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 공략 시동건 미쓰비시자동차

스코 오사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1975년부터 3년간 현대자동차와의 기술제휴를 위해 한국지사 주재원으로 근무했고 1990년에는 일본 본사에서 한국 부장을 맡아 제반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 7월 3일 미쓰비시자동차의 한국 공식 진출을 알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1975년 한국에서 일하던 말단 일본인 사원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 미쓰비시자동차의 사장으로 다시 찾게 돼 무척 감개무량하다”며 “당시 사업 파트너였던 현대자동차 직원들도 매우 놀랐을 것”이라고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았다.마스코 사장은 일본 내에서도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통한다. 한국어 구사 능력도 탁월하다. 인터뷰 중간 잠시 시간이 나자 한국어로 ‘이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인 경영자’ 같다. 한 일본미쓰비시자동차 관계자는 “마스코 사장이 한국 시장 진출에 그 어느 때보다 기대에 차 있다”고 귀띔했다.지난 7월 3일 MONEY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마스코 사장은 “사실 한국 시장 진출은 2년 전부터 검토해 왔다”며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시장의 니즈도 다양해졌고 이미 상당수 일본차들이 한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것을 보고 판매를 결정했다”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미쓰비시자동차가 한국 공식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미쓰비시자동차는 대우자동차판매(85%)와 일본 미쓰비시상사(10%), 한국 미쓰비시상사(5%) 등이 참여한 합작법인 MMSK를 통해 오는 10월부터 국내에서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를 담당할 MMSK 측 관계자는 내년 목표 판매 대수를 당초 2000대로 잡았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보면 3000~4000대 정도의 판매도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미쓰비시자동차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모델들이 많아 도요타와 함께 국산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버거워하는 메이커다. 이번에 미쓰비시자동차가 도입을 결정한 모델 역시 국산 자동차와의 진검 승부를 위해 내놓은 모델들이다. 우선 현대 그랜저, 기아 오피러스를 겨냥해 고출력 사륜 구동 세단 랜서 에볼루션과 현대 베라크루즈, 기아 모하비와 경쟁이 불가피한 5인승 중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아웃랜더가 오는 10월 국내 첫선을 보인다. 판매 가격은 미정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내년에는 준중형 세단과 SUV 부문에서 미쓰비시자동차를 대표하는 랜서와 파제로가 출시된다. 또 독특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쿠페 이클립스도 내년 국내에 들어온다.마스코 사장은 “판매 차종은 MMSK 주주회사가 함께 결정했다”며 “내년까지 출시될 5개 모델 중 아웃랜더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5개 모델 모두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쓰비시의 전략 차종”이라면서 “특히 아웃랜더는 미쓰비시자동차를 대표하는 다목적 SUV인데다 사륜 구동이어서 실용성을 강조하는 한국 고객들이 높은 만족감을 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당초 미쓰비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고 할 때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고유가 환경을 겨냥해 소형차 위주로 판매 라인업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정작 출시를 앞두고 있는 차는 랜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중형급 차량이다. 이에 대해 마스코 사장은 “기름 값이 올라가면 소형차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 시장에서 소형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면서 “소형차 부문에서도 탁월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들여오는데 전혀 문제는 없다. 다만 앞서 출시를 발표한 5개 차종의 판매 추이를 보면서 결정할 생각”이라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에 출시되는 차량에 장착된 MIVEC엔진은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중량을 대폭 줄어 고출력, 고연비를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쓰비시자동차의 핵심 기술이다.현대, 기아차 등 한국 자동차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마스코 사장은 “33년 전 기술 제휴를 통해 자동차를 생산하던 한국이 이처럼 짧은 시간 내 놀라운 속도로 기술력을 확보해 국가 주력 수출 상품으로 성장시킨 것에 놀라움을 뛰어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면서 “당시 곁에서 지켜본 현대차 직원들의 신념과 열정을 생각하면 지금의 결과가 기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한국 차는 기술, 마케팅 등 여러모로 볼 때 굉장히 훌륭한 제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마스코 사장은 “일부에서 미쓰비시가 한국 자동차 업체들을 겨냥해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동급의 수입차다. 한국 내 확실한 판매 기반을 갖추고 있는 한국 업체들과 경쟁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애프터서비스 부분에 대해 마스코 사장은 “일본의 교육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며 초기에는 일본 미쓰비시 직원을 한국에 파견해 관련 기술들을 전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혼다, 닛산의 사례도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초기 판매는 합작법인 MMSK의 주요 주주인 대우자동차판매가 전담하며 내년엔 국내 3곳, 2009년에는 2곳의 판매 조직을 갖출 계획도 밝혔다. 마스코 사장은 “우선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판매 조직을 설립할 생각이며 여건만 주어진다면 대구, 인천 등지에도 멋진 딜러 숍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마스코 사장은 급변하는 자동차 환경에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그는 “앞으로 각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환경(ECO)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차량이 늘어나면 자동차 산업은 지구 환경을 파괴한 주범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물론 우리도 디젤엔진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만 디젤이나 에탄올 엔진은 에코 드라이빙의 미봉책에 불과하다. 디젤 차량이 늘어나면 경유 값 인상은 불가피하게 되고 에탄올 차량이 늘어나면 세계 곡물 시장이 불안해진다. 친환경 엔진 개발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관련해 미쓰비시의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다. 인기 경차인 아이(i)에 고성능 리튬이온전지와 소형 경량 모터를 탑재한 차세대 전기자동차 아이 미에브(i-MiEV)는 미쓰비시 자동차 기술력의 결정판이다. 현재 상용화를 위한 성능 평가가 진행 중으로 이르면 내년 8월께 일본에 첫선을 보인다. 한국 출시 시기에 대해 마스코 사장은 “일본 시장의 반응을 보아가며 결정해야겠지만 한국 내 니즈만 충분하다면 생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결함 은폐와 실적 부진 등 한국 내 미쓰비시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는 “지난 2000~2004년은 미쓰비시엔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2004년 재생 계획을 수립한 이후 놀라운 매출 신장을 기록 중”이라며 “실제로 지난해에는 영업, 경상이익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풍토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미쓰비시자동차 사장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해외영업총괄부분담당, 자동차사업본부장 역임자동차 제1부 한국팀장, 서울지점 주재원 근무(1975~78년)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