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자산운용 JF 코리아트러스트 주식형 펀드
국의 펀드 시장이 단기간에 급성장하자 최근 수년 새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앞 다퉈 진출했다. CS(크레디트스위스) BNP파리바 UBS 등은 국내 운용사와 합작 형태로 들어와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고 ING 골드만삭스 등 일부 외국계는 100% 자회사로 지난해 한국 펀드 산업에 뛰어들었다. 메릴린치가 인수한 블랙록, 미국계 대형 투자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 등도 영업을 시작할 채비를 서두르는 등 한국 펀드 시장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에서 단연 눈에 띄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JP모건자산운용을 빼놓을 수 없다. 7월 초 기준으로 주식형 펀드 잔액이 1조 원을 갓 넘겨 전체 53개 운용사 중 24번째 규모에 머무르고 있는 작은 회사다. 지난해 6월 공식 출범한 ‘새내기’인 JP모건자산운용은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형 국내 주식 펀드로는 ‘JP모간 JF 코리아트러스트 주식형 펀드’ 하나만을 운용하고 있다.대형사들처럼 스타일별로 또는 업종별로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갖춰 놓지는 않았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작년 6월 말 설정된 이후 1년 이상 줄곧 수익률 최상위권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상품에 힘을 분산하지 않고 자신 있는 펀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 회사 측의 전략이다.펀드매니저는 이 회사의 김성복 이사다. 현대증권 국제영업부 출신인 김 이사는 JF(자딘플레밍)에셋 애널리스트를 거쳐 지난해 JP모건자산운용 출범과 함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김 이사는 지난 2001년 JF에셋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부터 국내 증시에서 종목을 발굴해 왔다. 홍콩에 설정된 JF에셋의 ‘JF코리아펀드’와 ‘JF아시아펀드’에 편입되는 종목을 그가 책임져 왔다. 현재도 운용되고 있는 두 펀드 내에서 한국 종목은 약 5조 원가량에 이른다. JF에셋이 JP모건에 인수된 후 한국 전용 펀드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코리아트러스트펀드’다. 따라서 이 펀드가 공식 출범한 것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8년째 운용되고 있는 상품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펀드 운용은 상당히 공격적으로 이뤄진다. 운용팀은 초과 수익을 내기 위해 편입 종목 수를 30개 안팎으로 유지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한다. 실적 개선이 기대되거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재료를 보유한 대형주를 찾아내면 과감하게 편입 비중을 높인다. 김 이사는 “7월 초 기준으로 보유 종목이 33개로 신세계푸드 현진소재 롯데관광개발 등 3개 종목을 제외하면 모두 대형주로만 채워져 있다”며 “개별 종목의 유동성 위험이나 시장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가급적 대형주 중심으로 편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자산 중 중소형주 비중은 5% 미만에 그친다.운용팀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대만 호주 일본 등 해외의 JP모건 네트워크와 함께 편입 종목을 결정한다. 일차적으로 기업 탐방과 재무 분석 등을 통해 걸러진 종목을 대상으로 해외의 분석과 시각을 참고해 최종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김 이사는 “가령 해운주의 경우 해운지수 동향을 가장 가까이서 파악하고 있는 싱가포르법인의 자문을 받으면 훨씬 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철광석과 같은 천연자원 시장은 호주에서 활동 중인 애널리스트들과 대화하면 최신 정보와 시장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해외 네트워크와 공동 작업으로 골라낸 대표적인 종목이 고려아연이다. 운용팀은 호주팀에서 보내 온 아연 수급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고려아연의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예측하고 매수해 7개월여 만에 약 100%의 수익을 올렸다. 김 이사는 “업종 특성상 호황과 불황을 되풀이하는 사이클이 있는 경우 적절한 매수와 매도 시기를 잡는 데에 글로벌한 시각이 크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매주 월요일에 각 국가별 펀드매니저들이 함께 참여하는 주간 회의도 종목 발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증시의 흐름과 거시경제 상황, 업종별 투자 의견 등을 교환해 국가별 펀드 운용에 참고하는 시간이다. 2주에 한 번씩 자산 배분 전략 회의를 열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김 이사는 JP모건자산운용의 경쟁력으로 조직원끼리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CIO 자리에 가 보면 책상 크기가 신입사원과 똑 같고 옆자리와 칸막이조차 없을 정도로 조직 분위기가 수평적이고 개방적”이라며 “팀원끼리 회식도 자주 하면서 의견 개진을 활발히 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운용팀은 지난해 하반기 동양제철화학 비중을 과감하게 올려 큰 재미를 봤다. 기존 사업인 화학 부문의 탄탄한 경쟁력 외에도 태양광 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본궤도에 올라 매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였다. 운용팀은 주가가 너무 올라 편입을 미루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주가가 35만 원선에서 20만 원 수준까지 급락하자 기회로 판단하고 저가 매수에 들어갔다.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운용팀의 판단대로 주가는 올해 5월까지 40만 원을 돌파했다.김 이사는 두산 계열사의 주가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편입 비중을 높였다. 두산은 담수 설비와 핵발전소 건설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기계 부품사인 동명모트롤(현 두산모트롤)을 인수한 것도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에 기여할 것이란 판단이다. 두산인프라코어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면서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김 이사는 내다봤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큰 조정을 받긴 했지만 미국의 밥캣 인수가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하리라고 JP모건 측은 전망하고 있다. 특히 2∼3년 후 미국의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최대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김 이사는 “어느 정도 위험을 부담할 수 있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펀드를 권한다”고 말했다.글 박해영 한국경제신문·사진 이승재 기자 bono@hankyung.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