램 매매 등이 주가 폭락의 배경으로 지적되자 이를 대체할 상품으로 개발됐다. 즉, 현물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프로그램 매매나 바스켓 매매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1993년 아멕스(AMEX)의 자회사가 내놓은 SPDR(Standard & Poor’s Depository) 트러스트가 바로 세계 최초의 ETF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10월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하면서 시장이 처음 열렸다. 2008년 7월 현재 거래되고 있는 ETF는 총 27개 상품으로 코스피200이나 KRX100 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미디어 통신 은행 증권 등 각 업종별 ETF와 중국과 일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 등 매우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됐다.ETF는 무엇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일반 주식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의 총보수가 각각 연 2.5~3%, 연 1.5~2%대인데 비해 ETF는 0.5%대에 불과하다. 게다가 주식 매도 때 내는 증권거래세(0.3%)도 면제다. 또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이 열리고 있는 시각에 실시간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다. 일반 펀드는 주식시장이 끝난 후 산출된 기준 가격에 의해 거래가 이뤄진다. ETF는 1주를 매입하더라도 추적하는 지수의 구성 종목에 모두 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탁월한 분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ETF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ETF를 활용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공격적인 액티브 펀드와 ETF를 섞어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서비스가 인기라고 한다. 액티브 펀드와 위험성이 낮고 안정적인 ETF에 동시 투자하는 균형 전략이 고객에게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ETF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도 증권사나 파이낸셜 플래너(FP)들이 ETF를 활용해 투자자에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는 서비스가 일반화돼 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식 펀드에 넣듯이 ETF에 투자하기도 한다.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전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핵심’ 자산으로 하고 섹터 ETF나 다양한 스타일의 펀드를 편입해 ‘주변’ 자산으로 운용하는 ‘핵심-주변부(Core-Satellite)’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또 보유 주식들에 대한 헤지나 차익 거래를 위해 ETF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ETF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몇 가지 우수한 장점이 있다. 전형적으로 평균적인 투자자라면 투자 자금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특정한 스타일이나 업종 등으로 집중되기 쉽다. ETF를 활용할 경우 전체적인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투자 포트폴리오의 변경을 원할 경우 역시 상대적으로 쉽게 재조정할 수 있다. 만일 투자자가 주식의 투자 비중을 늘리려면 특정한 주식의 매수 없이 단순히 ETF 주식을 더 매수함으로써 이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주식 종목이 많을수록 이를 관리하거나 모니터링하기가 더욱 어렵다. 즉, 여러 가지로 고려하거나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ETF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면 포트폴리오가 훨씬 간단해지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끝으로 ETF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투자 때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다양한 스타일의 ETF 분산 투자를 통해 시장 위험을 줄여야 한다. 포트폴리오 이론은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의 결합을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다. 소액 투자자들에게 ETF는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한 분산 투자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둘째, 투자자가 스스로 투자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ETF의 수익률은 시장의 움직임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자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이 견딜 수 있는 수준 내에서 투자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즉,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도록 주식 채권 현금 등의 자산 구성을 결정한 다음 주식 투자 비중 내에서 ETF에 투자해야 한다.셋째, 투자 시점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주가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특정 시점을 주가의 저점 또는 고점으로 판단해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투자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투자는 투자 자금을 여러 번 나눠 투자하는 분할 매수 방식이 적합하다. 따라서 매월 또는 매 분기마다 일정 금액을 나눠 투자하는 ETF 적립식 투자가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