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익 루티즈코리아 대표가 보는 미국 부동산

난 7월 시장 조사차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찾은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대표는 변함없는 미국 부동산 열기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히스패닉계가 모여 살거나 지난 2006~07년 집값이 급등한 지역만 당시보다 30~40% 떨어졌을 뿐 나머지 지역은 아직도 약보합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금력이 약한 디벨로퍼들이 중도 파산하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을 뿐 유대계로 대표되는 큰손들의 영향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들 업체들이 목 좋은 곳에 있는 파산 매물들을 사들여 재분양하거나 임대로 전환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고 설명한다.미국을 다녀온 뒤 이 대표가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내 1세대 해외 부동산 컨설팅사 대표로서 누구보다 미국 집값 거품에 대해 우려를 표시해 왔지만 현지를 방문하고 와서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그는 “미국 경제는 크게 △과잉 유동성에 의한 경제 버블의 폭락 △금융권의 연쇄 부도 △주식시장의 폭락 △부동산 시장의 폭락 △개인 여신의 부실 확대 △소비 침체로 인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각 금융 회사들이 2008년 회계연도 내 모기지 부실 채권을 털어내기 위해 쏟아 낼 차압 매물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들 물건이 일시에 쏟아지면 미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더욱 부정적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 물량이 왜 나오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연쇄적인 집값 하락이 아니라 재무 건전성 차원에서 물건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일 겁니다.”이 대표는 특히 미국 주택 시장이 매수자 위주 시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을 주목한다. 유리한 가격 선점을 위한 시장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과 같이 주택 공급이 중단된 채로 2~3년이 지나면 다시 가격 상승 압력이 고개를 들 것이기 때문에 올 연말이나 내년 초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저가 매물을 구입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가격 상승세가 여전한 백인 밀집 지역을 구입하라는 얘기도 아니다. 그는 꾸준히 인구 유입이 진행되는 도시 중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 값이 떨어진 곳을 추천했다.“로스앤젤레스를 예로 들면 다운타운이나 코리아타운은 자체 재개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와중에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았습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유망 물건이 상당수 포함돼 있죠. 물론 외부에서 몰려드는 인구 유입도 상당합니다. 따라서 미국 경기가 바닥을 치면 이들 지역은 회복 가능성이 그만큼 큽니다. 뉴욕과 시카고 등 다른 대도시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다만 그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 내 금융 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여의치 않게 됨에 따라 투자자 자금 부담 비율을 다소 높일 것을 주문한다. 이 대표는 올 연말께 국내 모 금융 회사와 공동으로 사모 펀드를 조성해 로스앤젤레스 등 미 서부 대도시 유망 오피스 물건을 취득, 운용할 생각이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