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무이자·이자후불제 등 적극 활용
동산 투자에도 역발상 전략은 있다. 남들은 불황이라고 울상이지만 그 와중에도 틈새는 분명 있게 마련이다. 미분양 아파트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 3월 말 현재 13만1757가구로 1996년 2월 13만5386가구를 기록한 이후 1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극심한 불황기였던 외환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 특히 지방 주택 시장은 더 그렇다. 정부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지방 미분양 주택은 10만9000여 가구에 달한다. 대형 평형으로 갈수록 더하다. 이는 3월 말 현재 기준 자료이기 때문에 7월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미분양 가구 수는 20만 가구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한 대형 건설 업체 임원은 “일반적으로 미분양 가구 수는 정부에 솔직하게 신고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종합하면 전국적인 미분양 가구 수는 30만 가구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한다.집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건설 업체 입장에선 요즘과 같이 고통스러운 때가 없을 것이다. 갖가지 분양 혜택을 내걸고 미분양 해소에 안간힘을 벌이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현명한 투자자의 역발상 전략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바로 이때다. 건설사가 내건 분양 혜택을 잘만 이용하면 비교적 좋은 조건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요즘 분양 시장은 전형적인 바이어스(buyer’s) 마켓이다. 최근에 이런 때가 또 언제 있었을까. 가장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지난 2000~01년이다. 이때는 외환위기로 수많은 대형 건설 업체들이 줄도산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사회 문제화될 정도였다. 금융 혜택을 주고, 분양가를 낮춰주는 것이 지금과 매우 비슷했다.주부 김경애 씨는 지난 2000년 수원에 있는 한 택지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했다. 당시만 해도 김 씨가 사는 동네에는 미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녀는 주위에 있는 80~100㎡대 아파트를 3채 구입했다. 그녀는 이들 평형의 전세 값과 매매 값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임대용으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같이 결정했다. 결국 그녀는 자기 돈 1000만 원만 들였고 나머지는 전세금으로 충당했다. 8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아파트들은 모두 매매 값이 분양가의 2배를 넘었다. 1995년 당시 그가 가진 돈은 고작 1500만 원. 그러나 지금은 보유 부동산만 25억 원이 넘는다. 김 씨는 “2000년과 같은 기회가 또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여전하다”고 말한다.그렇다면 미분양 아파트가 과연 투자 메리트가 있을까.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애매모호한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잘만 찾으면 미분양 아파트만큼 괜찮은 투자 상품도 드물다. 미분양 아파트 투자를 ‘흙 속의 진주 찾기’와 비유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미분양 아파트는 우선 청약통장이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2년 이상 가입한 청약예금, 청약부금 통장이 필요하다. 2년이나 부은 통장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문제는 한 번 당첨되면 5년 내 다시 청약을 신청할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러나 미분양된 아파트는 청약통장 없이 선착순으로 분양받을 수 있으며 재당첨 금지에서 제외된다. 공개 추첨을 통해 동·호수를 배정받지 않고 입주민이 마음에 드는 집을 고를 수 있다는 점도 미분양 아파트 구입의 매력이다.건설사들이 내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미분양 투자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최근 분양 시장이 어려워지자 건설 업체들은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고 있다. GS건설은 고양시 식사동에서 분양 중인 ‘위시티 자이’의 3∼6차 중도금에 대해 무이자 혜택을 주고 있다. 또 최근 계약금을 평형별로 4000만∼6000만 원 정액제로 바꿨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분양 시에는 계약금 10~20%, 중도금 60%, 잔금은 20~30%를 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계약금을 평형별로 4000만~6000만 원 사이에서 내고 중도금에 대해서도 건설 업체가 무이자로 대출을 알선해 준다. 인근 덕이동에서 분양 중인 신동아건설도 ‘하이파크시티 신동아파밀리에’에 대해 중도금 30%에 대해 무이자로 대출해 주고, 나머지 30%의 이자는 입주 시 후불제로 내도록 분양 조건을 바꿨다. 중도금 이자를 후불제로 전환하면 그만큼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중도금 무이자도 마찬가지다. 가령 분양가가 3억 원인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치자. 이럴 경우 중도금은 1억8000만 원이다. 중도금을 모두 은행 대출(CD 변동 금리 연 6.7% 기준)로 지불한다면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는 100여만 원이다. 분양자 입장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보통 아파트는 분양 후 2년 반 정도가 지나야 입주하는데 미분양 물량을 구입하면 입주 시기가 그만큼 단축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만큼 금융비용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아파트 가격이 입주 후 기준 시점에 일정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납부 금액을 전액 환불해 주는 원금 보장제를 내놓는 업체까지 생겼다. 아예 발코니 새시나 옵션 품목인 가전제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분양가를 당초보다 낮춰 재분양에 나서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그렇다면 미분양 아파트를 고를 때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 이사는 “미분양의 원인은 크게 입지와 가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한다면 가격보다는 입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 수요를 따져보는 것도 급선무다. 해당 주택을 임대 사업용으로 활용할 생각이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해당 아파트가 입주하는 시점에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투자 메리트는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 수 있다. 반대로 미분양 이유가 지역 수요가 아닌 전반적인 분양 시장 침체 때문이라면 투자 메리트가 있다. 또 가급적이면 대규모 단지를 고르되, 교통 여건 개선 등의 개발 호재가 많다면 2~3년 후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한다. 분양가가 적정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20% 이상 비싸다면 입주 후 가격이 뛰기는 어렵다.주변 지역의 매매가 대비 전세 값 비율이 70% 이상이라면 전세 값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realsong@moneyro.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