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브랜드 CEO 데이비드 노박

자헛, KFC, 타코벨, 롱 존 실버스 등의 모기업인 얌브랜드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데이비드 노박. 전 세계에 100만 명가량의 직원을 거느린 글로벌 외식 업체의 리더이지만 그의 시작은 미약했다. 미국 연방해안측지연구소 조사관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중학교 1학년 때까지 23개 주의 트레일러파크(이동 주택 주차장)를 전전했다. 고등학교 때는 잔디 깎기, 건설 노무자, 수위, 백과사전 외판원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연봉 7200달러짜리 광고 회사에 다니던 신혼 초에는 빠듯한 살림 때문에 호텔 야간 데스크를 맡기도 했다.그러던 노박이 어떻게 세계적 기업의 리더가 됐을까. 삶의 매 순간마다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박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자신이 어떤 배움의 길을 걸어왔는지 들려주는 그의 성장기이자 성공담이며 자기 계발서다. 가령 노박은 트레일러파크 시절 불안정한 생활 때문에 정규 교육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처지였지만 15세대의 조사팀 가족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이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잦은 전학 덕분에 먼저 나서서 친구를 사귀는 법과 첫인상의 중요성을 배웠고, 학교 신문 편집을 하면서 ‘튀어야 산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온갖 소리가 섞이면 단조로운 소리가 되기 때문”이라고 튀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호텔 야간 데스크로 일할 때 그 호텔에 묵었던 팝가수 잉글버트 험퍼딩크 일행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받고도 팁을 주기는커녕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가버리자 노박은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잘한 일에 대한 격려와 보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얌브랜드가 ‘돈을 보여줘 상’ ‘분홍토끼 상’ ‘드래건 상’ ‘큰저울 상’ ‘발자국 상’ 등 온갖 개성 있는 상으로 직원을 격려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중시하는 그는 일하면서 얻은 경험과 직장 상사,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끊임없이 배웠고, 심지어 라이벌의 장점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또 여러 번의 실패를 큰 스승으로 삼았다.그는 워런 버핏에게선 회사의 핵심을 보는 법을, 존 우든에게선 자아를 찾는 법을, 잭 웰치한테는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한 가지를 배웠다고 한다. 또 월마트에선 면밀한 정보 체계를, 홈데포에선 주인 의식을, 사우스웨스트항공사에선 직원 중심의 문화를, 타깃에선 브랜드 경영을, 트럭 기사 중심의 탁월한 문화를 만든 UPS에서는 과학적 분석을, GE에선 6시그마 시스템을 직접 찾아가 배웠다. ‘타임’이 20세기 최악의 100대 신상품으로 꼽았던 자신의 야심작 ‘크리스털 펩시’의 실패 사례에선 ‘귀를 막으면 십중팔구 망한다. 귀를 열고 들어라’라는 교훈을 얻었다.이 책에는 노박이 광고 에이전시, 피자헛과 모기업인 펩시코, KFC, 얌브랜드 등을 거치며 만난 모든 상황과 경험, 사람들로부터 배운 지혜들이 가득하다. 건강과 가족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인간 관계를 중시하고 기대 이상을 보여 줘라, 고객이 즐거우면 모두가 즐겁다, 열정을 전염시켜라 등등. 또한 인터뷰 형식으로 된 책의 마지막 장에서 노박은 “내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직원들이며 리더로서의 잠재력과 열정, 배움에 대한 열의가 직원을 뽑는 기준”이라고 밝히고 있다.그는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갈 때면 오늘은 무얼 배울까라는 생각에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며 “사람의 능력은 자신도 모르는 법”이라고 강조한다. MBA도 아니고 경영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그가 가는 곳마다 성공 신화를 남긴 비결이자 워런 버핏이 “선수를 스카우트하듯 CEO를 뽑는다면 노박이 1순위다. 그에게 벅셔해서웨이의 경영을 맡기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노박씨, 이럴 땐 어떻게 하나요? 데이비드 노박 외 지음, 이경남 옮김, 청림출판, 316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