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집값은 부동산 시장의 뇌관과 같다. 공급 확대를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만 뇌관을 해체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 건드리면 서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정부로선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반응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정부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임대주택·소형 주택 의무 비율 등 재건축·재개발의 핵심 규제를 다소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집값 상승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 추진했던 분양가 상한제도 사실상 폐기할 뜻을 내비쳤다. 이는 위축된 내수 시장에 건설 경기 활성화라는 훈풍을 불어넣고 지나친 규제가 3~4년 뒤 공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일단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관련법 개정이 적극적으로 추진될지도 미지수인데다 재건축 추진 연한, 안전 진단 기준, 용적률, 대출 규제, 중과세 관련 제도 등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 지위 양도와 임대주택, 소형 평형 의무 비율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그동안 강남 주택 시장은 수개월째 거래가 사실상 올 스톱됐다. 일부 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고 있을 뿐 정상적인 거래는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이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강남 주택시장의 하락을 부채질하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다. 지난 수년간 강남 집값의 상승을 견인하며 다주택자들의 재산 증식에 효자 노릇을 해오던 재건축 아파트는 불과 몇 개월 사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다.최근 반포 주공 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자이는 냉·온탕을 반복해야 했다. 6월 초 일반 분양 시 당초 예상을 깨고 1순위 청약 경쟁률이 2 대 1을 기록하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장의 회복을 기대했지만 한 달 뒤 계약 시점에 이르러서는 당첨자의 40%가 분양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머지 물량도 언제 투매 양상을 기록할지 장담할 수 없다.반포 자이의 대규모 미계약 사태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 3.3㎡당 3000만~3500만 원으로 고가 분양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반포 자이는 단지 규모나 시공사, 입지 여건 등을 따져볼 때 강남의 노른자위 물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단지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미계약 사태를 맞았다는 것은 앞으로 강남 분양 시장의 험로를 예고한다. 특히 반포주공은 2주택자 양도세 회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재건축 중인 반포주공은 준공 검사가 나오기 전에 현재의 주택을 모두 처분해야만 양도세 중과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포주공 2단지(2447가구)와 3단지(3410가구)를 합쳐 쏟아지는 물량만 5800여 가구에 이른다. 이들 단지가 그동안 강남 재건축 하락에 한발 비켜서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05년 관리 처분 계획 인가를 받아 조합원 입주권이 주택으로 간주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동안 반포 주공2, 3단지가 약세를 기록했던 이유 역시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분양권 상태로 내놓는 물건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그렇다면 앞으로 강남 주택 시장은 어떤 궤적을 그릴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또 가급적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지난 6월 27일 잠원동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제1회 ‘전국 순회 한경 부동산 포럼’에서 패널로 참석한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대출 규제나 세금 부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수요가 억눌려 있을 뿐 장기적으로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며 그 근거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국민 1인당 주거 면적은 아직도 33㎡(옛 10평)가 채 안 되는 상황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어찌 보면 지금의 약세장이 강남 입성에 적기일 수도 있다. 바이어 마켓(매수자 주도 시장)인 현 상황에서 가격 상승을 쉽게 점칠 수는 없지만 구매 목적만 확실하다면 투자 매력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 투자보다는 실수요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초동 오현숙공인의 오현숙 대표는 “강남 아파트 시장이 하락세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한계선은 분명하다”면서 “시세에서 80% 이하로 가격을 낮추면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꽤 있는 것만 봐도 강남 입성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지금이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한다.그렇다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역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이 10년 후 유망 지역을 전망하는 곳은 크게 △중대형 평형 공급이 많아야 하고 △고속화도로 및 대중교통 여건이 편리하며 △한강 등 자연 친화 요소가 많은 곳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반포, 잠원, 방배, 서초는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우선 중대형 평형 수요부터 살펴보자. 현재 이들 지역은 재건축이 화두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만 해도 10여 곳에 이른다. 현재 80~110㎡로 구성된 이들 단지는 한결같이 재건축 시 160㎡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로 변신을 꿈꾼다. 이덕원 양지공인 대표는 “우리나라 부유층은 주로 132~195㎡(옛 40~50평)를 선호하는데 반포 재건축 단지에는 165㎡(옛 50평) 이상 대형 주택이 많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10년 내에 반포·잠원동이 대치동을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군다나 잠원동 한신 1, 5, 6차, 대림, 우성, 한양아파트는 소형 평형 의무 비율과 임대주택 공급 문제로 사업성이 중단된 대표적인 아파트다. 정부 규제 완화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있다. 이들 단지는 이미 사업 승인까지 받아 놓았기 때문에 규제 완화와 동시에 사업에 탄력을 받게 된다. 반포동 대성공인 이상훈 대표도 “반포주공2단지가 입주하는 내년 1월부터는 매물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올 하반기에 내놓는 물건을 급매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그동안 반포·잠원동이 대치·도곡동에 비해 가격이 뒤처졌던 이유는 새로 지은 대형 평형 아파트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자리에 지은 아크로비스타가 있지만 이를 받쳐줄 만한 아파트가 없어 가격이 저평가된 측면이 많았다”라며 “앞으로 반포자이와 반포 래미안 등이 들어서면 강남의 새로운 부촌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하철 9호선 개통 등 광역교통망 개선과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르네상스 등의 개발 호재도 많다.비즈니스 중심 단지로의 비상도 점쳐진다. 승리공인 이인자 대표는 “서초동에 이미 삼성타운이 조성된 데다 인근 롯데칠성 물류센터도 앞으로 롯데타운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할 만하다”며 “방배동은 국군정보사령부 이전과 낡은 단독주택 단지 재건축이라는 개발 재료가 있어 투자 가치가 높다”고 기대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한국경제신문 선정 베스트 공인중개사-서초, 방배, 잠원동양지공인(533-8200) 이덕원 대표, 오현숙공인(533-0338) 오현숙 대표, 중앙공인(3477-2114) 유준근 대표, 대성공인(595-2468) 이상훈 대표, 신한공인(592-0078) 김신홍 대표, 승리공인(535-8980) 이인자 대표, 청솔공인(422-2828) 김영복 대표, 디오슈페리움서브공인(3483-2222) 000 00, 중앙공인(3477-2114) 김남우 대표, 동부공인(422-9444) 김경자 대표, 태창공인(591-8500) 박정윤 대표, 동아공인(591-5700) 나종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