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면서 혼란스럽다. ‘날아오르는 용’처럼 중국의 발전을 운명이라고 보는 견해와 한국과 호주처럼 올림픽 이후 경기 위축을 겪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시각까지 경제학자 간에도 확신이 서지 않는 분위기다. 공교롭게도 올림픽이 끝나는 하반기는 중국이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시점인데다 세계 경기가 하락 국면으로 바뀌는 과정에 놓여 있어 ‘밸리 효과(Valley Effect)’, 즉 ‘올림픽 후유증’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일본과 한국은 각각 올림픽을 개최한 1964년과 1988년 11.2%와 11.4%의 성장률을 기록한 다음 이듬해에 성장률이 5.7%, 7.8%로 하락한 바 있다. 이를 전적으로 ‘밸리 효과’, 즉 ‘올림픽 후유증’이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의 경우에는 ‘밸리 효과’ 여파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첫째, 올림픽 개최 시 중국의 경제 규모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월등히 크다. 올림픽 개최 당시 한국과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당시 환율로 각각 3973억 달러와 2926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반해 중국의 2008년 GDP는 3조9415억 달러로 10배 혹은 그 이상이다.둘째, 베이징시의 경제 규모가 중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 수준에 불과해 설령 베이징시의 GDP가 10%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전체 GDP는 0.37% 감소에 불과하다.셋째, 베이징 올림픽 이후에도 150조 원의 전력 설비 사업, 75조 원의 수자원 투자, 33조 원이 들어가는 베이징과 상하이 간 고속철도 사업을 비롯해 2010년 상하이엑스포, 창장 삼각주지역의 경제 발전, 대도시 지하철공사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이 계속 이어진다.넷째, 전체 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국유 기업은 중국 기업 총자산과 총이윤의 70% 이상을 점유하는데, 경기 후퇴기에도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악성 인플레이션과 아시아 금융 위기, 사스 위기, 대홍수, 은행의 유동성 위기 등에서도 국유 기업을 중심으로 극복해 왔기 때문에 ‘밸리 효과’의 충격을 완화해 주는 역할을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중국 증시가 1990년 말 설립되면서 태생적 한계를 안고 축적된 비(非)유통주 물량은 올해 300조 원, 내년엔 900조 원이 넘게 해제될 계획이다.또한 7000조 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떠나 은행의 재테크 상품이나 지하 금융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자금난에 봉착한 중소기업과 부동산 개발 업체 등이 사(私)금융시장으로 몰리면서 지하 금융시장의 금리는 연리 13~600%로 급등하고 있어 민간 자금의 증시 유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7월 19일 이후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면서 국제 투자 자금이 중국과 홍콩 증시 투자 비중을 축소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하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와 실적 악화를 고려하더라도 상하이종합주가지수 2400은 주가수익률(PER)이 18.53배 수준으로 2005년 6월 지수 1000일 때 수준(당시 시장 평균 PER는 19.96배)보다 낮다. 최근 10년간 기준으로도 가장 저평가된 수준일 뿐만 아니라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25.85배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다. 주가순자산배율(PBR) 기준으로는 2.86배 수준으로 미국 S&P500지수 2.4배나 홍콩 항생국유기업지수의 2.55배 수준과 비슷해 국제적인 밸류에이션 수준에 근접해 있어 투자 위험이 적은 상황이다. 만약 지금 중국 경제가 과거 경착륙 과정을 거쳤던 1994년 증시 모습(1994년 7월 29일, 333.92)과 같다면 당시 바닥권 PER 수준인 15.3배까지는 추가 하락할 공간이 10%가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문제는 주식시장이 하락 추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하기 위해선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행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점이다. 비유통주에 대한 물량 출회 중단과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주가는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가는 바닥 국면에 도달해 있지만 향후 각 부서의 경제 정책이 집대성돼 발표될 제17차 공산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7차 3중전회)까지는 중국 투자자의 투자 비중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중화권 증시는 다른 나라 주식시장보다 유난히 주가 변동성이 큰 특성을 갖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1973~74년 92%의 폭락을 경험했는데 15년이 지난 1987년에서야 이전 고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만 증시도 1990년 2월 12일 1만2682 고점을 기록한 뒤 10월 12일에 2485까지 단숨에 1만197포인트 하락했었다.중국 경제는 향후 10여 년간 8% 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하고 다양한 산업과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많다. 또한 지난 10개월간의 주가 조정으로 A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체계적 위험을 대부분 반영한 상태다. 일부 상장 기업은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투자 매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 증시는 다른 중화권 증시나 1990년 일본, 1929년 미국처럼 장기간 하락 국면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상승 국면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향후 3~12개월의 적지 않은 기간 조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중국 정부는 올림픽 이후 나타날 여러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경제 성장 동력인 도시화 공업화 시장화 글로벌화의 변화가 없는 한 향후 10년간 잠재성장률 8% 이상의 고성장이 가능해 중국 증시에 대한 장기 투자 전망은 밝다. 대형 블루칩에 대한 장기 투자는 이러한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대안이 될 전망이다.경기 둔화로 톱다운(Top-Down)식 투자 전략보다는 바텀업(Bottom-Up)식 투자 전략이 효과적이다. ①경기 민감주보다는 전통적인 방어주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며 제약, 식료품, 농업, 유틸리티, 자체 기술력을 확보했거나 브랜드 인지도 높은 기업에 투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②인플레 억제로 에너지 절약, 환경 보호, 대체에너지, 신소재, 기간 시설(철도, 도시순환선, 배전망 건설), 석유, 전력, 가스 등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③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될 계획이어서 중앙 기업 간 M&A, 동업종 내 자산 통폐합이 활발해짐에 따라 외형 성장이 가능한 업종 대표주는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④실적이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약세로 크게 하락한 블루칩은 반등 국면에서 단기 투자 유망주로 부상할 전망이다.조용찬 한화증권 리서치본부 중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