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동심 사로잡은 ‘뽀로로’아빠 최종일 대표 성공 노하우
기 일본 도쿄인데, 아빠 돌아갈 때 헬로 키티, 도라에몽 인형 사갈게.”만약 요즘도 이렇게 말하는 아빠들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이들로부터 ‘빵점 아빠’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우에 열광하던 아이들을 연상하면 큰 오산이다. 요즘 아이들 사이 최고의 인기는 단연 ‘뽀롱뽀롱 뽀로로’다. 이름만 들어도 왠지 통통 튀는 듯한 이 아기 펭귄은 순수 토종 캐릭터로 한국을 넘어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캐릭터 산업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오늘날 디즈니를 시가총액 670억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만든 것도 무성 만화영화 주인공 미키마우스의 공이 컸다. 이 회사의 대표적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곰돌이 푸우는 브랜드 가치만 170억 달러로 추산된다. ‘잘 만든 캐릭터 하나가 100년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다. 국내 대표 토종 캐릭터 뽀롱뽀롱 뽀로로(이하 뽀로로)는 아직은 곰돌이 푸우나 헬로 키티, 도라에몽, 포켓몬스터 등 해외 유명 캐릭터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 시장으로부터 속속 들려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볼 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2~4세 자녀를 둔 집 중에 뽀로로 캐릭터 하나 없는 집은 드물다. 아이가 울더라도 뽀로로 만화영화만 틀어주면 금세 울음이 그친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 곶감’이라는 고전 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하면 ‘곶감보다 무서운 것이 뽀로로’라고 할 만하다. 이 때문에 뽀로로는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공적(公敵)이 되곤 한다. 대형 마트에서 뽀로로 인형 사달라고 졸라대는 모습은 이젠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그러니 ‘도대체 뽀로로는 누가 만들어서 이렇게 힘들게 하나’라는 원망어린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뽀로로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업체인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작이다. 2001년 9월 금강기획 애니메이션팀 직원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에 뽀로로는 ‘황금 알을 낳는 펭귄’이 됐다. 물론 뽀로로가 탄생하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막 외환위기를 지날 무렵이었어요. 회사가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면서 애니메이션 업무가 대폭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애니메이션 부국을 꿈꾸던 직원들에게는 뭔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 길로 사표를 냈습니다.”최종일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자본금 5억 원은 직원 6명의 퇴직금을 모아서 마련했다. 하지만 1년 반이 지나면서 자본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금강기획에서부터 기획한 애니메이션 만화 ‘수호요정 미셀’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창업을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미셀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보였으니까요.”미셀을 만들면서 거둔 절반의 성공은 최 대표나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엔 값진 수업료였다. 뽀로로의 성공 뒤에는 수호요정 미셀이 있었다고나 할까.그런 면에서 볼 때 뽀로로는 철저한 시장 분석 아래 탄생된 작품이다. 디자인에서부터 스토리라인까지 모든 부분을 기획하면서 수요층을 철저하게 따졌다. 최 대표는 2001년 겨울부터 차기작을 준비했다. 우선 시장 분석부터 시작했다. 몇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여자, 남자들인지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애니메이션 만화는 크게 일반인, 청소년, 아동, 유아용 내지는 극장용과 TV용으로 구분합니다. 세계 유명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놓고 비교해 보니 성인용은 미국, 청소년용과 아동용은 일본 업체들의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또 극장용은 미국, TV용은 일본이었죠. 아동용으로 만든 수호 요정 미셀이 성공하지 못한 것도 일본 애니메이션 업체들의 영향력이 막강했다고 봐야 합니다.”그런 최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유아용 시장이었다. 유아용 시장 역시 일본 업체들이 우위에 있었지만 시장을 선점했다고 보기에는 틈새가 커보였다. 대상이 결정된 후 최 대표는 캐릭터 개발에 착수했다. 5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사람보다는 동물이 좋다는 판단도 동시에 결정했다.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게 되면 작품에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될 뿐만 아니라 판매 시장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그 다음에는 주인공으로 쓸 동물을 선별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은 복슬복슬한 털이 많은 것들이다. 양서류, 파충류 등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심사숙고 끝에 대상을 개 고양이 양 쥐 곰 등 6~7개로 압축됐다. 그러나 막상 면면을 살펴본 최 대표는 한숨부터 나왔다. 개는 스누피, 고양이는 톰, 쥐는 미키마우스, 오리는 도널드 덕, 곰은 푸우,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었다.“그나마 펭귄이 만만해 보이더라고요. 물론 영국 BBC에서 만든 ‘핑구’라는 막강한 캐릭터가 있었는데, 자체 분석 결과 넘기 힘든 상대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핑구는 전 세계 6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유명한 캐릭터였죠.”