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외적 변수에 강한 장수 브랜드 빙그레

로벌 금융시장이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어가면서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거의 그로기 상태가 돼버렸다. 이미 보유 종목들 가운데 반 토막 난 주식들이 즐비하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해 가입했던 펀드들도 손실 폭이 이만저만 아니다. 해외 펀드 손실 폭은 더욱 크다. 특히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10조 원 이상의 돈이 몰렸던 중국 펀드의 경우 작년 10월에 가입한 투자자는 손실률이 한때 70%에 육박하기도 했다. 1억 원을 가입했다면 원금이 3000만 원으로 형편없이 줄어든 셈이다. 이 때문에 주식 투자자든, 펀드 가입자든 상당수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 있다. 한마디로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 대열로 진입한 것이다.하지만 주식 투자의 대가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에 공포심이 가득할 때가 바로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시장의 공포가 정점에 도달한 것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동안 약세장에서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 뒀던 투자자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에 대해 “여기서 추가 조정을 받더라도 하락 리스크가 10% 안팎이라면 중·장기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렇다면 현재와 같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가장 좋은 투자 대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방어적 매력을 갖춘 음식료 업종을 안정적인 투자 대안으로 꼽고 있다. 특히 환율 노출 비중이 작고, 가격 인상 폭이 크며, 주력 제품의 시장 규모가 증가하는 업체로의 투자가 유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빙그레는 이런 조건에 딱 들어맞는 우량주다. 빙그레는 빙과류와 유제품 등 식료품을 주력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이다. 식료품의 경우 대부분 저가이며 생필품에 해당하는 제품이 많기 때문에 실적이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런 까닭에 빙그레는 실적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여기에다 빙그레를 비롯한 농심 CJ 오뚜기 롯데제과 등 국내 굴지의 식료품 기업들이 오랜 업력에다 안정된 브랜드 인지도, 유통망 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도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르러 경기 사이클에 따른 실적의 변동성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덕분에 주가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가 큰 충격파를 입으면서 국내 증시의 대표 우량주들이 작년 말의 고점에 비해 큰 폭으로 조정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빙그레는 상당히 안정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빙그레 주가는 작년 말 고점 대비 15% 하락으로 선방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30%가량 조정 받은 것에 비하면 대외 악재에 따른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이다.빙그레는 현재 빙과류와 유제품의 사업을 각각 절반의 비중으로 영위하고 있다. 스낵 부문도 있으나 매출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2007년 연간 실적 기준으로 유제품이 전체 매출의 54.1%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빙과류가 점유하고 있다. 두 가지 주력 사업 부문 모두 독과점 시장이다. 빙과류의 경우 롯데와 해태제과 빙그레가 과점적 지위를 갖고 있으며, 유제품의 경우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메이저 업체들과 과점적 위치를 보유하고 있다.빙그레의 수익 모델은 지극히 간단하다. 빙그레가 제조하는 제품의 대부분은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낙농진흥회와 각 목장에서 원유를 구매한다. 여기에 타 재료들을 구입해 전국 직영공장에서 직접 가공한 후 이를 대리점이나 대형 유통업체 등에 공급해 매출을 올린다.빙그레의 매력 포인트는 부침을 타지 않는 장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매출을 견인하는 제품은 대부분 신제품보다 기존의 장수 브랜드들이다.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메로나 등 기존 제품들의 매출 비중이 80%를 차지하며 특히 바나나맛 우유는 단일 품목으로 전체 매출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다. 바나나맛 우유는 지난 1974년 첫 제품이 나온 이후 무려 34년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식음료계 장수 베스트셀러로 최근 경쟁사의 비슷한 신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서도 80%의 시장점유율을 꿋꿋이 유지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는 지난해에도 9.2% 성장률을 보였다.업계에서는 올해도 9%가 넘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바나나맛 우유가 오래되고 친숙한 이미지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두터운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데다 분유를 많이 쓰는 경쟁 제품들에 비해 원유 비중이 높아 맛과 향이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요플레도 바나나맛 우유와 함께 빙그레의 대표 브랜드다. 