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품이 돈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경매 회사의 낮아진 낙찰률을 지적하며 ‘이제 미술 시장의 잔치는 끝났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연 아트 마켓은 새로 떠오르는 희망일 것인가, 아니면 잠시 비갠 오후의 무지개일까. 말들이 많은 만큼 새로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과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투자자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조금은 불안하지만 차라리 미술품 시장이 든든한 대체 투자 시장이라고 믿고 싶을 것이란 표현이 옳을 듯싶다. 분명한 것은 이젠 미술품이 단지 개인적인 욕구만을 충족하기 위해 소장하려던 시대를 넘어 ‘투자할 상품’으로 보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점이다.그 새로운 블루 오션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 투자가가 꼭 유념할 몇 가지 사항을 되짚어보자.저평가된 작품을 잡아라. 미술품 수집으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작가, 혹은 작품이 그 빛을 발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단기적인 전문 투자 목적이라면 오히려 저평가된 경우보다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 작가를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술품 수익률’은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엔 이렇다 할 통계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대개 외국 사례에 의존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로, 1970년대 중반 미술 분야에 광범위하게 투자했던 영국철도연금기금은 인상파 회화만으로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냈다고 전한다.또한 한 경제 분석 기관의 조사를 인용하면 ‘세잔의 그림 가치는 1874년 이후 물가상승률을 제외하고도 연평균 9%씩 증가했다’고 하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시장의 평가와 작가의 비전을 선별할 안목을 구비하는 것이다.많은 사람이 작품을 선호한다면 가치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최근 시장에서 높은 선호도가 있는 작가의 공통점은 국내외의 경매에서 높은 낙찰률과 낙찰가를 기록한 예가 많다는 것이다. 가령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홍콩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한국 작품 중 최고 낙찰가는 홍경택의 ‘펜슬1’로 648만 홍콩달러(8억2000만 원)다. 뒤를 이어 오치균의 ‘사북의 가을’이 503만1500홍콩달러(6억3000만 원), 백남준의 ‘라이트 형제’ 503만1500홍콩달러(6억3000만 원),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 491만9500홍콩달러(6억2000만 원), 강형구 ‘빈센트 반고흐’ 456만7500홍콩달러(5억8000만 원) 등을 기록했다.작은 픽셀엔 마오쩌둥의 얼굴이, 전체적으로는 마릴린 먼로의 형상이 담긴 김동유의 작품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은 한국적 팝아트의 전형이 됐다. 이러한 그의 50호(116.8×91cm) 크기 작품의 전시장 액면가격은 5000만 원을 다소 상회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호가(呼價)는 1억 원에 육박하거나 훨씬 웃돌기도 한다. 이렇듯이 남들이 선호한다고 해서 무작정 호가를 따라 구입하려다 보면 그만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만약 전시장 가격이 시장의 호가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과서적이겠지만 남들이 선호하는 작품을 따라 사는 것보다 남들이 ‘선호할 작품’을 먼저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싸게 살 수 있다는 말만큼 달콤한 유혹도 드물다. 일부에선 ‘A 작가의 동일한 작품을 300만 원에 살 수 있는데 왜 1000만 원에 속아서 사느냐’는 식으로 현혹한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이러한 경우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 단순히 얼마에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어떤 경로로 사느냐가 중요하다. 작가는 절대 혼자 살아갈 수 없을뿐더러 시장의 시스템을 벗어나 프로 작가로 입지를 굳힐 수도 없다. 만약 시장에서 1000만 원 하는 A 작가의 작품을 운 좋게도 300만 원에 한 번 샀다고 해도 내가 아닌 주변 사람마저 그 가격에 반복해 살 수 있다면 그 작품 가격은 1000만 원이 아니라 300만 원이 되고 만다. 경매나 증여 목적의 예외는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어떤 경우라도 시장의 룰을 깬 작가라면 정식 유통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중에 재판매를 위한 투자 목적이라면 정상적인 시장에서의 유통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현명하다.현재 우리나라 작가에 대한 가격지수나 통계 결과를 활발히 발표하는 곳은 사단법인 한국미술정보연구소와 서울옥션 등 두 곳이다. 먼저 (사)한국미술정보연구소는 10여 년 전부터 한국 작가의 누적된 국내외 미술품 경매 기록이나 시장에 노출된 가격 사례를 토대로 작가별 작품 가격 변동과 가격지수를 산출해 발표하고 있다. 특히 제휴 회사인 월간 아트프라이스를 통해 매달 주요 작가의 가격 기록표를 소개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미술품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은 유일하게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통 전문 회사다. 그러다 보니 각 장르별 작가별 낙찰 결과를 토대로 매우 흥미로운 통계 수치를 발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난해 국내 근현대 서양화 작품 가격은 전년 대비 33.5% 상승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9.9% 올랐고, 이는 코스피지수 상승률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상회하는 것’이라는 발표로 큰 이목을 끌었다.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현실로는 객관적인 통계 수치를 확보한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간혹 발표되는 통계 수치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이지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정확하고 객관적인 통계 수치만 있다면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유능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 최근 아트 펀드의 활약이 미술 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이끌 원동력이 될 것이란 기대도 국제적으로 공인됐다고 하는 미술품 투자 수익률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메이 모제스(Mei-Moses) 아트지수는 지난 1955년부터 2004년까지 50년간의 평균수익률을 10.5%로 발표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가수익률인 10.9%와 비슷한 수준이다(하지만 이 통계의 가장 큰 결점은 성공한 매매 실적만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실패한 매매 건수를 포함한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여기에 힘입어 이미 많이 알려졌듯이 우리나라에도 100억 원대 내외의 사모 아트 펀드가 여럿 있다. 이들 아트 펀드는 종자돈이 최소 2억~3억 원이 넘는 사모 펀드이다 보니 평범한 일반 투자자들은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소위 선수들의 장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문가의 힘을 빌렸다고는 하지만 철저한 사전 점검과 준비가 필요하다. 아트 펀드는 특히 운용사 못지않게 관련된 다른 구성원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영국 파인아트펀드의 최고경영자(CEO) 필립 호프만 역시 “미술품 펀드는 최고 미술 구매자와 자문가로 구성된 팀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펀드에 포함할 작가나 작품의 포트폴리오가 시장의 특정한 성향에 치우친다거나 시류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계획한 수익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투자자 역시 평소에 미술 작품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스스로 안목을 키우려 노력하는가에 따라 성공적인 미술 투자 전략이 완성될 수 있다.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미술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