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 Fashion Trend
가을에는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게 될까. 매일 출근하면서, 혹은 특별한 모임이 있을 때마다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것은 비단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점점 스타일 감각이 개인에 대한 평가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서 남성들에게 있어서도 계절이 바뀌면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이번 시즌 유행 경향이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예전처럼 하나의 유행이 전체 시장을 휩쓸고 지나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행이라는 것은 있는 법이다.이번 시즌에 두드러지는 경향은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것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남성적인 실루엣에 여성스러운 소재를 섞는다든지, 포멀한 슈트 차림에 캐주얼한 파카를 함께 믹스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물론 이러한 경향의 중심에는 영국풍의 남성복 감각이 있다. 요즘처럼 글로벌 패션 트렌드가 유행인 시점에도 국가적 특성이라는 것이 있고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남성복에서 영국이라는 나라가 차지하는 중요도는 매우 크다. 영국은 현대 남성복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런던 새빌 로(Savile Row)의 수많은 양복점과 함께 20세기 대부분의 하위문화 스타일(예를 들어 펑크, 테디보이, 크롬비)을 생산해 낸 국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영국적 스타일은 클래식과 캐주얼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데, 바로 이번 가을에는 이런 영국풍이 남성복에서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현재 남성복에서는 클래식한 감각이 대세다. 그러나 이런 클래식 슈트 라인을 클래식하게만 입는다면 고루함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다. 약간의 악센트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지난 시즌의 스포츠는 경쾌한 스타일링을 중심으로 제안됐다면 이번 시즌에는 설원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럭셔리한 느낌으로 제안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단연 포멀한 아이템과 스포티한 캐주얼 아이템의 믹스다. 클래식한 슈트 차림에 웬 파카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가을 겨울 가장 유행하는 아이템 중 하나는 바로 몽클레어 파카다. 물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지만 올해에는 중장년층의 옷장에도 꼭 갖춰야 할 필수 아이템 중 하나가 바로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의 부피감을 자랑하는 파카 스타일이다. 포멀 슈트 위에 착용해 과감하면서도 시크한 감성을 표현하는 것이 키포인트.그동안 남성의 포멀룩을 이용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강조했던 매스큘린 룩이 여성복에서 가장 유행하는 비즈니스 웨어였다면 이젠 남성에게서도 여성적 감성을 담는 것이 유행할 전망이다. 하긴 요즘 가장 뜨는 남성상으로 영국의 퓨처 래버러토리(the future laboratory)에서는 개스트로섹슈얼(gastrosexual)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옷을 입는 데서도 성 영역이 깨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프라다 컬렉션에서 제안됐던 스타일들이 일반적인 남성들에게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여성복에서 착안된 셔츠 스타일들이 대대적으로 유행할 전망을 보이면서 남성 셔츠에서도 실크 셔츠나 비대칭형 오픈 스타일의 셔츠가 유행하고 있다.지구의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극지방의 빙하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 속이라 그런지 북국을 향하는 따뜻한 감각의 스타일들이 등장한다. 북유럽 특유의 노르딕 스타일과 영국적 감성이 만나서 자연스럽고 포근한 이미지로 표현되는데, 럭셔리한 소재들을 캐주얼한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키포인트다. 약간 텁텁한 방한복에 브리티시 패턴이 믹스된 레이어링으로 캐주얼한 감각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의 트래디셔널 캐주얼웨어에 좀 더 에지를 주는 스타일 정도로 파악하면 좋을 것이다.남성복에서 전형적인 스타일인 클래식 프레피 스타일은 지난 시즌의 밝고 위트 있는 변화를 계속한다. 클래식 체크를 활용해 다양하게 코디하거나 위트 있는 보타이를 코디해 변화를 줄 수 있다. 좀 더 캐주얼한 감각을 위해서 때로는 포멀한 재킷과 클래식한 느낌의 인디고 데님을 코디하기도 하고, 좀 더 젊은 감각을 가미해 기본 형태의 니트 카디건을 겹쳐 입는 방식도 이번 시즌의 유행 코드다. 너무 딱딱하지 않게, 컬러에서도 약간의 악센트를 주어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