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 오렌지골프리조트

통 골프장이 새로 들어서면 페어웨이나 그린 잔디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조경이나 코스가 안정화되는데 수년이 걸린다. 그러나 경북 상주군 모서면에 들어선 오렌지골프리조트(18홀)는 골프장을 조성한 지 1년이 채 안됐고 정상 영업을 한 지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치 10년이 된 골프장처럼 원숙미와 세련미가 돋보이는 곳이다. 신설 골프장들이 그랜드오픈 전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회원을 모집하는 등 법석을 떨지만 이곳은 아무런 홍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골프장은 저절로 알려지는 법.이곳을 한 번 다녀간 골퍼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코스를 칭찬한다. ‘한국에 이런 코스가 있었나’라고 감탄한다. 특히 클럽 챔피언급 고수들이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이 골프장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이미 화산 몽베르 나인브릿지CC 등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문 골프장을 건설한 ‘오렌지건설’이라는 회사가 건립한 것이다. 오랫동안 골프장을 지어 온 경험을 집약해 ‘모델같은 골프장’을 지은 셈이다. 자신의 골프장을 직접 만든 것이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겠는가.클럽하우스나 그늘집은 유럽풍으로 꾸몄다. 각종 소품들은 닭을 테마로 해 곳곳에 자리했다. 가을에는 숙박 시설도 들어선다. 요즘 지방 골프장들이 손님이 줄어 울상이라고 하지만 이곳은 ‘코스가 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평일에도 손님이 꽉 찬다.아웃코스는 잔잔한 여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2∼3번 홀 중간에는 넓은 해저드가 조성돼 있다. 자연 그대로를 살린 것이다. 페어웨이를 지나면서 탁 트인 경치가 마음을 시원하게 한다. 아웃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은 9번 홀(파4, 378야드)이다. 티샷을 할 때 좌우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고 세컨드 샷을 할 때는 그린 좌우측에 벙커가 있다. 오르막 경사가 져 체감 거리는 더욱 길다.이 골프장의 진가는 인코스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아웃코스가 온화한 이미지라면 인코스는 야성적이고 남성적인 코스다. 억지로 코스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낸 것이라 골프의 참 묘미를 느끼게 한다. 초반부터 해저드와 벙커 등이 심적인 부담감을 많이 준다. 가장 어려운 홀은 13번 홀(파4, 398야드)이다. 홀 길이도 길지만 세컨드 샷을 할 때 계곡을 넘겨 그린을 공략해야 한다. 마지막 18번 홀은 ‘승부 홀’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오른쪽에 커다란 고목이 자리하고 있고 왼쪽은 벙커다. 티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린 왼쪽의 벙커를 피하기 어렵다.글 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골프담당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