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7월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의 워싱턴 주에서는 타코마 해협을 횡단하는 길이 853m의 현수교가 건설됐다. 수직 진동으로 유명했던 이 아름다운 다리는, 그러나 그해 11월 개통 4개월 만에 철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시속 67km의 바람이 불었지만 이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그것은 공진(共振) 현상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조그만 흔들림이었을 타코마 다리의 진동은 같은 주파수를 가진 외부의 바람을 만나면서 그 폭이 점점 커져 마침내 30m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오전 10시 반에 금이 가기 시작한 다리는 밤 11시 10분, 끝내 붕괴되고 말았다.공진 현상으로 인한 다리의 수난은 이 외에도 많은 예가 있다. 1831년에는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브로튼 다리가 군대의 행진에 의해 무너졌고 새 천 년의 꿈에 부풀어 있던 지난 2000년에는 런던의 밀레니엄 다리가 행인들이 그 위에서 발을 맞춰 걸었다는 이유로 극심하게 흔들리는 바람에 개통 사흘 만에 폐쇄되는 수모를 겪었다.일상생활 속에서도 공진 현상을 쉬이 찾아볼 수 있다. 마이크로 들어간 소리가 스피커로 증폭되어 나오고, 그 소리가 다시 마이크로 들어가 내는 찢어질 듯한 고음은 잘 알려진 공진 현상이다. 투자의 세계에도 공진 현상이 있다. 하락장은 하락하는 시세에 발을 맞추려는 투자자들에 의해 더 크게 하락하고 상승장은 그에 편승해 대박을 노리는 무리들에 의해 상승 폭이 확대된다. 하락장은 또한 비관적인 편견에 의해 강화되고 상승장은 호재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예일대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일치감치 주가의 이러한 과잉 변동성에 주목했다. 1871년 이후 100여 년 동안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지수의 변동을 추적한 그의 연구 결과는 주가의 변동성이 이론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물론 주가는 경기의 함수다. 경기가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경기는 좋을 때도 성장률이 10%를 넘는 경우를 보기는 힘들고, 나쁘다고 해도 좀처럼 마이너스 성장은 없다. 이것이 경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지수를 기준으로 보아도 한 해에 두 배로 오르기도 하고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기도 한다. 개별 기업의 주가는 이보다도 변동 폭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 투자는 늘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그러나 이러한 과잉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그 소리냐며 식상해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증권 분석론으로는 이미 고전이 된, 시카고대의 파마와 프렌치 교수의 주식 수익률 연구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일별(日別)로는 어제와 오늘의 수익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 현상을 보여 변동성을 확대하지만 주별, 월별, 연수익률로 기간을 길게 함에 따라 이러한 경향은 눈에 띄게 감소한다. 개별 주식이 아니라 시장 포트폴리오일 때는 특히 그렇다.주식이 채권이나 예금에 비해 위험한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 100년에 걸친 통계를 보면 주식은 채권에 비해 2배가 넘는 성과를 보여 줬다. 시간은 주식이 지닌 위험은 제거하고 수익만을 돌려줬던 것이다. ‘장기’와 ‘분산’이라는 원칙만 지킨다면 주식 투자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 되는 셈이다. 시장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요즘처럼 하 수상한 시장 상황에서는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