경쟁 대상이 결정된 이상 확실한 차별화외에는 답이 없어 보였다. 핑구와 최대한 차별화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개발에 착수, 아기 펭귄 뽀로로는 2002년 8월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뽀로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핑구와 차이를 보였다. 핑구에 나오는 주인공은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실제 펭귄의 모습인데 반해 뽀로로는 털이 파란색이다. 또 핑구가 가족 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면 뽀로로에는 친구들이 등장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숲속 마을에 사는 친구들이다 보니 북극곰, 비버, 북극여우 등이 조연 캐릭터다. 그중 재미있는 캐릭터가 아기공룡 크롱이다. 얼어 있던 알이 녹으면서 태어난 크롱은 아직 판단력이 부족해 사고만 치는 귀여운 장난꾸러기다. 뽀로로가 쓴 항공모자와 항공안경은 날지 못하는 펭귄의 희망을 상징한다.최 대표가 뽀로로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스토리 라인이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오락보다는 교육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미셀의 실패 역시 애니메이션 자체의 재미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교훈적인 내용을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하루는 아이들과 일본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를 보는데, 제가 웃는 부분에서 아이들도 함께 웃는 게 아닙니까. 재미는 세대를 통한다는 생각이 든 것도 바로 그때였습니다.”뽀로로는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다. 스토리도 직접 최 대표가 썼다. 뽀로로라는 이름 역시 뽀르르라는 순 우리말에서 착안했다. 혹 포르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 활용해 네이밍 밸류 평가까지 마쳤다. 결과는 OK.뽀로로는 현재 81개국에 캐릭터가 수출되고 있고 애니메이션은 17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영TF1을 통해 프랑스 전역에 반송됐는데 2004년에는 4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대만 YOYO채널에서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리조트 체인인 클럽메드는 발리, 푸껫, 빈탄 등지에 뽀로로 어린이 캠프까지 열 정도다. 뽀로로로 2003년부터 지금까지 벌어들인 매출만 800억 원에 이른다. 한국문화진흥원의 집계 결과 뽀로로는 키티(4000억 원)와 푸우(3400억 원)에 맞먹는 3700억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 2편을 합쳐 들어간 제작비는 60억 원. EBS와 오콘, 하나로텔레콤 등에서 자금을 지원받았다.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는 올 겨울께 3편을 선보일 계획이다.애니메이션 캐릭터 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이 대박나면 관련 파생상품이 급성장하게 된다. 현재 뽀로로 캐릭터를 이용해 만든 용품만 400여 가지다. 로열티로 받는 금액만 2003년부터 현재까지 120여억 원에 이른다. 뮤지컬 도서전 등 문화 행사까지 합치면 앞으로 금액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최 대표는 “아직까지는 전체 제작비의 70%를 외부로부터 지원받았는데 앞으로는 자체 비용으로 제작하는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면서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만큼 상장 등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앞으로의 전망 또한 매우 밝다. 아이코닉스가 현재 EBS를 통해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은 뽀로로 외에도 ‘치로와 친구들’, ‘태극천자문’, ‘제트레인저’ 등 4편. 이 중 ‘태극천자문’은 북미, 유럽 시장을 겨냥해 일본 도에이 애니메이션과 합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말썽꾸러기 히어로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제트레인저’와 네모랜드에 사는 병아리 삼형제를 주인공으로 한 ‘치로와 친구들’도 반응이 좋다. 관련 캐릭터 용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최 대표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유아용 애니메이션과 개와 고양이를 주인공을 한 슬랩스틱 스타일의 작품을 기획 중이고 1970~80년대식 진한 사랑을 주제로 한 첫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또 기회가 되면 자사 캐릭터들을 활용한 테마파크와 교육용 포털 사이트 사업도 추진할 생각이다.“영화 ‘쉬리’가 한국 영화의 중흥을 만들었고 드라마 ‘겨울연가’가 한류 열풍의 시작이었듯이 뽀로로가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으면 합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미국, 일본의 하청을 받는 수준을 뛰어 넘은 지 오래입니다. 기술력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앞으로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누가 부상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합니다.이 때문에 우리나라 회사와 합작을 추진하려는 업체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문화 한류를 만드는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게 분명합니다.”뽀로로는 교훈적인 내용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추고 개발됐다. 스토리도 직접 최 대표가 썼다. 뽀로로라는 이름 역시 뽀르르라는 순 우리말에서 착안했다. 혹 포르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어 해외에 있는 지인들을 활용해 네이밍 밸류 평가까지 마쳤다. 결과는 OK.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졸업금강기획 근무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부회장대한민국 캐릭터대상 대통령상 수상(2006, 2007년)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