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은 맥쿼리증권 이사

쿼리증권의 유지은 이사는 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30대 여성 임원이다. 증권과 은행 업종을 넘나들며 쌓은 폭넓은 커리어를 인정받아 지난 2006년 증권사의 꽃인 임원에 올랐다. 1994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유 이사는 리서치센터에서 선물 옵션, 제지 철강 업종 애널리스트로 6년간 근무하던 중 갑작스럽게 국민은행 PB로 자리를 옮겼다. 유 이사는 “당시에는 증권에서 은행 업종으로 옮겨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다”며 “하지만 ‘일단 한번 부딪쳐 보자’는 식으로 이직을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이런 성격은 증권사에 처음 입사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90학번)를 졸업한 그는 주식과는 평생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새내기였다. 당시 신입 사원을 그룹 공채 방식으로 뽑던 삼성에 원서를 내면서 덜컥 1지망으로 금융계열사를 지원한 것. “영화 ‘월스트리트’에 나온 마이클 더글러스가 멋있어 보여 증권사를 지원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나오죠. 막상 합격하니까 걱정이 앞섰는데 그동안 경험해 보니 전공보다도 주식시장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시각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삼성증권에서 프라이빗 뱅킹(PB) 업무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국민은행으로 옮긴 이후에도 업무가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씨티은행에서 3년여 동안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거액 자산가의 재무 설계를 하는 포트폴리오 카운슬러를 맡았다. 하지만 PB 고객들을 상대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이내믹한 증권시장의 활력이 그리워졌다. “PB 업무 자체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업인데다 금융자산만 100억 원 이상 자산가들은 재무 설계에도 까다로운 측면이 많았어요. 역시 증권맨의 피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는 생각에 다시 증권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맥쿼리증권에서 유 이사는 간판 파생 상품인 ELW(Equity Linked Warrant)를 담당하고 있다. 맥쿼리증권이 지난해 7월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 회사로는 처음으로 ELW 상품 인·허가를 얻어 상품 출시를 본격화하면서 관련 상품을 총괄하고 있다. 선물 옵션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1997년부터 삼성증권에서 담당 애널리스트를 수년간 맡았던 터라 가장 친숙하고 자신 있는 분야다. 유 이사는 “처음 선물 옵션이 도입될 당시에는 해프닝이 많았어요. 상품 특성을 자세히 모르고 큰 수익만 기대하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많았어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ELW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개념을 잘 모르고 투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사실 저도 수 년 전 홍콩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워런트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할 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얘기하는 줄 알고 어떻게 큰돈을 벌었을까 의아해 할 정도로 ELW가 생소했으니까요.”호주계인 맥쿼리증권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과 같은 거대 IB와의 차별화를 위해 일찌감치 ELW 파생 분야를 틈새로 공략해 성공을 거뒀다.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에서 20여 년간 ELW 상품을 운용하면서 이 분야의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 이사는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주요 IB 대부분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큰 손실을 봤지만 맥쿼리증권은 작년에도 39년 연속 전년 대비 성장세를 유지할 정도로 차별화된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ELW 출시 불과 1년 만에 가장 많은 상품을 취급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맥쿼리증권은 지난해 7월 1호 ELW 출시 이후 현재까지 413개 종목을 취급하고 있다. 주요 12개 해외 지수 관련 상품도 운용 중이다.“한국에서 상품 출시를 위해 3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외국계 금융 회사로는 처음으로 허가를 따냈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상품 출시에 그치기보다 투자자들의 파생 상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워크숍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에서부터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참여해 현재 3000여 명이 교육을 마쳤고 내년 3월까지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유 이사는 최근처럼 변동성이 큰 약세장에서는 ELW가 훌륭한 대안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돈 10만 원으로도 수많은 종목의 ELW를 사고팔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죠. 특히 마진 콜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선물 옵션과 달리 증거금이 없어 손실 규모를 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도 안정적입니다.”ELW는 선물 옵션과 달리 발행사가 유동성 공급자(Liquidity Provider) 역할을 맡기 때문에 투자자가 언제든 사고팔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물 옵션은 상대방이 있어야 거래가 성사되지만 ELW는 발행사나 증권사가 유동성 공급자(LP) 역할을 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원할 때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습니다. 상장 ELW 가운데 거래가 활발한 종목 일부에 한정돼 있는데 만약 LP가 없으면 거래가 뜸한 종목 투자자는 원활하게 매매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ELW가 후발 파생 상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 이유는 LP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외국계 중에서는 LP로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는 맥쿼리가 유일하다. 유 이사는 “ELW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투자자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며 “대안 투자의 일환으로 ELW를 찾는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 최근의 장세가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오히려 호기”라고 말했다.다만, ELW 투자 시에는 항상 헤지를 염두에 둘 것을 권했다. “만일 시장의 방향성이 불투명할 경우에는 양방향에 풋과 콜로 투자하는 것도 투자 방법 중 하나예요. 주식보다 단기 매매가 훨씬 쉽고 투자 원칙도 간결합니다. 주가의 방향성에 ELW가 갖는 만기라는 시간의 개념에 더해진 간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세에도 대박 풋ELW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하락장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예측됐기 때문이죠. 공격적 투자보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펀드 투자자라면 반대 방향성을 가진 ELW에 투자해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합니다.”“단돈 10만 원으로도 수많은 종목의 ELW를 사고팔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죠. 특히 마진 콜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무한정으로 늘어나는 선물 옵션과 달리 증거금이 없어 손실 규모를 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 관리도 안정적입니다.”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