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의 귀향, 조영남 독창회
공연 일시 : 2008년 8월 1일(토) 8시공연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공연 문의 : (02)749-1300려 40년. 강산이 네 번 변했다. 그도 변했을까. 확인해야겠다. 기념비적인 독창회를 앞두고 있는 조영남을 청담동 자택에서 만났다.조영남은 여전히 커다란 뿔테 안경에 옛날 교복 차림이었다. 이미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굳어진 패션 때문에 수백 명 군중 사이에 있어도 찾아내겠다. 한결같은 모습이다. 가수 세븐이 한때 유행시켰던 ‘바퀴 달린 신발’을 신은 것도 그대로다. 그는 이 신발을 세븐보다 먼저 신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거침없는 입담. ‘자유로운 영혼’ 조영남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노래를 시작한 지는 42년, 음반을 낸 지는 40년째다. 이번 공연을 통해 지난 40년을 돌이켜볼 생각이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를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 불렀던 오페라 아리아와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 등 주옥같은 오페라 아리아를 부를 계획이다. 대중 가수에게 듣는 오페라 아리아가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과거 후배들(인순이 이소라)이 고배를 마셨던 무대에 서게 된 것 자체로 이슈가 된 것 같다. 한국 대중가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그렇다. 누군가 열었어야 할 문을 공교롭게도 내가 열게 됐다. 내겐 운이 ‘지나치게’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운이 좋은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큰 게 사실이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뒤의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티켓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좌석 점유율이 매우 높다.”“이번 공연은 거의 내 생일잔치와 비슷하다. 평소 친한 바리톤 김동규와 듀엣을 하고 모교인 서울 용문고 미르남성합창단이 화음을 넣어준다. 연주는 정명훈 씨의 형인 정명근 씨가 만든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다. 내 자랑이겠지만, 정명근 씨는 내게 ‘이 세상에서 노래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 광적인 지지자다. 나와 정명근은 만나는 순간부터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언젠가 모스틀리 필하모닉을 내게 맡아보라고 심각하게 권유한 적도 있다. 20년 우정은 지금도 뜨겁다.”“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오랜 친구인 소설가 김홍신이 즉석에서 시를 읊었고, 나는 들으면서 즉석에서 작곡했다. 오선지 네 개를 그리고 돌림노래를 만드는데 든 시간이 총 3분이어서 화제가 됐다. 제목은 ‘사랑’이다. ‘천년동안 내린 빗방울만큼 사랑했다. 바보같이~’ 이렇게 부른다. 관객과 함께 부르려고 만들었다. 해리 벨라폰테가 공연에서 관객과 하나가 되는 것을 본 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세계 음악사에 조영남 같은 희한한 가수가 있었다는 것. 내가 봐도 나 같은 가수는 없다.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도 팝송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 안드레아 보첼리만이 성공했다. 그래서 그를 좋아한다. 다양성에선 내가 보첼리를 앞선다. 내가 봐도 난 기특하다. 난 항상 재미를 추구한다. I’m 재미스트. 훗날 내 비명을 만들어 놨다. ‘웃다죽다’ 멋지지?”“맞다. 공연이 결정되고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에 가장 먼저 한가운데의 제일 좋은 객석을 선점한 사람이 바로 앙드레 김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리한 문화 비평가다. 그가 객석을 예약했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번에 노래 진짜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제일 중요한 게 홍보다. 이제는 좀 지나치게 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이 했다. 예상보다 표가 빨리 팔리는 바람에 의아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다 할 거다. 백화점식으로. 장소가 장소다 보니, 순수하게 음악만 해야 한다. 장치를 할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에, 세트는 세울 수 없다. 허허벌판에서 얼마만큼 지루하지 않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우선, 내 노래를 한 시간 반 동안 오케스트라 반주로 듣는다는 것 자체가 새로울 것이다. 그리고 내가 클래식한 장소에 서있는 것 자체가 구경거리다. 내가 위기에서 어떻게 탈출할지 지켜봐 달라.”“장사가 안 될 줄 알았지. 예상 밖에 너무 잘 돼서 후회막급이다.”글 김지연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