발효유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요플레는 2006년과 2007년 각각 18.4%, 18.6% 성장했으며 2008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매출 성장세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유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빙그레는 브랜드가 강한 기존 제품이 강력이 버티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특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없이도 매출 호조세가 이어져 비용 절감 확대 효과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빙그레의 판매관리비는 2007년 기준 매출액 대비 20.9% 수준으로 주요 음식료 업체 평균인 28.6%보다 크게 낮고,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8.6%로 업계 평균인 6.6%를 상회한다. 빙그레 영업이익률은 안정적인 매출 성장과 비용 통제에 힘입어 2008년과 2009년에도 각각 전년 대비 9.3%, 9.5%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빙그레의 비용 통제에 따른 이익 확대 효과는 동종 유가공 업체와의 비교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경우 양사가 서로 겹치는 품목이 많은 경쟁 구도인 만큼 지속적인 광고와 마케팅 비용으로 이익률이 훼손되고 있다. 또 장수 브랜드 품목이 없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유진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차이는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차이로 나타난다”며 “빙그레의 ROE는 17.0%로 유가공 업체 평균인 10.3%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대외 변수에 강한 원가 구조도 빙그레의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빙그레는 원재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를 100% 국내에서 조달한다. 수입 비중이 없기 때문에 국제 곡물 가격 급등 및 환율 변동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국내 원유 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원유 가격 상승 요인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원유 가격은 2007년 0.8% 오른데 이어 2008년 들어서도 현재까지 1.4% 상승에 그치고 있다. 빙그레는 외적 변수에 강한 원가 구조 외에도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존 메가 브랜드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 덕분에 자원 투입량 대비 산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고수익성 제품 위주의 라인업과 공급망 관리를 통해 원가율을 향상시키고 있다. 증권사들 전망에 따르면 빙그레의 2008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5.5% 이상 증가한 5700억 원선, 영업이익은 15%가량 늘어난 530억 원선으로 추정된다. 빙그레는 달러화 차입이 없어 경쟁사들과는 달리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환 관련 손실이 제한적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빙그레는 542억 원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영업상 현금흐름 호조세가 예상되며 설비 투자는 경상 투자 중심으로 예전 수준인 200억 원에 그쳐 잉여현금흐름 증가가 기대된다. 이러한 순현금 규모 증가와 최근 실질 금리 상승으로 이자수익은 2007년 36억 원에서 2008년 44억 원, 2009년에는 6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내다보고 있다.빙그레의 매출은 지난 1992년 이후 2007년까지 단 두 해를 제외하고 매년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업계 내 최고 영업이익률 △탄탄한 원가 구조 △강력한 비 용통제 능력 △다수의 장수 브랜드 보유 등을 감안하면 빙그레의 성장은 향후에도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우수한 배당 정책도 빙그레의 투자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빙그레는 지난 2000년 순이익이 전년 대비 38.4% 감소했을 때도 주당 배당금을 전년 수준인 500원을 유지했으며 2006년에는 빙과 부문 부진으로 순이익이 26.7%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배당성향을 전년 22% 수준에서 25%로 높이는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 왔다. 이 회사의 배당성향은 지난 1998년 이후 줄곧 20∼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05년의 10만 주 이익 소각 및 추가 10만 주 자사주 매입, 2006년 12만 주 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 가치 증대를 위한 우호적인 정책을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2008년에도 주가 하락 방어를 위해 10만 주를 매수했다. 이로써 현재 자사주 비율은 11%에 이른다.빙그레 경영진은 2010년께 영업이익률 10%, ROE 20%, 배당성향 30%를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빙그레는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다소 정체돼 있는 외형을 키우기 위해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 내부적으로도 지속적인 인수·합병(M&A) 대상 물색, 해외 사업 진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사업 투자가 높은 ROE를 저해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회사 경영진의 특성상 신중한 의사결정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쪽으로 무리하게는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마지막으로 밸류에이션을 살펴보자. 빙그레의 2008년 예상 주가수익률(PE R)은 9.1배 수준으로 음식료 업종 내에서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 PER 밴드 역시 최근 3년 기준 가장 낮은 영역에 위치해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사 제품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빙그레의 메가 브랜드가 성장을 견인하고 △유음료과 빙과류 부문의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증대 효과가 2분기부터 빠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신성장 전략에 따른 수출 증대 등으로 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정종태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