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베넷 롤스로이스 모터카 아시아·태평양 지사장

국이 자랑하는 명차 롤스로이스는 차를 뛰어넘어 전 세계 슈퍼 리치들의 부의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세계 부자 대열에 끼려면 롤스로이스 한 대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은 기본이고 그중에서도 상위 10%의 메가 리치들은 세단, 쿠페, 드롭헤드 등 다양한 라인의 차량을 소유한다. 롤스로이스는 고전미와 현대미를 가장 적절하게 조화시킨 자동차다. 영국인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1904년 영국 맨체스터에 회사를 차린 이후 롤스로이스는 세계 부호들에게 럭셔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세월이 지나면서 수많은 자동차 회사와 모델들이 생겨났다 사라졌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롤스로이스는 전통에 기반한 최고급 럭셔리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수많은 미래형 자동차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세계 부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지난 8월 7일 팬텀 쿠페 출시를 맞아 한국을 방문한 매튜 베넷 롤스로이스 모터카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은 “확실한 브랜드 마케팅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는 “롤스로이스는 성공하는 부자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역경을 딛고 성공에 이른 그들에게 롤스로이스는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부자가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언적 의미”라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롤스로이스는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에 가장 신경 쓴다. 미디어 광고에도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소량 생산이 기본이기 때문에 고객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충성도 높은 소수의 우량 고객들이 주 타깃이라는 판단에서다. 판촉 활동도 그다지 활발히 전개하지 않는다. 다른 고급차 브랜드들이 가방, 모자, 미니어처 차량 등 액세서리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롤스로이스는 별도의 제품을 제작하지 않는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회 등 행사도 비교적 조용하고 은밀하게 연다. 아무나 초대하지 않지만 한 번 모신 손님은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도록 하는 것이 롤스로이스만의 비결인 셈이다. 판매망도 양이 아닌 질적 성장에 무게를 둔다. 롤스로이스를 탈 수 있는 고객들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딜러도 웬만하면 부자들 위주로 뽑는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이안 로버트슨 롤스로이스 회장은 자사의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저격수 마케팅’이라고 소개하면서 “고객들과 같은 세계 속에서 살고 있으며 같은 자동차를 몰고 같은 요트와 비행기를 소유한 사람들을 선별해 딜러로 뽑는다”고 설명했다.아시아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롤스로이스 판매도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롤스로이스는 전년 대비 31%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도 7월까지 전년 대비 58%나 매출이 뛰었다.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는 베넷 지사장은 “롤스로이스라는 브랜드에는 고급(Luxury)이라는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믿음이 어우러져 있다”며 “최첨단, 최고급 차를 생산한다는 고객들의 믿음이 롤스로이스 성공의 밑바탕”이라고 말한다.롤스로이스는 다른 고급차들과 마찬가지로 수제 작업으로 진행된다. 잉글랜드 남부 굿우드 공장은 ‘소리 없는 공장’으로 통한다. 일반 자동차 공장과는 달리 모든 공정이 손으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제품 구매를 결정해도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4개월가량 기다려야 한다. 베넷 지사장은 “이 같은 불편이 오히려 롤스로이스 고객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요소”라고 설명한다.최근 롤스로이스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994년 BMW 산하로 편입된 롤스로이스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에 골몰한다. 롤스로이스의 기본적인 자동차 철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년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은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이번에 출시된 2도어 4인승 쿠페는 지난해 출시된 드롭헤드 쿠페와 함께 ‘뉴 제너레이션 롤스로이스’의 선두주자다. 2006년 선보인 콘셉트 카 101EX를 기반으로 제작된 팬텀 쿠페는 롤스로이스 고유의 그릴을 그대로 살리면서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 각도를 낮췄다.팬텀 쿠페에는 6.75리터의 12기통 엔진이 탑재돼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5.8초, 최고 속도는 시속 250km다. 전체적인 주행 느낌은 일반 롤스로이스 팬텀과 같이 ‘중후함’이다. 그러나 역동적인 쿠페 본연의 맛을 느끼기 위한 세심한 배려도 엿보인다. 핸들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변속 프로그램 자체가 180도 바뀐다.팬텀 쿠페는 현존하는 차 중에서 차체 섀시의 뒤틀림 강성이 가장 크다. 양쪽 문도 기존 자동차와는 반대로 앞에서 뒤로 열린다. 롤스로이스는 이를 코치 도어(Coach Door)라고 부른다. 문도 버튼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닫힌다. 쿠페지만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트렁크 공간은 여느 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골프 백 4개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성인 2명이 앉을 만한 플랫폼도 트렁크에 장착했다. 1600여 개의 미세 광섬유로 천장을 수놓은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닝은 옵션으로 주문할 수 있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7억5000만 원이다. 팬텀 쿠페가 처음 출시된 것은 올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다.팬텀 쿠페의 완성으로 롤스로이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팬텀 시리즈도 막을 내린다. 팬텀 시리즈는 팬텀 쿠페를 비롯해 지난 2003년 국내 출시된 팬텀(6억8000만 원), 팬텀 익스텐디드 휠베이스(7억8000만 원), 팬텀 드롭헤드 쿠페(7억7000만 원) 등 총 4가지다.베넷 지사장은 “팬텀 후속작인 코드명 ‘RR4’는 오는 2010년 첫선을 보일 계획”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기존 팬텀보다 차체 크기를 다소 줄이고 가격도 낮추는 등 대중성에 기반을 둔 차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롤스로이스는 총 6대, 올 상반기에도 3대 팔렸다. 2006년과 비교해 볼 때 큰 변화가 없다.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 중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베넷 지사장은 “이제 겨우 3년 정도 지난 상태라 당기간의 실적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쿠페, 드롭헤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최고급 세단인 익스텐디드 휠베이스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마케팅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밝혔다.베넷 지사장은 1989년 영국 코벤트리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후 로버그룹 내 생산 제어 부문에서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이후 롤스로이스 내에서 물류 비즈니스를 경험한 뒤 지난 2005년 2월과 2006년 7월 일본·한국 시장 담당 대표로 부임한 그는 올 1월부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전 지역의 세일즈를 담당하고 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